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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지구는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

달 표면에 비친 지구 빛 통해 관측한 결과 태양 빛 반사하는 지구의 '알베도' 줄어들어

2021.11.01(Mon) 10:32:01

[비즈한국] 재미있는 작품을 하나 소개한다. 아래 사진은 지구에서 각기 다른 날 촬영한 달의 모습을 모아서 만든 작품이다. 짙은 남색과 회색, 노란색에서 분홍색에 이르기까지 이 다양한 달 원반의 색깔은 모두 지구의 밤하늘에서 본 실제 달의 색깔이다. 날씨와 습도, 태양-지구-달의 상대적인 위치에 따라 달의 색깔이 달라질 수 있다.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벌써 알아챘겠지만, 이 작품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표현했다. 사진을 작게 하거나 멀리서 바라보면 각기 다른 색깔의 달 사진이 하나의 픽셀이 되어서 아주 해상도가 낮은 모나리자 그림을 흉내내고 있는 걸 알 수 있다. 그래서 재밌게도 이 작품의 이름은 달로 만든 모나리자 ‘무나리자(Moonalisa)’다. 

 

무나리자의 아래쪽에 있는 초승달을 잘 살펴보자. 초승달은 지구에서 봤을 때 달의 아주 얇은 일부분만 태양 빛을 반사하고 있어서 얇은 손톱 모양으로 달이 보이는 현상이다. 태양 빛이 비추는 절반이 달의 낮이라면, 태양 빛이 비추지 않는 나머지 깜깜한 절반은 달의 밤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당연히 태양 빛을 반사하는 달의 밝은 부분은 지구에서 볼 수 있다. 그런데 태양 빛을 반사하지 못해 깜깜해야할 것만 같은 달 원반의 나머지 부분도 신기하게 지구에서 분명하게 볼 수 있다. 초승달이 뜬 날 달을 유심히 살펴보자. 밝게 빛나는 얇은 손톱 모양의 초승달 바로 옆에 어스름한 달 원반의 나머지 부분까지 모두 동그랗게 보이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초승달에서 태양빛을 받지 않는 나머지 부분도 어스름하게 그 모습이 보인다. 이를 지구조 현상이라고 한다. 사진=Emily Belanger​

 

태양 빛을 받지 못하는 달의 나머지 부분이 어스름하게 보이는 이유는 바로 지구에 반사된 태양 빛이 다시 달에 반사되기 때문이다. 이를 ‘지구조(Earthshine)’ 현상이라고 한다. 무나리자의 원작, 모나리자를 그렸던 다빈치도 이미 500여 년 전에 지구조 현상을 발견했다. 1510년경 그는 작업 노트 ‘코덱스 레스터’에 얇은 초승달과 함께 달 원반의 나머지가 함께 보이는 장면을 정확하게 묘사해놓았다. 그래서 지구조 현상을 다빈치의 빛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다빈치가 그린 지구조. 사진=Kevin Schindler 제공


지구조의 정도는 지구가 태양 빛을 얼마나 잘 반사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만약 지구가 거울처럼 아주 매끈매끈한 유리 구슬 같은 행성이었다면 지구가 반사할 수 있는 태양 빛은 더 밝았을 것이다. 지구조 역시 아주 밝았을 것이고 사실상 지구에서는 보름달에 가깝게 모든 원반이 밝게 빛나는 달만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반면 지구가 태양 빛을 전혀 반사하지 못하는 깜깜한 행성이었다면 지구조는 지금보다 훨씬 어두웠을 것이다. 초승달이 떠 있을 때도 나머지 부분이 어스름하게 보이지 않고 깔끔한 얇은 손톱 자국 모양의 달만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지구조의 밝기를 정밀하게 관측하면 우리 지구가 얼마나 태양 빛을 잘 반사하는지, 지구의 반사율(알베도)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 지구조를 꾸준히 분석한 결과 최근 예상치 못한 사실이 발견되었다. 지구의 반사율(알베도)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는 지난 10여 년 사이에 빠르게 반사율이 떨어지며 더 어두운 행성이 되어가고 있다! 지구의 낯빛은 왜 어두워지고 있는 걸까? 

 

지구의 반사율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지구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알베도는 빛을 얼마나 잘 반사하는지를 0에서 1까지로 나타낸다. 표면 전체가 하얀 얼음과 눈으로 덮여 있는 토성의 위성 엔셀라두스의 경우, 알베도가 거의 0.9에 가깝다. 이곳으로 비추는 태양 빛을 거의 대부분 반사해 아주 밝게 보일 수 있다. 1970년경 관측된 지구의 알베도는 대략 0.3이었다. 즉 지구로 쏟아지는 태양 빛의 약 30퍼센트를 반사할 수 있다. 하지만 지구의 알베도는 일정하지 않다. 지구의 하늘을 덮고 있는 구름의 양과 빙하의 면적, 기상 현상 등에 의해 조금씩 달라진다. 천문학자들은 1998년부터 2017년까지 지구의 알베도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관측했다. 

