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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부 길고양이 중성화 2차 개정안, 이번엔 혹서기·혹한기 논란

임신묘·수유묘 등 대상서 제외했지만 장마철·혹서기·혹한기 온도 조건 두고 갑론을박

2021.10.21(Thu) 14:34:55

[비즈한국]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TNR·Trap-Neuter-Release, 포획-중성화-제자리 방사)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이 끊임없다. 지난 7월 정부가 2kg 미만 고양이와 임신묘, 수유묘를 중성화 대상에 포함하는 개정안을 내놓자 동물보호단체를 중심으로 ‘동물복지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일었다(관련기사 개체수 감소에 초점 맞춘 길고양이 중성화 개정안, '동물권'은 어디에). 이에 정부는 8월에 전문가,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과 회의를 거쳐 최근 새로운 개정안을 내놨다. 새 개정안에 대한 의견은 25일까지 받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여전히 아쉽다는 반응이 제기된다.

 

#혹서기·혹한기·장마철 포획 가능 조건 명시

 

8월 정부, 전문가,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이 모여 회의를 거쳐, 최근 새로운 고양이 중성화사업 실시 요령 개정안이 나왔다. 그러나 일각에선 여전히 아쉽다는 반응이 제기된다. 사진=김명선 기자


지난 5일 농림축산식품부는 ‘고양이 중성화사업 실시 요령’ 일부개정안(2차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지금과 달라지는 주요한 내용은 장마철·혹서기·혹한기에 수술 및 포획이 가능한 조건을 정했다는 점이다. 현재는 ‘장마철·혹서기·혹한기 등 외부환경 요인으로 중성화 수술 후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중성화 사업을 일시적으로 중단할 수 있다’고만 명시돼 있다.

 

농림부 개정안에는 △장마철 3일 이상 비가 올 경우 △여름철 낮 최고 기온이 30℃ 이상 7일간 지속하는 경우 △겨울철 낮 최고 기온이 0℃ 이하로 3일 이상 지속하는 기간에는 포획을 자제해야 한다는 내용이 새로 담겼다. 중성화 수술 이후 방사하는 경우에도 장마철에는 비를 피할 수 있는 환경에서, 여름철에는 아침 또는 저녁 등 하루 중 기온이 낮은 시간대에 방사해야 한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겨울철에는 낮 최고 기온이 0℃ 이하로 3일 이상 지속할 경우 방사를 자제해야 한다.

 

길고양이의 상태나 방사 시 날씨 등을 고려해 수의사가 보호 기간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방사시기를 늦출 수 있고 개체관리카드에 사유를 기록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수의사는 수술 중 감염을 최소화할 수 있는 환경에서 멸균된 수술기구를 이용하고, 고양이가 마취에서 회복되기 전 진통제를 투여하는 등 통증을 관리해야 한다는 조항도 신설됐다.

 

지난 7월 농림부가 내놓은 1차 개정안과 비교해 달라진 부분도 있다. 몸무게 2kg 미만이나, 수태(임신)와 포유(수유)가 확인된 고양이도 수의사 판단에 따라 중성화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을 삭제하고, 현행대로 해당 개체가 포함된 경우 즉시 방사하도록 했다는 점이다. 이들 고양이의 경우 생존에 위협이 된다는 의견이 적잖았다. 이 외에도 마취 또는 수술 중 수태나 포유가 확인된 경우 충분한 회복기간을 거친 후 방사하고, 마취 중 포유가 확인되면 즉시 방사해야 한다는 조항이 생겼다.

 

사진=농림부 ‘고양이 중성화사업 실시요령 일부개정안 행정예고문’ 캡처


#사실상 사계절 내내 중성화…환경 열악한 지방 상황 우려

 

가장 문제시됐던 2kg 미만의 생후 4개월령 고양이, 임신·수유묘에 대한 수술 길을 닫았지만, 일부 동물보호단체 및 캣맘 사이에서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장마철과 혹한기·혹서기에도 사업이 가능토록 한 데 우려를 표시했다.

 

전국길고양이보호단체연합(전길연)은 의견서에서 “장마철에는 고양이가 먹이를 구하러 다니기 쉽지 않고 포획 틀에서 방치될 가능성이 크다. 기준을 둘 게 아니라 포획과 방사를 중단해야 한다. 또 사람이 견디기 힘든 혹서, 혹한의 날씨에도 정부가 제시한 기준에만 해당하지 않으면 된다는 식으로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현재는 일기예보 예측률 저하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포획하고 방사하는 순간의 온도를 고려하는 것만으로는 동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다만 봄, 가을철 ‘아깽이(새끼 고양이) 대란’을 방지하기 위해 2월 사업 시행은 긍정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서울·경기도 이외 지역의 사업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컸다. 황미숙 전길연 임시대표는 “지금은 방사 이후 고양이 돌봄에 대한 관리주체도 명확하지 않고 시스템도 마련돼 있지 않다. 처벌 조항도 없으니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 그런데 시설도 노후하고 경험 있는 수의사가 부족한 지역에서 사실상 사계절 내내 중성화 수술을 하고 또 방사할 수 있게 하면 생명을 잃는 고양이만 많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얘기는 정부가 1차 개정안을 내놓은 이후 진행된 회의록에도 담겨 있었다. 당시 전길연을 포함해 한국고양이보호협회, 대한수의사회는 장마철·혹한기·혹서기 수술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대한수의사회는 “수술을 하면 면역력에 문제가 생기는데 영하의 온도에 방사하면 체력적으로 버티기가 힘들다. 온도에 대한 매뉴얼은 필요하지만, TNR 사업을 하며 드러난 문제는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오는 새로운 매뉴얼은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다만 현재 1~2월에 태어나 열악한 환경에서 죽는 고양이들이 많으니, 혹서·혹한기 수술을 허용하되 온도의 기준을 명확히 해서 안전한 TNR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지난 1월 전국 대부분 지역에 한파특보가 발효돼 서울 영등포구 한강이 얼어붙은 모습. 사진=최준필 기자

