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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브랜드 아파트마저 '줍줍'…집값 하락 신호탄일까

대출 규제로 청약 열기 주춤…전문가들 "현금 부자들이 매수, 집값 하락 전조로 보기 어려워"

2022.02.04(Fri) 11:10:16

[비즈한국] 부동산 청약 시장에 일명 ‘줍줍’이라 불리는 무순위 추첨 물량이 늘고 있다. 입지나 규모, 브랜드 측면에서 선호도가 떨어졌던 일부 단지에서만 나타나던 줍줍 물량이 최근 인기 단지에서도 쏟아지는 분위기다. 일부 실수요자 사이에서는 수도권의 무순위 청약이 늘어나는 양상을 집값 하락의 신호탄으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다른 견해를 보인다.

 

대출 규제의 영향으로 고분양가 단지 중심의 무순위 청약 물량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 대치동 한 은행 외벽에 주택담보대출 상품과 개인신용대출 상품 관련 안내문이 함께 붙어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소규모·비브랜드서만 나오던 ‘줍줍’, 대규모 인기 단지에서도

 

지난해 서울 및 수도권 내 공급된 민영아파트 중 무순위 청약(본 청약 이후 계약 취소·해지 등으로 발생한 물량을 모아 재공급하는 것)을 진행한 단지는 총 45개다. 상반기에 거의 자취를 감췄던 무순위 청약은 6월 들어 늘기 시작했다. 1월부터 5월까지 5개월간 8개 단지에서 무순위 추첨 물량이 발생한 것과 달리, 12월 한 달에만 8개 단지의 무순위 청약이 쏟아졌다. 

 

무순위 청약 단지는 수요자의 선호도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소규모의 ‘나 홀로 아파트’이거나 소형 평수, 비브랜드 건설사의 아파트들이 흥행에 실패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줍줍 시장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대단지, 인기 브랜드 아파트에서도 ‘줍줍’ 물량이 나오는 모양새다. 

 

송도자이 더 스타는 지난해 11월 1순위 청약에서 1533가구를 모집했다. 청약에는 2만 156명이 몰리며 평균 경쟁률이 13 대 1까지 기록했지만, 계약 과정에서 530가구가 입주를 포기했다. 계약 포기 시 10년간 다른 분양주택의 당첨에 제한을 받는 문제가 있음에도 포기자가 대거 발생한 것이다. 예비당첨자 대상의 추가 계약까지 진행했지만 완판에 실패했고, 결국 잔여 물량 84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 접수를 2월 3일 실시했다. 

 

업계에서는 송도자이 더 스타의 대규모 계약 취소의 원인을 대출 규제의 영향으로 본다. 송도자이 더 스타는 전용면적 84㎡(약 25평) 타입의 분양가가 9억 5000만 원대로 책정됐다. 분양가가 9억 원을 넘어 중도금 대출이 어려워졌고, 계약금도 분양가의 20%로 청약자의 부담을 가중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 회장)는 “분양가와 시장가격에 차이가 있어 청약 시장의 투자가치가 인정되지만, 자기자본을 전부 투입해 매수할 수 있는 실수요자는 많지 않다”며 “대출 규제로 중도금 및 잔금 대출이 되지 않으면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다. 대출 규제로 청약 열기가 다소 사그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청약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다 보니 일부 건설사는 ‘배짱 분양’이라는 지적을 받을 만큼 분양가를 높게 책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해가 바뀌며 청약 심리가 주춤하자 미계약분이 넘쳐나 고전을 면치 못하는 단지도 눈에 띄기 시작했다. 

 

경기도 파주 운정신도시에 들어설 예정인 힐스테이트 더 운정은 지난해 12월 주거형 오피스텔 2669실을 분양했다. 분양가는 전용면적 84㎡(약 25평) 타입 기준 8억 9000만 원 선으로 파주에 공급된 주거형 오피스텔 중 최고가다. 힐스테이트 더 운정은 총 2만 7027건의 청약 신청을 받아 평균 10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당첨자들이 대거 계약을 포기했다. 결국 1월부터 동호수 지정 선착순 분양했으나 현재까지도 약 30% 물량이 주인을 찾지 못한 상태다.

 

지난해 10월 청약을 진행한 송도 센트럴파크 리버리치도 1순위 경쟁률이 57 대 1을 기록했지만, 계약 과정에서 미계약분이 다수 발생했다. 송도 센트럴파크 리버리치의 분양가는 전용면적 84㎡(약 25평) 타입 기준 약 7억 9000만~8억 9000만 원이다. 총 96가구 모집에 50세대가 무순위 청약 물량으로 나왔다. 

 

서진형 교수는 “청약 수요자로서는 대출이 어려우면 분양가 전액을 직접 준비해 내 집 마련을 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따라서 분양가가 높게 책정된 단지의 경우 입지 여건이 뛰어나지 않거나 시세 차익 기대가 적을 경우 청약 미달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송도자이 더 스타는 계약 과정에서 530가구가 입주를 포기했다. 잔여 물량 84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 접수를 지난 3일 실시했다. 사진=송도자이 더 스타 홈페이지

 

#대출 규제·청약 열기 시들한 틈타 현금 부자 매수세

 

전반적인 청약 시장의 열기가 한풀 꺾인 것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지난 1월 서울 및 수도권에 분양한 12개 단지 중 3개 단지는 1순위 완판에 실패했다. 신천역 한라비발디, 안성 우방아이유쉘 에스티지, 오산 라온프라이빗 스위트는 1순위 청약에서 일부 세대가 미달됐다. 분양만 하면 완판 행렬이던 이전과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올해 청약 시장의 열기가 식은 것에 대해 “매매 시장에서 매수 심리가 위축되며 거래가 급감한 것이 청약 시장의 수요자 심리에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또 올해 입주자 모집 공고를 받는 단지는 DSR 2단계 규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자금 여력이 적은 수요자는 청약 진입장벽이 높아졌다. 사전청약으로 수요가 분산되는 효과도 있었다”고 분석했다. 

 

여 연구원은 “작년과 비교하면 청약 시장의 열기가 주춤해진 것이 사실”이라며 “이처럼 청약 시장의 과열 현상이 줄면서 무순위 청약까지 이어지는 분위기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수도권 대단지에서도 줍줍 물량이 나오고, 일부 단지는 수차례의 무순위 청약에도 주인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실수요자 사이에서는 집값 하락의 신호탄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의 시각은 다르다. 

 

서진형 교수는 “일반청약에서 주인을 찾지 못한 물량도 결국 현금 부자들이 무순위 청약 등을 통해 매수하게 된다. 현재와 같은 공급 물량을 가지고 집값 하락의 전조라고 보기 어렵다”며 “대선 등으로 6월까지는 약보합 또는 횡보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3일 실시한 송도자이 더 스타의 무순위 청약은 84가구 모집에 765명이 몰리며 평균 경쟁률 9.1 대 1을 기록했다. 대출 규제로 사실상 ‘현금 부자’만 청약할 수 있어 미분양이 예상되기도 했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대출 규제 속에도 현금 부자들이 계속 주택을 매수하는 만큼 당분간 집값 하락은 어렵다는 전망이다.

 

여경희 수석연구원도 “6월까지는 관망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매도자의 상당수가 호가를 고수하며 지방선거 이후까지 두고 보자는 분위기”라며 “이후 전세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냐에 따라 상승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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