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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안리 전세 피해①] 20대 청년의 67억 무자본 투자가 '무사통과'라니…

대출 60% 전세금 40%으로 아파트 24채 사들여…전세보증금 받아 잔금 치른 이상한 거래

2021.11.01(Mon) 16:17:13

[비즈한국] 전세 피해 유형 가운데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건 은행에 이자를 갚지 못해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경우다. 비즈한국이 주목한 부산 광안리 아파트 임대인은 1994년생이다. 그는 신축 아파트 24채를 분양받기 위해 은행에서 40억 원을 빌렸고, 이자를 갚지 못해 집이 경매에 넘어갔다. 겨우 1년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위기는 고스란히 세입자들에게 전가됐다. 20대 청년이 어떻게 40억 원을 대출받을 수 있었을까? 세입자들의 전세 보증금은 어디로 갔을까? 전국에서 유사한 사건이 반복되지만 피해를 막을 법적 장치 마련은 요원해 보인다.

 

사건이 일어난 A 건물은 부산 수영구 광안동에 있는 주상복합 아파트다. 지난해 3월 광안리해수욕장에서 100미터가량 떨어진 대로변에 지하 1층~지상 19층 규모 한 동으로 조성됐다. 건물 앞에 버스정류장, 도보 10분 거리에 지하철 금련산역이 있어 시내 접근성이 뛰어난 데다 높은 층에서는 창문 밖으로 바다를 볼 수 있다. 건물은 1~2인 가구를 겨냥한 전용면적 25㎡(8평)~49㎡(15평) 규모 중소형 아파트 89세대와 오피스텔 54호, 상가 2호로 구성됐다.

 

20대가 매입·임대했다 경매에 넘어간 부산 수영구 광안동 A 주상복합 아파트. 사진=차형조 기자

 

#광안리 아파트 24세대, 67억에 사들여 임대한 20대 

 

사건의 중심에 선 김 아무개 씨(27)는 지난해 4월 이 아파트 24세대를 분양받았다. 부동산등기부에 따르면 A 건물 시행사는 지난해 2월 아파트 8세대, 4월 아파트 16세대를 분양하기로 김 씨와 계약을 맺고 각각 두 달, 4일 만에 소유권을 넘겼다. 총 매매가는 67억 5100만 원, 전용면적 25㎡(8평)형은 평균 1억 7462만 원, 49㎡(15평)형은 평균 3억 3462만 원에 거래했다. 

 

김 씨는 이 아파트 구매자금 60%를 대출로 충당했다. 제2금융권인 부산B조합은 분양 당시 A 아파트에 채권최고액 총 49억 440만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통상 금융사가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줄 때는 대출액의 120%를 근저당권 채권최고액으로 잡는다. 김 씨가 이 아파트를 분양받으면서 받은 대출금은 40억 8700만 원, 실제 구매자금은 26억 6400만 원으로 추산된다. 

 

김 씨에게 대출을 실행한 부산B조합 관계자는 “물건의 임대 수익성이 좋다고 판단해 대출을 실행한 것”이라며 “해당 물건의 당시 담보대출비율(LTV)은 80%까지 가능했지만, 실제는 60% 수준으로 낮게 적용했다. 대출을 실행할 때 돈을 빌린 사람의 소득수준을 따지기는 하지만 이해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말씀드릴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분양 직후인 지난해 5월부터 A 아파트에 전세를 놓기 시작했다. A 아파트 세입자 모임에 따르면 김 씨는 8평형 기준 8000만 원, 15평형 기준 1억 5000만 원 수준의 보증금을 받고 2년간 살 전세 세입자를 들였다. 주로 인근에 학교나 직장을 둔 20~30대 청년들이었다. 현재까지 파악된 19세대 전세금은 24억 5500만 원, 아직 임차인이 확인되지 않은 5세대를 포함하면 전체 전세 보증금은 29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세입자가 8월 부산지방법원으로부터 받은 두 번째 경매 안내문. 사진=차형조 기자

 

#분양 1년 3개월 만에 경매 통보…깡통전세로 보증금 떼일 위기

 

