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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더딘 '김주현 금융위 호', 보험사 비호 RBC·금산분리 완화 뒷말 무성한 까닭

대세 금리 상승기 RBC 완화 보험사 부실 가중, 섣부른 금산분리 완화는 금융·산업 동반 부실화 우려

2022.06.17(Fri) 15:49:38

윤석열 정부 초대 금융위원장으로 지난 7일 금융관료 출신인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 내정을 전후로 금융위의 정책 방향이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금융위는 금리 상승 여파로 보험업계 전반의 지급여력(RBC) 비율이 하락하면서 현행 규제 방식을 풀어 당장 올 상반기부터 변경 적용하기로 했다. 김주현 후보자는 내정 당일 ‘금산분리 완화 추진’ 카도도 제시하고 나섰다. 

 

하지만 두 사안 모두 무성한 뒷말을 낳고 있다. RBC 비율 완화는 대세 금리 상승기에 보험업계의 내부 부실을 키우는 땜질용 임시방편에 머물 것이라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섣부른 금산분리 원칙 빗장 해제는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현 상황에서 금융 건전성과 안전성을 훼손시킬 수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금융위원회 내부. 사진=비즈한국DB


김주현 후보자 내정을 전후로 금융위의 정책 방향과 관련해 논란을 일으키는 사안은 먼저 보험회사 RBC 비율 완화다. 

 

RBC 비율은 보험계약자들이 일시에 보험금 지급을 요청했을 때 보험사가 제때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생명보험회사는 책임준비금 이상, 손해보험사는 종목별 위험도를 따져 RBC비율을 정한다. 보험업법은 보험사에게 100%를 넘도록 명시하고 있으며 금융당국은 150% 이상을 권고한다. RBC 비율은 금리 상승기에는 보험사의 매도 가능 채권에서 평가손실이 발생하면서 하락하는 특성이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 RBC 비율을 공시한 15개 생보사의 평균 비율은 179.7%로 3개월 전(222.3%)에 비해 42.6% 포인트나 떨어졌다. 1분기 기준 NH농협생명(131.5%), DGB생명(108.5%), 한화손해보험(122.8%), DB생명(139.1%), 흥국화재(146.7%) 등은 당국 권고치를 밑돌았다. 특히 MG손해보험의 RBC 비율은 69.3%로 2021년 말 기준 88.3%에서 19%포인트 하락하며 법정비율도 못 지키는 실정이다. 

 

금융위는 지난 4월 MG손해보험을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했지만 MG손해보험이 이에 불복하며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고 서울행정법원은 이를 받아 들였다. 따라서 금융위는 본안 판결 확정 전까지 MG손해보험에 대해 건전성을 재고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할 수 없는 상황이다.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한국소비자연맹, 소비자시민모임은 “RBC 비율은 보험사의 건전성과 관련한 가장 중요한 지표다. 금융당국 권고치에 근접하는 보험사들에 대해 계약자들은 예의주시해야 한다. 특히 100%조차 충족하지 못하는 보험사는 신규 고객 자금으로 보험금 지급 돌려막기를 한다고 볼 수밖에 없어 보험 계약을 하지 말아야 한다”며 “MG손해보험은 금융당국과 법원에 제출한 자본확충 계획과 경영정상화 계획을 즉각 공개하고 이행하라”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위는 지난 9일 보험업계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현행 RBC 비율 완화 조치를 결정했다. 현행 RBC 제도는 금리상승시 자산(채권) 평가손실만 가용자본(지급여력 금액) 감소로 반영해 RBC 비율이 하락하는 구조다. 금융위는 책임준비금 적정성평가(LAT) 제도상 잉여액의 40%를 매도 가능 채권 평가손실 한도 안에서 가용자본(지급여력 금액)에 가산할 수 있도록 결정했다. 이 방안을 적용하면 금리상승에 따른 실질 보험부채 감소분도 가용자본 증가로 RBC 비율 하락을 유도할 수 있게 된다는 게 금융위 입장이다. 금융위는 의결 등 절차를 거쳐 보험사 반기 재무제표부터 완화된 RBC 비율 산출 규정을 적용토록 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보험시장 안정 차원에서 이번 조치를 결정했다. 상대적으로 자본구조가 취약한 보험사에 대해 자본확충을 유도하는 등 보완조치도 병행하겠다”고 강조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보험사들도 RBC 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 발행, 유상증자 등의 방식으로 자본확충을 서두르고 있다. 최근엔 사옥 등 부동산 매각을 통한 자본확충에도 나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갈수록 금리 상승세가 가팔라지면서 보험사들의 RBC 비율 하방압력이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위가 다시 고무줄 늘리기 식 RBC 비율 완화책을 던진다면 보험업계의 부실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뒷말은 끊이지 않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후보자. 사진=여신금융협회


