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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스타트업열전] 한국 진출 꿈꾸는 독일 스타트업을 만나다

플랜트 솔루션 개발하는 '인더스트리얼 애널리틱스', K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 통해 한국 진출 모색

2022.01.24(Mon) 17:03:00

[비즈한국] 많은 스타트업에게 글로벌 시장은 꿈의 무대다. 한국의 스타트업도 미국, 중국뿐만 아니라 동남아, 유럽 시장까지 고려해 글로벌 서비스를 계획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의 이커머스 기업 쿠팡은 뉴욕증시 상장 이후 일본과 대만에 물류 거점을 확보하면서 아시아 시장으로 뻗어 나가고 있고, 토스는 베트남을 시작으로 동남아 시장으로 확장 중이다. 

 

‘아기상어’로 세계를 제패한 더핑크퐁컴퍼니 같은 콘텐츠 기반 스타트업은 더욱 침투력이 높다. 특히 콘텐츠 영역은 웹툰, 드라마, 애니메이션, 음악 등이 쉽게 역량을 펼칠 수 있는 플랫폼 시장이 다각화되면서 국적이 중요해지지 않게 되었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유럽에서 시작해 한국에 진출하려는 스타트업들이 조금씩 눈에 띈다. 한국이 고도의 기술집약 사회이고 시장 반응이 무척 빠르기 때문에 일종의 아시아 테스트 베드로 생각해서다. 특히 한국 시장에 적합한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의 경우 한국을 중요한 시장으로 여긴다. 

 

유럽 스타트업의 허브 베를린에서 한국 진출을 꿈꾸는 인더스트리얼 애널리틱스의 공동대표 리하르트 뷔소. 사진=industrial-analytics.io​

 

유럽 스타트업의 허브 베를린에서 한국 진출을 꿈꾸는 인더스트리얼 애널리틱스(Industrial Analytics)가 좋은 예다. 인더스트리얼 애널리틱스는 베를린에서 사업을 시작해 독일 및 유럽 시장을 1차 공략하고 있으며, 조만간 한국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이들은 왜 한국 시장에 눈을 돌리게 되었을까.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과의 인연, K-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

 

인더스트리얼 애널리틱스는 2021년 K-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로 처음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사진=industrial-analytics.io​

 

인더스트리얼 애널리틱스는 2017년 11월 베를린에서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5개월 만인 2018년 4월 첫 고객과 함께 파일럿 제품을 출시했고, 같은 해 12월에 최소 기능제품 출시(MVP)를 통해 시장성을 입증했다. 2019년 4월 첫 시드 투자를 받아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다. 창업 멤버 대부분은 세계 1위 발전소·선박용 엔진 제조업체인 독일 만에너지솔루션즈(MAN Energy Solutions) 출신이다.

 

인더스트리얼 애널리틱스는 2021년 K-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K-Startup Grand Challenge)를 통해 처음으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공동대표 리하르트 뷔소(Richard Büssow)는 “한국은 얼리어답터이자 세계 9위의 에너지 소비국으로, 아시아로 가는 관문이라고 생각한다”며 한국 진출 이유를 밝혔다. 

 

지난주 베를린 스타트업들을 방문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왼쪽 두 번째) 앞에서 피칭을 진행한 인더스트리얼 애널리틱스. 맨 왼쪽이 공동대표 리하르트 뷔소. 사진=industrial-analytics.io​

 

K-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는 2016년에 시작한 글로벌 스타트업 창업 지원 프로그램으로, 중소벤처기업부가 주최하고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주관한다. 매년 해외에 기반을 둔 30~80개 스타트업을 선발해 한국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돕는다. 

 

세계적으로 창업 지원을 돕는 수많은 프로그램이 있지만, K-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의 장점은 분명하다. 스타트업 지원 사업임에도 스타트업에 지분 등을 요구하지 않는다. 특히 한국 진출을 목표로 하는 스타트업에게 사무실을 제공하고, 전문지식이 풍부한 한국의 액셀러레이터를 매칭해 한국 기업과의 연결을 돕는다. 

 

한국 생활에 필요한 지원도 한다. 한국인 인턴을 지원하여 통역과 번역 업무 등을 돕고, 로컬 매니저 역할을 통해 제품에 대한 피드백 등을 준다. 신규 시장 개척의 위험 부담을 줄이고, 글로벌 스타트업이 종합적으로 한국 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출하도록 돕는 것. 선발되면 총 3개월 반가량의 프로그램을 통해 밀착지원을 받고, 프로그램 종료 후에는 후속 프로그램을 통해 추가 멘토링도 제공받을 수 있다. 