 

농림부 동물복지정책과 관계자는 “예산을 지자체에 2월에 내려보내고 지자체에서는 준비를 해 3월에 시행한다. 그런데 4~5월에는 새로 고양이들이 태어나고, 6~7월엔 장마철이다. 그다음엔 혹서기가 오고, 가을에 임신묘들이 생긴다. 그러고 나면 혹한기다. 인간과 동물의 공존을 위해 시작한 TNR인데 정작 TNR을 할 시간이 없다. 때문에 지침을 정해 지자체 여건에 맞게 하도록 하되, 동물 복지를 위해 온도를 정하자는 거다. 다만 지역별로 온도가 다른 부분에 대한 고민은 있다”고 설명했다.

 

합리적인 온도 기준을 정하더라도 일일이 지켜가면서 고양이들을 포획하고 수술·방사하는 게 가능할까. 이 관계자는 “온도는 결국 포획업자, 캣맘, 동물병원에서 각자 잘 준수할 수밖에 없다. 다만 고시에 기준을 정해뒀기 때문에 안 지키는 사업자에 대해서는 지자체가 지침 위반으로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규정위반 사업대상자에 대한 처벌 및 제재방안이 전무하다는 말에는 “실시 요령이기 때문에 큰 틀에서 정할 수밖에 없다. 실질적인 관리감독은 지자체가 각자 해야 하는 것”이라며 “또 너무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면 TNR을 하려는 사업자가 없다. 활성화되지 못하면 결국 TNR 사업 취지 자체가 무색해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 수의사는 “지구온난화로 통상 6~7월에 오던 장마가 더 늦춰지기도 하고 추위가 빨리 찾아오기도 한다. 따라서 장마철, 혹서기, 혹한기 TNR을 무조건 반대하기보다는 일기예보를 참고해 중성화 수술 시기를 유동적으로 정하는 게 현실적이다”며 “병원에서 한 달에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을 30마리 하면 현재 지원금은 450만 원이다. 병원에서 사업 초창기 25만 원 정도의 포획틀을 30개 정도 구입한다. 1년이 지나면 포획틀 대부분이 없어져 다시 사야 한다. 또 차량이 있는 포획업자를 고용하는 데 드는 인건비, 마취비 등을 빼면 사실상 손해다. 이런 상황에서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 TNR을 하지 않으려는 동물병원이 많이 생겨날 수 있는 점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지자체는 공간, 수의사는 수술, 캣맘은 돌봄…시스템 정비 필요

 

TNR이 ‘고양이 개체 수 감소’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동물 복지를 신경 쓰면서 인간과 공존하도록 흘러가려면, 다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공통으로 나온다. 사진=김명선 기자


개정안에 대해 동물보호단체가 문제를 지적하는 부분은 또 있다. 포획 24시간 전후로 수술을 시행하도록 조정해야 한다는 것. 현행안과 2차 수정안은 ‘포획 기준으로 만 48시간 이내에 실시한다’고 적혀 있다. 다만 개정안에는 ‘건강상태 등으로 인해 48시간 이내에 수술이 어려운 경우 개체관리카드에 사유를 기록해야 한다’는 조항이 추가됐다.

 

황미숙 전길연 임시대표는 “대부분 병원에서 진료를 보다 보니 아침에 포획된 고양이들이 다음날까지 쫄쫄 굶으며 기다리는 경우도 많다. 포획업자들이 포획하는 과정에서 하루를 보내고, 병원에 가서 장기간 밥을 못 먹은 상태에서 수술을 하면 폐사율이 높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서 농림부 관계자는 “고양이가 안정기를 가진 후 수술을 해야 안전하리라 생각했다. 이 부분은 좀 더 검토해봐야 할 사항”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TNR이 ‘고양이 개체 수 감소’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동물 복지를 신경 쓰면서 인간과 공존하도록 흘러가려면, 다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공통으로 나온다. 황 임시대표는 “굵직한 농림부 고시 아래 세부적인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 또 사업 주체와 시설에 대한 상벌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의 수의사는 “TNR 사업에 참여하려는 병원이 지역수의사회에서 인증을 받게끔 하는 방안이 있다. 정부가 수술할 공간을 마련하고, 의사는 그곳에 가서 잘하는 수술을 하고, 돌봄은 캣맘이 할 수 있는 전반적인 시스템 정비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앞서의 농림부 동물복지정책과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에 대한수의사회 또는 지부를 사업시행자로 넣은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민원 해결식 TNR이 아닌, 지자체에서 (논의할) 장소를 제공하고 지역 수의사회에서 주도해 포획할 영역을 정하고 수술을 시행할 의사를 선정해 서로 도우면서도 감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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