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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우리 은하는 우리가 알던 나선은하가 아닐지도 모른다

나선팔서 삐져나온 '잔가지' 발견…뚜렷한 나선팔 아니라 양털구름 같은 원반 은하일 가능성

2021.10.25(Mon) 10:45:40

[비즈한국] 나무로 가득 찬 거대한 숲 한가운데 갇혀 있는 상상을 해보자. 움직일 수 있는 거리는 고작 주변 몇 발자국뿐. 그런 상황에서 숲 전체의 지도를 그려보라고 한다면 어떨까? 드론을 띄워서 위에서 숲을 내려다본다면 쉽게 숲의 지도를 그릴 수 있겠지만 숲 안에 갇힌 상태로는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할 수 있는 건 그저 사방의 나무에 숨어서 울고 있는 새들의 희미한 울음 소리를 들으며 새들의 둥지가 있는 나무들이 대략 어느 방향에 얼마나 먼 거리에 있는지를 유추하는 것뿐이다. 수많은 새들이 함께 노래하는 소란스러운 숲속에서 새들의 희미한 울음 소리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빈 종이 위에 유추한 둥지의 위치를 하나하나 찍어갈 수 있다. 

 

슬프게도 우리 은하를 연구하는 인류의 신세가 이와 비슷하다. 우리는 1광년도 넘지 못하는 비좁은 태양계에 갇힌 채, 지름 10만 광년에 달하는 거대한 우리 은하의 전체 지도를 그려 나가고 있다. 밤하늘 여러 방향에 놓인 별과 가스 구름까지의 거리를 유추하고 빈 지도 위에 이들의 분포를 하나하나 찍어나가며 지금의 우리 은하 지도를 완성했다. 

 

현재 우리 은하는 중심에 뚜렷한 막대 구조와 함께 사방에 휘감긴 거대한 네 개의 나선팔로 이루어진 거대한 막대 나선 은하로 추정된다. 그런데 최근 우리 은하의 실제 모습이 이와는 크게 다를 수 있다는 새로운 징후가 발견되었다. 어쩌면 우리 은하는 서네 개의 뚜렷한 나선팔을 휘감고 있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세밀한 깃털 같은 구조로 얽혀 있는 양털 구름 같은 모습의 원반 은하일지 모른다! 과연 우리 은하의 진짜 모습은 무엇일까? 새롭게 추가된 우리 은하의 최신 몽타주를 확인해보자. 

 

우리 은하 나선팔에서 발견된 3000광년 길이의 수상한 구조물의 정체는 무엇일까?

 

우주에 있는 나선 은하는 그 나선팔의 종류와 휘감긴 형태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한다. 우선 뚜렷한 단 두 개의 나선팔이 휘감긴 ‘그랜드 디자인(Grand design)’ 나선 은하가 있다. 나선 은하 전체의 약 10%가 여기에 속한다. 우리 은하처럼 단 두 개가 아닌 여러 개의 나선팔로 휘감긴 ‘다중 나선팔(Multi-arm)’ 나선 은하가 있다. 나선 은하 전체의 가장 많은 약 60%가 여기에 속한다. 

 

그리고 뚜렷한 나선팔이 구분되지 않고 마치 몽글몽글한 양털, 솜털 구름처럼 가스 구름이 가득 채워진 종류가 있다. 이를 ‘양털 같은(Flocculent)’ 나선 은하라고 부른다. 나선 은하 전체의 약 30%가 이런 모양을 갖고 있다. 게자리 방향의 NGC2775, 머리털자리 방향의 NGC4298과 4414, 그리고 사냥개자리 방향의 M63(해바라기 은하) 등이 대표적인 양털 나선 은하다. 

 

다양한 양털 같은 나선 은하들의 모습.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게자리 방향의 NGC2775, 사냥개자리 방향의 M63(해바라기 은하), 머리털자리 방향의 NGC4298과 4414. 사진=NASA

 

뚜렷한 메인 나선팔 없이 그저 복실복실 얽혀 있는 깃털, 양털처럼 보이는 이런 종류의 나선은하는 우리가 알고 있는 우리 은하의 익숙한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그런데 어쩌면 우리 은하도 이런 모습의 나선 은하인지도 모른다! 