 

2021 K-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의 ‘더벤처스’ 팀에 선정된 인더스트리얼 애널리틱스. 사진=중소벤처기업부

 

추가 멘토링을 통해 한국 기업과의 비즈니스 미팅을 주선 받고 잠재 투자자를 대상으로 IR 피치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뷔소 공동대표는 “K-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의 메인 프로그램에 선발되어 긴 시간 동안 다양한 미팅을 통해 한국 시장에 대한 이해를 높였고, 앞으로 한국에서 함께 일할 수 있는 파트너를 만났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과였다”고 밝혔다. 참가한 기업들의 후기를 종합해보면, 메인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후속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많은 팀이 한국에서의 비즈니스를 유지하고 한국시장에 적응하는 데 도움을 받았다.

 

인더스트리 애널리틱스도 전 세계 글로벌 스타트업이 지원한 K-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에서 43 대 1의 경쟁률을 뜷고 최종 58개의 스타트업에 선정됐다. 그렇게 국내 액셀러레이터인 더벤처스 팀에 선정되어 밀착 지원을 받았다. 

 

#플랜트 운영·최적화 위한 AI·IoT 솔루션 개발

 

인더스트리얼 애널리틱스는 플랜트 운영자를 위한 처방적 유지보수 및 공정 최적화를 위한 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솔루션을 제공한다. 주로 터보 기계를 활용하는 플랜트 사업자를 목표 고객으로 삼고 있다. 

 

공장에서 기계가 고장 난 후 정비를 하는 것이 전통적인 방식이다. 그러나 고장으로 인한 비용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플랜트 유지 보수를 위한 다양한 방법론이 발달했다. 고장이 난 뒤에 대처하는 것이 아니라 예방하기 위해 정기점검 하는 방식으로 발전했고, 최근에는 정기 점검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계의 교체·정비 시기를 예측하는 것으로까지 진화했다. 

 

인더스트리얼 애널리틱스는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간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기술을 결합해 교체나 정비 시기를 예측할 뿐만 아니라 어느 부분에 문제가 생길지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우선순위에 따라 미리 해결 방법까지 제시하는 ‘처방적 유지보수(prescriptive maintenance)’ 솔루션을 제공한다. 

 

산업용 사물인터넷을 통해 기계의 진동을 분석, 장비 상태를 모니터링한다. 사진=industrial-analytics.io

 

인공지능을 통해 데이터를 관리하고 공정을 최적화하는 알고리즘을 구축하며, 산업용 사물인터넷은 기계의 진동을 분석해 장비의 상태를 관찰하고 오작동을 감지한다. 또 디지털 트윈 기술을 이용해 가상 플랜트 시뮬레이션을 구동하는 것도 특징이다. 이러한 기술은 독일의 열병합 발전소, 폐수 처리시설, 정련소, 화학 황산 공장, 가스 저장 시설 등에 도입되었고, 바텐팔(Vattenfall), 독일철도(DB), 베를린수도사업부(Berliner Wasserbetrieb) 등 독일의 인프라를 담당하는 공기업들에게 솔루션을 제공했다. 

 

뷔소 공동대표는 지난 K-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에서의 좋은 경험을 떠올리며 “한국에서의 성공은 곧 아시아로의 진출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에게 굉장히 중요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올해 코로나 상황이 좋아지는 대로 한국을 방문해 고객사들을 만나고, 함께 성장할 파트너를 찾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더스트리얼 애널리틱스는 특히 스타트업 생태계, 주요 연구 기관과 정부의 지원 혜택을 골고루 받은 ‘영리한’ 스타트업이다. 베를린의 액셀러레이터이자 코워킹 스페이스를 운영하는 베타하우스(Betahaus)에 첫 둥지를 틀었고, 이후 EU 지원 베를린시 정부 기금의 혜택을 받았으며, 포츠담대학교 산하 하소 플래트너 연구소(Hasso-Plattner-Institut)와 능동적 파트너십을 체결해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 하소 플래트너 연구소는 세계적 소프트웨어 기업 SAP의 창업자 하소 플래트너가 설립한 연구소다. 이렇게 민관의 다양한 지원을 똑똑하게 찾아 나선 덕분에 SAP뿐만 아니라 IBM, OSIsoft 등 세계적인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갖게 되었다. 

 

이제 막 한국 시장에 눈을 돌릴 이 탄탄한 스타트업이 과연 어떠한 성과를 일구어 나갈까. 한국과 베를린은 다르기 때문에 많은 우여곡절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들고온 기술의 혁신은 분명 양쪽 생태계에 좋은 자극의 씨앗이 될 것이다. 그 씨앗의 힘이 앞으로 어떻게 결실을 보게 될지 찬찬히 지켜볼 예정이다.

 

필자 이은서는 베를린에서 공부하고 한국에 돌아왔다가 향수병에 못 이겨 다시 베를린에 와 살고 있다. 다양한 스타트업과 함께 일하며, 독일 시장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 한국 시장을 공략하려는 독일 기업을 안내하는 역할을 주로 하고 있다.​​​​ 

이은​서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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