 

지구조를 관측하는 데 쓰인 빅베어 태양 천문대. 사진=BBSO


이번 연구에서는 두 가지 방식이 쓰였다. 하나는 달에 비추는 지구의 빛, 지구조의 밝기를 관측하는 방법이다. 특히 오랜 시간 꾸준히 지구조의 밝기 변화를 재기 위해서 천문학자들은 캘리포니아 샌 버너디노 카운티에 있는 빅 베어 태양 천문대(Big Bear Solar Observatory, BBSO)를 활용했다. ‘프로젝트 지구조(Project Earthshine)’를 통해 초승달의 어두운 부분으로 비치는 지구가 반사한 태양 빛의 양을 측정했다. 동시에 천문학자들은 지구 주변을 맴도는 인공위성 세레스(Ceres)의 관측 데이터를 활용했다. 세레스 위성은 지구 대기의 구름에 의해 우주 공간으로 반사되는 지구의 복사 에너지의 양을 측정한다. 

 

이 그래프는 두 가지 관측 결과로 지구가 반사하는 태양 빛의 양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보여준다. 파란선은 세레스 위성으로 관측한 결과다. 검은색 선은 지구조를 관측해 추정한 결과다. 흥미롭게도 두 가지 방법 모두 지난 20여 년 사이에 꾸준히 지구가 반사하는 태양 빛의 양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구의 알베도는 ​0.5~1퍼센트 정도 더 낮아졌다! 지구의 반사율이 꾸준히 낮아지며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의 밝기가 야금야금 어두워지고 있는 것이다. 

 

이 변화는 태양 자체가 11년 주기로 활동성이 줄어들면서 태양이 어두워졌기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다. 태양 활동성과 지구의 반사율 사이에선 아무런 상관 관계를 발견하지 못했다. 순수하게 지구 대기권과 표면의 반사율이 꾸준히 줄어들어서 나타난 결과라 할 수 있다. 

 

지구의 반사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건 지구에 좋지 않은 소식이 될 수 있다. 지구가 반사하는 태양빛이 주는 만큼 점점 더 많은 태양 에너지가 고스란히 지표면에 도달하게 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즉 지구 온난화와 별개로 지구의 기온이 더욱 빠르게 오르는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창백한 푸른 점으로 보였던 지구의 모습마저 이제 점점 어두워지는 건 아닐까? 사진=NASA

 

인류의 산업 활동으로 인해 대기 중에 햇빛을 잘 흡수하는 오염 물질이 증가한 것도 이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천문학자들은 왜 지구의 반사율, 알베도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지 아직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다. 단지 지구가 햇빛을 점점 덜 반사하며 낯빛이 조금씩 어두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갓 발견했을 뿐이다. ‘창백한 푸른 점’이던 지구가 먼 미래엔 더 어둡고 희미해진 ‘어렴풋한 검은 점’이 되는 것이 아닐까? 

 

사실 하늘의 거대한 달은 지구에 반사된 태양 빛뿐 아니라 우주의 다양한 빛을 비추는 거대한 반사판 역할을 한다. 실제로 우리 은하수 속 별들의 전파 빛들이 달 표면에 반사된 모습도 관측할 수 있다. 

 

사진=Dr Ben McKinley, Curtin University/ICRAR/ASTRO 3D. Moon image courtesy of NASA/GSFC/Arizona State University

 

이 사진은 호주 사막에 있는 머치슨 전파 어레이(Murchison Widefield Array, MWA)를 통해서 달 표면의 전파를 관측한 것이다. 달 사이를 밝게 가로지르는 전파 빛들은 놀랍게도 달에 반사된 은하수 속 별들의 전파 빛들이다. 시야가 좁은 전파 망원경은 한꺼번에 은하수 전체를 담지 못한다. 하지만 이렇게 달에 반사된 전파 빛을 활용하면 한꺼번에 넓은 영역의 은하수 전파를 관측하며 지도를 그릴 수 있다. 

 

이처럼 천문학자들은 하늘의 거대한 달을 하나의 커다란 거울 삼아 지구와 은하수를 비춰보며 우주를 바라본다. 오늘밤 하늘에 뜬 달을 바라보며 그 달에 비추고 있을 당신의 희미한 얼굴 빛을 눈에 담아보는 건 어떨까? 비록 지구는 점점 어두운 행성이 되어가고 있지만, 분명 당신의 얼굴에 반사된 태양빛도 이 창백한 푸른 점의 희미한 모습에 함께 섞여 있을 것이다. 

 

참고

https://agupubs.onlinelibrary.wiley.com/doi/10.1029/2021GL094888

https://www.bbso.njit.edu/Research/EarthShine/

https://academic.oup.com/mnras/article/481/4/5034/5091824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galaxy.wb.z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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