김 후보자의 내정을 전후해 금융위의 정책방향과 관련한 또 다른 논란은 금산분리 완화다. 금융위원장 내정 당시 김 후보자는 “금융산업도 역동적 경제의 한 축을 이뤄 독자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금융규제를 과감히 쇄신하겠다. 필요하다면 금산분리 완화도 검토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금산분리 원칙은 재벌로 대표되는 산업자본이 금융사를 지배해 사금고화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으로 그간 국내 경제정책의 대전제 중 하나로 여겨져 왔다. 현재도 은행법, 인터넷전문은행법, 보험업법, 금융지주회사법 등에서 지분보유제한, 대주주거래 금지·제한, 업무범위제한, 상호출자금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섣부른 금산분리 완화는 투자자와 지분 관계가 얽힌 금융회사와 비금융회사의 부실로 업권을 넘어 걷잡을 수 없는 동반 부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특히 경제 불확실성 시대에는 더욱 우려되는 대목이다. 아직 김주현 금융위 호가 정식 출범하지 않았고 금산분리 완화 추진 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실체 역시 베일에 가려져 있다. 

 

김주현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11월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으로 재직하면서 금산분리 완화 추진 정책을 이끈 이력이 있다. 당시 금융위가 내놓은 은행법과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을 토대로 다음 해 국회에서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한도를 기존 4%에서 9%로, 사모펀드(PEF)의 출자한도는 기존 10%에서 18%로 확대돼 시행됐다. 

 

금산분리 완화에 상대적으로 강경한 입장을 가져 온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도 인터넷전문은행 도입과 일반지주회사가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을 소유하는 것을 허용하면서 완화 정책을 시행했다. 금융권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으로 네이버, 카카오 등 금융업 영역을 확장하는 빅테크와의 형평성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 왔다. 

 

향후 금융위의 금산분리 완화 추진 방향은 금융권에서 제기해 온 역차별 해소 분야에서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업종에게 금융 파생산업으로 볼 여지가 큰 가상자산, 블록체인 사업과 인터넷전문은행의 자회사 허용 방안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자는 금산분리 완화 방향에 대한 불필요한 뒷말을 막기 위해 아직 조심스러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내정 당일 그는 “지금 산업 구조 변화를 보면 과거에 해왔던 금산분리가 맞는 것인지, 이를 개선할 필요가 없는 지 검토할 시점이란 뜻”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여야 간 공방으로 김주현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민주당은 벌써부터 그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며 벼르고 있어 김주현 금융위 호는 출범까지 험로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은 김 후보자를 금융위원장에 부적격한 인물이라고 선을 그었다. 금융노조는 “김 후보자는 금융위 재직 시절 산업은행 민영화를 추진했다가 실패했고, 노무현 정부 시절엔 미국 사모펀드 론스타의 외환운행 인수 관여 의혹까지 받고 있는 인물이다”라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김 후보자는 공직에서 물러난 후 우리금융 경영연구소를 거쳐 여신금융협회장으로서 활동하면서 민간 사익 추구에 보다 적합한 인사”라며 “금융정책의 공익성을 기대하기 어렵고, 전문성도 역행하는 인사로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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