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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 투성이 '사업자주담대', 저축은행업계 새 뇌관 부상 앞 뒤

다주택 개인 사업자주담대 폭증, 가팔라지는 고금리 투매·경매 폭증 저축은행 직격탄 가능성

2022.06.24(Fri) 15:56:04

[비즈한국] 예금과 대출금리(예대마진) 축소와 대출총량 규제 강화로 수익성 악화에 빠진 저축은행 업계가 사업자주택담보대출이라는 새 뇌관 부상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수년간 지속된 부동산 급등세로 금융권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상대적으로 규제가 약한 저축은행의 사업자주담대가 급격히 증가했다. 하지만 올 들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화두로 촉발된 긴축 대세로 상황은 급반전했다. 사업자주담대의 취약성에 향후 다주택 차주들의 주택 투매 쇄도가 불가피할 수 있어 저축은행들은 부실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청사. 사진=최준필 기자


사업자주담대는 법인이나 개인사업자가 일반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달리 보유한 아파트를 사실상 주택담보비율(LTV) 제약 없이 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다. 주택가격이 15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도 가능하다. 사업자주담대는 저축은행 등 제 2금융권에서 주로 취급하고 있고 일반 주담대에 비해 금리가 2% 포인트 안팎으로 더 높다. 특히 개인 사업자주담대는 기업 대출로 분류돼 LTV 한도, 대출 한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가계대출 규제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상대적으로 규제가 약한 저축은행의 사업자주담대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 사업자주담대 규모는 2019년 말 5조 7000억 원 정도였으나 올 3월말 기준 12조 4000억 원으로 늘었다. 불과 2년 3개월 만에 117%나 폭증한 셈이다. 수 년간 지속됐던 저금리 장기화로 다주택을 소유한 개인사업자들이 주택을 더 매수하기 위한 욕구에 사업자주담대 증가세를 이끌었다. 전체 12조 4000억 원 중 개인사업자의 사업자주담대 규모는 83%인 10조 3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사업자주담대의 취약한 구조가 현재와 같은 고금리 긴축 장세에는 저축은행과 차주 모두에게 독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3월말 기준 저축은행이 보유한 사업자주담대의 평균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은 무려 75.0%에 달했다. 예를 들어 시세 10억 원짜리 아파트라면 7억 5000만 원을 사업자주담대로 대출해 줬다는 얘기다. 이는 저축은행의 가계 주담대 LTV 42.4%에 비해 월등히 높다. 

더욱이 사업자주담대 중 LTV 80%를 초과하는 고 LTV사업자주담대는 올 3월 기준 전체 절반(48.4%)에 해당하는 6.0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LTV 80~90%가 4조 1000억 원, 90%를 초과하는 비중도 1조 9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LTV 80% 초과는 2019년 말 2조 8000억 원에 비해 2년 3개월 만에 114%, 지난해 12월말(4조 6000억 원)에 비해 3개월 만에 1조 4000억 원이나 폭증했다. 상호금융, 보험사, 카드사, 캐피탈 등 다른 제 2금융권의 사업자주담대 실태는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저축은행 사업자주담대는 올 3월말 현재 국내 79개 저축은행 총자산 123조 6000억 원의 10%에 달할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저축은행 가계 주담대는 1조 2000억 원으로 총자산 대비 1% 비중에 그치는 실정이다. 저축은행들이 다주택을 원하는 개인사업자들의 수요에 편승해 사업자주담대를 남발해 왔다는 지적이다. 

이미지=금융감독원


최근 가파른 금리 인상 추이는 이러한 사업자주담대 취약성을 그대로 강타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은행은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2.75~3.00% 선까지 끌어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로 인해 제 1금융권인 시중은행권의 올 연말 주담대 금리 상단이 8%대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복수의 저축은행 관계자들은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가 연 8%로 치솟으면 저축은행의 주담대 금리 격차는 저금리 시절보다 훨씬 더 크게 벌어지게 된다”며 “저축은행 사업자주담대 금리는 주담대에 비해 훨씬 높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금감원 시뮬레이션 결과 대출금리 1% 포인트 인상시 저축은행 사업자주담대 차주들의 연간 이자 부담액은 1240억 원이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금리 추세의 가파른 형국에 결국 사업자주담대를 받은 다주택 차주들이 부담을 못 버티고 주택 투매에 나서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부동산 시장은 급격한 금융환경 변화로 매수세가 뚝 끊기고 실수요자들의 시장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의 부동산 전문가는 “사업자주담대를 받은 차주들이 내놓은 주택 매물이 초급매를 넘어 경매시장 등장도 속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럴 경우 차주들에게 대출을 해준 저축은행업계의 동반부실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감원은 저축은행들에 대한 검사에서 사업자주담대 취급 적정성을 중점 검사하고 법령 위반 시 엄중 제재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출은 과도하게 취급하고 대손충당금을 과소 적립하는 등 사업자주담대로 인한 저축은행 부실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며 “저축은행과 대출모집인들이 사업자주담대를 취급하는 과정에서 문서 위조 등 불법 작업대출이 성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뿐만 아니라 차주들도 공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축은행업계가 올 들어 예대마진이 빠르게 줄면서 수익성 악화를 겪는 상황에서 사업자주담대라는 또다른 악재에 직면한 형국이다. 한은에 따르면 올 4월 중 저축은행업권 예대마진은 7.13%로 전년 같은 달 8.32%에 비해 1.19%포인트 감소했다. 예대마진이 줄어든 건 기준금리 상승으로 예금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벌어지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금융담국이 올해 저축은행 대출 증가율을 전년 대비 일정 수준 이상 늘리지 못하도록 하는 대출총량규제를 기존 21%에서 14%로 대폭 강화한 것도 수익성 악화의 원인이다. 이로 인해 저축은행들이 예대마진 감소에 대한 대응을 적극 나설 수도 없는 상황이다. 

 

저축은행중앙회 각사 경영공시에 따르면 저축은행업계 상위 5개사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17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3% 급감했다. 5대 저축은행 중 유일하게 SBI저축은행만 전년 대비 소폭 증가(4.2%)하며 당기순이익 901억 원을 거뒀다. 반면 OK저축은행은 전년 대비 65.6%나 급감하며 당기순이익이 267억 원에 그쳤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은 당기순이익이 172억 원으로 전년에 비해 13.6% 줄었고, 웰컴저축은행도 당기순이익 270억 원으로 전년 대비 9.4% 감소했다. 페퍼저축은행도 101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전년에 비해 33.6%나 급감했다. ​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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