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Story↑Up > 엔터

[라떼 부장에 고함] '골 때리는 그녀들'에게 배우는 후회 없는 열정, 그리고 행복

축구 경험 전무한 여자들의 '좌충우돌'…잘하든 못하든 열정과 도전이 주는 기쁨

2021.10.12(Tue) 17:23:38

[비즈한국] 갱년기인가. 요즘 이상하게 TV 예능 프로그램을 보다가 눈물을 흘리게 된다. 얼마 전 최고 시청률 기록을 내고 시즌 1의 막을 내린 SBS ‘골 때리는 그녀들’(골때녀) 때문이다. 여성 멤버들로만 구성된 6개 축구팀의 리그전을 그린 예능 ‘골때녀’는 지난해 추석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등장했다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올 여름 정규 방송으로 탄생한 예능 프로그램이다. 

사진=sbs ‘골 때리는 그녀들’ 화면 캡처


6개 팀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평균 나이 48세 연예인 싱글녀들로 팀을 이룬 ‘FC 불나방’,  에너지 넘치는 개그우먼팀인 ‘FC 개벤져스’, 국가대표 선수 출신이거나 국대 가족이 모인 ‘FC 국대 패밀리’, 유명 패션모델로 팀을 구성한 ‘FC 구척장신’, 액션 여배우가 모인 ‘FC 액셔니스타’, TV로 이름을 알린 여성 외국인의 모임인 ‘FC 월드 클라쓰’까지. 각양각색의 멤버 구성이 눈에 띈다.

축구 경험이 거의 전무한 여자들의 좌충우돌 축구 리그전. 자칫 우스꽝스러운 스포츠 예능으로 전락할 줄 알았던 골때녀가 시청자들을 열광하게 만들고 필드 속 그녀들과 함께 눈물 흘리게 만든 비결은 무엇일까. 그건 다름 아닌 출연진과 그들이 각각 속한 팀을 통해 보여준 성장 드라마의 서사에 있다. 파일럿 프로그램 당시에는 축구의 룰도 잘 모르고 헛발질하기 일쑤였던 약체팀의 선수들이 축구에 빠져 4개월간 특훈을 통해 놀랍도록 변모한 모습은 한 편의 영화가 따로 없을 정도로 드라마틱했다.

사진=sbs ‘골 때리는 그녀들’ 화면 캡처


이 작은 축구공이 대체 뭐라고! 골때녀의 선수들은 죽을힘을 다해, 오로지 축구가 잘하고 싶어 본업 외의 시간에도 쉼 없이 연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FC 개벤져스’의 주장 신봉선은 “내 삶이 축구 외엔 다 엉망이 됐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FC 구척장신’의 모델 이현이는 경기 뒤 인터뷰에서 “인터뷰할 기운이 남아 있는 게 열심히 한 것 같지 않아 화가 난다”라는 말을 한다. 참으로 놀라운 축구사랑이다. 
 
경기 도중 발가락이 뽑히고, 다리와 눈에 시퍼렇게 멍이 들고, 다리뼈에 금이 가도 “저 뛸 수 있어요!”라고 간절히 말하는 사람들. 축구공 한 골로 오가는 팀의 승패에 격한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고 그녀들은 그라운드에 몸을 던진다. 이 예능 프로그램 이름의 또 다른 함의처럼 참말로 ‘골 때리는 그녀들’이다. 축구를 일절 해본 적이 없는 여성들이 모여 축구를 연습하고 팀으로 연대하고, 잘하든 못하든 최선을 다하고 행복해하는 열정이 그렇게 멋질 수가 없다. 그러니 치열한 몸싸움 끝에 골을 넣고 기뻐하는 그녀들과 함께 웃고, 상대팀과의 경기에 졌어도 최선을 다하는 그녀들의 눈물과 땀방울에 함께 울 수밖에 없었다.

사진=sbs ‘골 때리는 그녀들’ 화면 캡처


지난 몇 개월간 골때녀를 열렬히 시청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패스조차 제대로 되지 않던 그녀들이 열정의 노력 끝에 세트플레이를 보여주고, 유효슈팅을 거침없이 때리는 인생의 변화. 그 변화의 중심에 있는 감정은 과연 무엇일까? 흥미로운 건 경기에서 이기든 지든 골때녀 속 그녀들은 모두 행복하다는 것. 그러니 그 변화로 인해 생기는 감정은 내 열정에 대한 후회 없이, 내가 원하는 것을 원 없이 해봤다는 성취의 기쁨과 행복이 아닐까 싶다. 

세상엔 죽도록 노력해도 우리가 못해내는 일들이 꽤 있다. 그럴 때마다 대부분의 사람은 우울한 좌절모드라고 말한다. 그럴 땐 스스로를 더 이상 자학하지 말고 골때녀 속 그녀들의 뜨거운 열정을 ‘쓱’ 한 번 꺼내 보길 바란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슬럼프거나 혹은 다소 무기력한 인생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면, 골때녀 시즌 1을 완결해 보시길.

보고 나면 골때녀 선수들의 박력 넘치는 축구 열정에 매료될 테고, 그녀들의 거침없는 열정과 동기부여에 푹 빠지게 될 것이다. 축구를 미치도록 좋아하고 최선을 다했기에 경기 승패와 상관없이 참말로 멋진 ‘골때녀’들처럼, 인생을 그녀들처럼 살아낸다면 적어도 후회는 없지 않을까.

필자 김수연은?
영화전문지, 패션지, 라이프스타일지 등, 다양한 매거진에서 취재하고 인터뷰하며 글밥 먹고 살았다. 지금은 친환경 코스메틱&세제 브랜드 ‘베베스킨’ ‘뷰가닉’ ‘바즐’의 홍보 마케팅을 하며 생전 생각도 못했던 ‘에코 클린 라이프’ 마케팅을 하며 산다.  

김수연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라떼부장에 고함] '스우파'에서 배우는 상대를 마주 보는 관계의 지혜
· [라떼부장에 고함] '쫄보' 같은 심정의 당신에게 하고픈 말, "의심하지 마!"
· [라떼부장에 고함] '꼬꼬무'에서 배우는 '청자 중심' 대화법
· [라떼부장에 고함] 방송인 홍현희를 '자존감퀸'으로 만든 제이쓴의 귀띔
· 소통 내공 33년 아나운서, 이금희에게 배우는 '인생여행 버팀법'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