 

우리 은하의 지도를 그릴 때 특히 별에 비해서 가스 구름의 정확한 거리를 재는 것은 훨씬 까다롭다. 가스 구름의 실제 크기가 얼마인지 알기 어렵고, 같은 방향에 보이는 별들이 가스 구름보다 더 가까운 거리에 있는 별인지, 가스 구름 너머 뒤에 있는 배경 별인지, 아니면 가스 구름과 정말 비슷한 거리에 놓여 그 구름 속에 속한 별인지 분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전히 우리 은하 속에 분포하는 가스 구름들의 지도는 오차 범위가 크다. 거리 측정이 더 정밀해지면서 가스 구름의 분포를 반영한 우리 은하의 지도는 계속해서 업데이트되고 있다. 

 

천문학자들은 최근 우리 은하 원반 속에서 한창 별이 태어나고 있는 다양한 별 형성 가스 구름들을 스피처 적외선 우주 망원경으로 세밀하게 관측했다. 이 프로젝트를 ‘Galactic Legacy Infrared Mid-Plane Survey Extraordinaire(GLIMPSE)’라고 부른다. 그리고 정확하게 그 가스 구름 속에 포함된 별들을 선별했다. 이후 최근까지 우리 은하 속 별들의 정밀한 거리 분포 지도를 그리고 있는 가이아 위성의 데이터를 함께 활용해 가장 정밀한 가스 구름과 별들의 분포 지도를 그려냈다. 

 

현재 알려져 있는 막대 나선 은하의 모습을 한 우리 은하의 상상도. 우리는 아직 우리 은하 바깥까지 탐사선을 날려보낼 수 없다. 아쉽지만 우리 은하의 모든 그림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추정한 상상도다. 이미지=NASA

 

특히 이번 연구에선 우리 은하의 거대한 메인 나선팔 중 하나인 궁수자리 나선팔 주변 영역에 집중했다. 궁수자리 나선팔을 따라 독수리 성운, 오메가 성운, 삼렬 성운, 그리고 석호 성운 등 아주 유명한 ‘네임드’ 성운들이 놓여 있다. 천문학자들은 이 아름다운 성운 속 별까지 거리를 정밀하게 반영해 이들이 궁수자리 나선팔을 따라 어떻게 놓여 있는지 확인했다. 이전까지는 당연히 이 가스 구름과 별들이 정확하게 궁수자리 나선팔을 따라 놓여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에 새롭게 그려낸 지도에선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나선팔이 얼마나 타이트(Tight)하게 휘감겨 있는지 그 정도는 나선 모양의 소용돌이가 뻗어나가는 각도 ‘피치 앵글(Ptich angle)’로 표현할 수 있다. 이 각도가 0이면 나선이 아닌 완벽한 원을 그린다. 각도가 커질수록 둥근 원에서 벗어나 점점 소용돌이치는 나선을 그린다. 현재 궁수자리 나선팔의 피치 앵글은 약 12도다. 그런데 천문학자들이 새로 측정한 거리를 반영해 그린 주변 가스 구름, 성운의 분포는 이 궁수자리 나선팔에서 확연하게 어긋난다. 

 

궁수자리 나선팔에서 벗어나 있는 새로 발견된 가스 구름의 흐름은 무려 3000광년 길이로 뻗어 있다. 그리고 이 구조물은 궁수자리 나선팔과는 완전 다른 약 60도의 훨씬 큰 피치 앵글을 그린다. 그 분포를 보면 궁수자리 나선팔에서 분명 삐죽 확연하게 다른 각도로 삐져나와 있다. 궁수자리 나선팔이 우리 은하의 거대한 팔 다리라면 그 팔과 다리에 난 아주 기다란 팔털, 다리털을 하나 새롭게 발견한 셈이다. 그 다리털의 길이만 무려 3000광년이다! 

 

천문학자들은 이 구조를 우리 은하 나선팔의 잔가지, ‘브레이크(Break)’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이 잔가지의 존재가 암시하는 건 무엇일까? 

 

궁수자리 나선팔에서 발견된 나선팔의 잔가지의 모습. 사진=NASA


실제로 우리 은하 바깥 다양한 외부 은하에선 이런 나선팔의 잔가지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뚜렷하고 거대한 메인 나선팔에서 완전 다른 각도로 마치 팔다리에 난 작은 깃털처럼 여러 가닥의 작은 잔가지 나선팔들이 뻗어나온다. 그리고 이 잔가지, 나선팔의 깃털을 따라 많은 가스 구름 속에서 별들이 활발히 탄생하고 있다. 천문학자들은 이러한 나선팔의 깃털이 바로 그 은하가 얼마나 활발하게 새로운 별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은하 전체의 생명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특징 중 하나일 것이라 추정한다.

