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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부장에 고함] '츤데레' 김구라처럼 Z세대와 시크하게 소통하는 법

세대갈등 극복을 위한 특별한 노력 대신 소박하고 따뜻한 '일상공유'

2022.01.18(Tue) 14:09:25

[비즈한국] 가식 없이 때론 조금 까칠하다 싶은 방송인 김구라를 좋아한다. 게스트를 위한 사탕발림 따위도 없고, 툭툭 던지는 말 한마디가 투박하다 싶다가도, 알고 보면 출연하는 게스트를 돋보이게 해주는 ‘츤데레’ 스타일의 그를 좋아해서다.

 

어떤 자리에서 ‘츤데레’ 스타일의 김구라를 좋아한다고 말하니, 그가 아들 그리와 함께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 ‘그리구라’를 꼭 챙겨보라는 말을 들었다. 그 프로그램이야말로 ‘츤데레’ 김구라의 매력이 뿜뿜 솟아나는 채널이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사진=유튜브 채널 ‘그리구라’ 화면 캡처

 

그래서 찾아보게 된 유튜브 채널 ‘그리구라’. 채널이 처음 런칭되었을 때 언론에 표현된 채널의 취지를 살펴보니 ‘그리구라’는 본래 실제 구독자들로부터 받은 사연을 토대로 세대갈등 고민을 나누는 콘텐츠 구성이 주였다고 한다. 그리고 김구라, 그리 부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서로 신랄하지만, 애정 어린 비평과 참견을 쏟아내는 리얼리티 방송에 더 가까운 형식이었단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 채널은 더 이상 이전의 형식이 존재하지 않는 형태로 바뀌었다.

 

지금의 ‘그리구라’ 채널은 김구라 혹은 그리가 좋아하는 맛집들을 돌아다니며 해당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주가 됐다. 그리고 그 음식을 함께 나누는 사이에, 간혹 서로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거나, 두 부자가 함께했던 추억을 이야기한다. 그나마 색다른 콘텐츠가 있었다면 한 달간 사용한 각자의 영수증 내역을 공개하고 서로의 라이프스타일을 파악하는 에피소드가 등장하는 정도다. 각 잡고 “자, 지금부터 아들, 너랑 친해지기 위한 소통을 난 시작할 거야~!” 이런 억지스러운 설정이 아닌, 지극히 자연스러운 식구로서의 의미 그대로, 밥 한 끼를 나누고 차 한 잔을 마시면서 일상을 공유한다.

 

사진=유튜브 채널 ‘그리구라’ 화면 캡처

 

프로그램 취지로 시작했던 세대갈등을 극복하려는 특별한 노력보다는 ‘서로의 맛집을 공유하고’, ‘함께 밥을 먹고’, ‘밥을 먹다 자연스레 서로의 생활을 듣고 이해한다’, 이 두 부자의 소통 방식은 특별함 없이 이렇게 소박하고도 따뜻하다. 아빠와 아들이 함께 맛집을 공유하고 그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그 자체에 집중하는 방송. 시시콜콜 서로의 속내를 깊게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서로의 삶을 존중하는 마음이 전해지는 방송이다.

 

그리고 예상대로 유튜브 채널 속 김구라는 그 특유의 ‘츤데레’ 매력으로 아들 그리, 맛집 사장님들, 촬영하는 스태프들을 대한다. 잔소리는 아니지만 “지킬 수 있는 것만 약속”으로 공약하라는 말을 아들에게 정색하며 말하기도 하지만, 아들 숟가락 위에 반찬을 올려주는 아버지 김구라. 음식값을 받지 않겠다는 식당 사장님께는 손사래를 치며 이건 ‘내돈내산’이 원칙이라고 정색하고 강조를 하는 방송인 김구라. 늘 맛난 것만 아들과 함께 먹는 게 미안한지 촬영진에게도 젓가락 한 입씩을 건네는 방송 선배 김구라가 화면 속에 있다.​

 

사진=유튜브 채널 ‘그리구라’ 화면 캡처

 

‘그리구라’ 유튜브 채널을 보면서 ‘츤데레’ 김구라의 시크한 소통방식에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됐다. 무언가 마음 속 깊은 속내를 공유하고 나누고 긴 대화를 해야만, 어떤 이와 진정한 소통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 믿음이 김구라를 통해 산산이 부서져서다. 여기에 플러스 하나 더! 이게 진정한 포인트구나 싶게 체감하게 된 김구라식 소통의 핵심전략은 소통하고 싶은 이와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는 것. 사람의 마음이 말캉하게 노근해 지는데 오감을 만족시켜주는 맛난 음식처럼 강한 무기가 어디 또 있을까? 여기에 먹는 것을 함께 하는 행위로 의미부여할 수 있는 ‘식구’로서의 의미까지 가미가 되니, 실제 가족이기도 한 그리와의 소통 깊이는 촬영이 더해질수록 더 단단해 진다. 얼핏 보면 꼰대처럼 보이지만, Z세대 아들과 시시콜콜 속내를 깊게 이야기 하지 않고도, 서로의 삶을 존중할 줄 아는 멋진 아빠의 소통법이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싶다.

 

‘츤데레’ 매력으로 Z세대 아들에게도 ‘소통만랩’인 김구라를 보면서 우리들의 ‘라떼’ 부장님들도 김구라식의 시크한 소통방식을 한 번 배워보면 어떨까 싶었다. 젊은 세대들과 소통하고 싶다면 그들의 맛집부터 물어보고 그곳에서 그들과 식사 한 끼를 함께 해보길 권한다. 식사 도중의 대화도 소통하려고 억지로 노력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흐름에 맡겨보시길. 맛있는 밥 한 끼를 함께 하면서, 지극히 일상적인 순간을 상대와 함께 공유하는 것. 이 별 거 아닌 시도만으로 당신이 진심으로 소통하고 싶은 이와는 그렇게 ‘찐소통’의 시작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다. ​ 

 

필자 김수연은?

영화전문지, 패션지, 라이프스타일지 등, 다양한 매거진에서 취재하고 인터뷰하며 글밥 먹고 살았다. 지금은 친환경 코스메틱 세제 브랜드 ‘베베스킨’ ‘뷰가닉’ ‘바즐’의 홍보 마케팅을 하며 생전 생각도 못했던 ‘에코 클린 라이프’ 마케팅을 하며 산다. 

김수연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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