문제는 분양 1년 3개월 만에 발생했다. 부산지방법원은 올해 7월 김 씨가 보유한 A 아파트 총 24세대를 경매에 부치기로 결정했다. 부산B조합이 김 씨가 A 아파트를 구매할 때 받은 주택담보대출금 이자를 제때 납부하지 않자 법원에 경매를 신청한 것. 집을 경매로 매각해 대출금을 돌려받기 위해서다. 김 씨에게 전세금을 맡긴 세입자들은 같은 달 경매 안내문를 받고 매각대금을 나눠달라는 배당 신청을 하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세입자 전세금은 담보대출금보다 후순위채권이다. 통상 부동산 경매로 발생한 매각대금은 채권자가 부동산등기 순서에 따라 나눠 갖는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세입자는 부동산에 임차 등기를 하지 않더라도 △전입신고를 마치고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아 △점유를 시작할 때부터 전세금을 채권으로 인정받는다. 따라서 분양 당시 부동산에 근저당권 설정 등기를 마친 부산B조합이 이후 들어온 세입자보다 매각대금을 먼저 변제받는다.

 

세입자들은 사실상 전세 보증금을 떼일 위기에 처했다. A 아파트 세입자 모임에 따르면 김 씨의 대출금(40억 8700만 원)과 전세금(29억 2500만 원)을 더한 전체 채무는 70억 1200만 원으로 아파트 분양가보다 2억 6100만 원가량 많다. 분양가 수준으로 아파트를 팔아도 대출금과 전세금을 돌려줄 수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더욱이 김 씨가 보유한 A 아파트는 중저층부 대부분이 앞 건물에 막혀 조망이 없기 때문에 경매 시 유찰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법원 경매에서 입찰한 사람이 없으면 최저매각가(감정가)에서 20%를 깎아서 다시 경매에 부친다. 

 

#집주인 “전세금으로 잔금 치러…매매로 모두 상환할 수 있다” 

 

40억 원대 대출을 일으킨 집주인은 왜 은행 이자를 내지 못했을까. 집주인 김 아무개 씨는 “나쁜 의도는 없었다. 코로나19 때문에​ 개인 사업이 잘 되지 않아 은행 이자가 두 달 밀렸는데 아파트가 바로 경매에 부쳐졌다. 채권자에게 일반 매매를 통해 매각을 할 수 있도록 경매를 6개월간 취하해달라는 제안서를 보낸 상태다. 건물이 분양가대로만 매각되면 다 돌려드릴 수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 씨는 사실상 무일푼으로 70억 원 규모의 A 아파트 24채를 구입한 것으로 보인다. 김 씨는 “세입자 전세금은 이 건물 잔금을 치르는 데 사용했다. 분양 당시 잔금은 나중(소유권 이전 후)​에 치르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 씨가 아파트 24세대를 분양받는 데 들어간 돈 67억 5100만 원에서 주택담보대출금을 뺀 잔금 26억 6400만 원은 모두 전세금으로 충당이 가능한 수준이다. 통상 매매 잔금을 치른 후에 부동산 소유권 이전이 이뤄지는데, 아파트 분양 과정에서 김 씨가 소유권 이전 후에 잔금을 치르도록 계약이 된 점은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A 아파트 임차인은 “​이 아파트 모든 피해 세입자는 부동산 거래를 많이 경험해보지 못한 청년층이다. ​전세금 1억 5000만 원 중 70~80%가 은행 대출금인데 그게 다 빚이 된다고 생각하니 앞으로 살 길이 정말 막막하고 괴롭다. 처음 계약할 때 부동산이나 집주인이 위험성을 인지할 수 있도록 전체 대출금이라든지, 24세대 중 90%를 전세로 내놓았다는지 하는 임대 현황을 조금이라도 안내해주었다면 절대 계약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엄정숙 부동산전문 변호사는 “집주인이 여러 세대를 공동담보로 대출을 받는 경우 세대별 채권을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부동산등기부에 전체 채권 규모가 나타나기 때문에 전체 담보물의 추정 전세금과 담보대출금을 합한 가격이 매매가를 넘어서는지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경매로 선순위 채권인 대출금을 변제하고 나서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더라도 판결문에 따라 10년간 집주인에 대한 채권은 유지된다. 등기 제도가 세대당 권리관계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개정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피해자들 인터뷰 [광안리 전세 피해②] "우리에게 사기 친 사람들, 제대로 처벌이라도 됐으면"으로 기사 이어집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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