 

그리고 이러한 잔가지, 나선팔의 깃털 같은 구조들이 아주 많아지고 서로 복잡하게 얽히면 바로 양떼 구름처럼 보이는 ‘양털 같은’ 나선 은하의 모습이 완성된다. 이런 ‘양털 같은’ 나선 은하들은 연달아 벌어지는 폭발적인 별들의 탄생으로 인해 만들어진다고 추정한다. 먼저 길게 이어진 한 가스 구름의 흐름 속에서 새로운 별들이 태어난다. 이 별들이 빠르게 진화를 마치고 거대한 폭발과 함께 주변에 있는 가스 물질들을 사방으로 밀어낸다. 그 충격파로 인해 불려나간 가스 물질은 다시 조금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새롭게 압축된다. 밀려나가 압축된 가스 구름 속에서 또 다시 별들이 태어난다. 또 이 새로 태어난 별들이 죽으면서 폭발하면 다시 또 그 옆의 가스 구름이 불려나가고 다시 이어서 새로운 별들이 태어나는 과정이 연속적으로 이어진다. 

 

이 과정을 통해 단 몇 개의 거대한 나선팔이 아니라, 작은 깃털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는 양털 같은 모습의 나선 은하가 완성될 수 있다. 이러한 가설을 ‘확률적이고 자발적으로 퍼져나가는 별 형성(SSPSF, stochastic self-propagating star formation)’ 모델이라 부른다. 

 

은하 원반에서 연이어 벌어진 별 탄생으로 양털 구름과 같은 모습의 은하 원반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구현한 시뮬레이션. ​

 

이러한 모델은 중간중간 별들의 흐름이 정체되는 교통 체증 구간이 발생하면서 뚜렷한 나선팔의 모습이 그려진다고 설명하는 기존의 밀도파(Density wave) 이론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최근까지 단순히 뚜렷한 나선팔을 네 개 정도 갖고 있다고 알려져 있던 우리 은하의 모습은 밀도파 이론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에 새롭게 발견된 우리 은하 나선팔의 거대한 잔가지, 브레이크의 존재는 우리 은하를 설명하기 위해선 완전히 다른 시나리오가 필요할지 모른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우리는 이제야 첫 번째 잔가지를 하나 발견했다. 이번에 발견된 3000광년 길이의 잔가지가 우연히 궁수자리 나선팔에서만 하나 삐져나왔는지, 아니면 다른 나선팔에서도 아직 발견하지 못한 또 다른 잔가지들이 잔뜩 숨어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어쩌면 우리 은하의 나선팔은 매끈한 나선팔만 갖고 있던 것이 아니라, 팔털과 다리털이 복실복실하게 잔뜩 나 있는 털복숭이 양털 같은 나선 은하였을지 모른다. 언젠가 또 다른 많은 수천 광년 길이의 잔가지들이 연이어 발견된다면 우리에게 익숙했던 교과서 속 우리 은하의 상상도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업데이트될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는 수억 광년 멀리 떨어진 다른 외부 은하들의 모습은 실컷 보면서 정작 우리가 살고 있는 우리 은하의 모습은 한눈에 담을 수 없다. 물론 다른 외부 은하에 살고 있는 존재도 사정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는 우리 은하의 모습을 알 수 없다. 안드로메다은하에 사는 외계인들은 안드로메다의 모습을 알 수 없다. 마치 거울이 없는 세상을 살고 있는 듯한 기분이다. 남들의 얼굴은 실컷 볼 수 있지만 정작 나 자신의 얼굴은 비춰볼 수 없다. 그저 거울도 보지 못하고 눈을 감은 채 얼굴 곳곳을 더듬으며 나 자신의 몽타주를 어설프게 그려갈 뿐이다. 안드로메다은하에 살고 있는 존재들이 자신의 밤하늘에서 보고 있을 우리 은하는 어떤 모습일까? 

 

참고

https://iopscience.iop.org/chapter/978-1-6817-4609-8/bk978-1-6817-4609-8ch5.pdf

https://www.aanda.org/articles/aa/full_html/2021/07/aa41198-21/aa41198-21.html

https://www.nasa.gov/feature/jpl/astronomers-find-a-break-in-one-of-the-milky-way-s-spiral-arms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1086/506589/pdf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galaxy.wb.z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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