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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세무조사 받는 애경산업…그룹 지배구조‧내부거래에 불똥 튈까

재계 "3년 만의 세무조사는 빠른 편"…애경 "내부거래는 공정위 소관, 세금 관련 조사일 것"

2022.09.05(Mon) 12:28:55

[비즈한국] 국세청이 애경산업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2019년 정기 세무조사 이후 3년 만이다. 세무조사에 나선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증여, 상속, 주식변동 등 일반 조사도 하지만 탈세 또는 비자금 조성 혐의 등 비정기 또는 기획 세무조사를 담당한다. 이 때문에 애경산업의 탈세 혐의뿐만 아니라 애경산업을 중심으로 얽힌 그룹사의 지배구조와 내부거래를 살피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애경그룹이 일감 몰아주기, 옥상옥 논란, 비자금 유용 등 각종 의혹이 끊이지 않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세무조사는 예고된 수순으로 본다. 애경그룹은 오너 일가 등 특수관계자들이 각각 지분 65%, 100%를 소유한 애경홀딩스와 애경자산관리가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

 

국세청이 애경산업에 대한 비정기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서울 동교동 삼거리 홍대입구역 인근에 위치한 애경 본사 건물. 사진=이종현 기자


국세청은 7월 말 서울 마포구 애경산업 본사에서 심층조사에 필요한 세무·회계 자료들을 예치했다. 재계 관계자는 “세무조사를 3년 만에 다시 받는 것은 빠른 편이다. 외부 신고 혹은 특정 소스를 근거로 탈세 혐의 검증에 나섰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 세무조사는 표면상 애경산업의 세금 탈루 내용을 확인하는 절차지만 그룹사 지배구조가 핵심기업인 애경산업에 쏠려 있는 만큼 그룹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지배구조 개선? 지주사에 ‘옥상옥’까지 점령한 오너 일가

 

애경은 2019년 자산 증가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된 후 내부거래 단속 등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받았다. 이에 애경 그룹은 변화를 꾀하기도 했다.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지속된 회사들을 합병·분할하거나 내부거래 매출을 끊는 식이었다.

 

애경그룹은 대기업집단 지정 직전 장영신 회장의 딸 채은정 씨와 그의 남편 안용찬 전 제주항공 부회장이 지분 75.58%를 소유한 광고대행사 애드미션과 거래를 끊었다. 애드미션은 그룹의 유일한 광고대행사로 30~40%에 달했던 애드미션의 내부거래율은 2018년 14.1%, 2019년 0.2%로 급감했고 지난해에는 0%였다. 2019년 말에는 채동석 애경 부회장을 비롯해 애경 특수관계인이 지분 절반을 보유한 한국특수소재를 코스파와 합병했다. 코스파를 통해 매출 전액이 발생하는 탓에 일감 몰아주기라는 비판을 받았는데 이를 코스파 내부의 ‘부문 간 거래’로 전환해 해소한 것이다.

 

하지만 애경그룹의 이 같은 변화에도 구조 개선 노력이 부족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지배구조 자체가 오너 일가에 매여 있고 내부거래 비중도 여전히 높다. 애경산업의 이익배당은 지주사 AK홀딩스가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 AK홀딩스가 애경산업의 주식 45.08%인 1190만 4812주를 보유하기 때문이다. AK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채형석 부회장으로 지분 14.25%를 보유했다. 채 부회장을 포함한 장영신 회장의 네 자녀 등 오너 일가가 소유한 지분은 총 65.17%다.

 

지주사를 지배하는 애경자산관리(옛 AK아이에스)는 옥상옥 비판의 중심에 있다. 애경자산관리는 오너 일가가 지분을 100% 소유한 회사다. 2012년 AK홀딩스를 설립하자마자 주주로 등장했다. 애경자산관리​는 ​2022년 8월 기준 AK홀딩스 지분 10.37%를 보유하고 애경산업 지분도 18.05% 가지고 있다.

 

애경그룹 오너일가는 지주사 AK홀딩스와 애경자산관리를 통해 그룹사 전반을 지배한다. 애경 본사 건물 입구. 사진=이종현 기자

 

#그룹사가 주 고객인 사업, 자회사로 편입…일감 몰아주기 논란 피할 수 있을까   

 

총수 개인 회사의 내부거래는 공정위가 예의주시하는 부분이다. 지난해 공정위가 내놓은 ‘공시대상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을 살펴보면 공시대상기업집단의 평균 내부거래 비중은 11.4% 수준이다. 하지만 애경자산관리는 매출 대부분이 내부거래에서 나온다. 2007년 47억 원이던 매출이 10년 만에 425억 원으로 10배 가까이 늘어난 배경이다. 2017년 당시 내부거래 비중은 91.5%에 달했고, 대기업 지정 직전인 2018년 53%로 낮아졌다가 2019년 69.7%, 2020년 79%로 다시 늘어났다.

 

오너 일가는 AK아이에스를 애경자산관리라는 이름으로 바꿨다. AK아이에스와 이름이 같은 IT 전문법인을 신설해 AK홀딩스의 자회사로 편입시키고, 기존 회사에는 애경자산관리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다. 사명 변경으로 AK아이에스는 표면상 그룹사 디지털전환의 전초기지가 됐지만 이는 지배구조 조정의 의미로 해석할 여지가 많다.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회사를 지주사 안으로 넣어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단속하는 취지다.

 


AK홀딩스 관계자는 “지배구조를 한 번에 완벽하게 바꾸기는 어렵지 않나. SI(System Integration, 정보 시스템 통합) 회사인 AK아이에스에서 사업을 분류해 자회사로 편입하는 등 개선하는 중이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회사 특성마다 다르지만 내부거래 비중이 80%에 가깝다면 높은 수치”라며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내부거래에서 대부분의 매출이 발생할 경우 따로 법인화를 안 하고 사업 부문으로 숨겨 놓는 방식을 선택한다. 지주사 위에 있던 회사를 IT 법인으로 빼내고 기존 사명을 변경하는 경우가 흔하지는 않지만 애경도 비슷한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세무조사는 애경그룹에 또 다른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채형석 부회장의 장남 채정균 씨를 중심으로 한 승계 작업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애경그룹은 이번 세무조사는 그룹이 아닌 애경산업에 대한 단일 조사라며 확대 해석에 선을 그었다. AK홀딩스 관계자는 “내부거래는 공정위 소관이다. 애경산업의 세금 문제와 관련한 조사일 것”이라며 “어떤 성격의 조사인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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