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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쓰레기 그만', 재활용 문제 발등에 불 떨어진 화장품업계

제품 이미지 하락 우려에 포장재 등급 표시 화장품만 제외 논란…재활용 용기 18.7%에 불과

2021.09.24(Fri) 16:44:56

[비즈한국] 올해 뷰티 업계 트렌드는 ‘클린뷰티’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생산부터 소비까지 친환경적인 화장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었다. 피부에 해로운 성분을 제외하는 것은 물론이고 포장재까지도 환경을 생각한 제품을 선택하는 가치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생산부터 소비까지 친환경적인 화장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었다. 아모레스토어 광교의 리필 스테이션. 사진=아모레퍼시픽 제공

 

#친환경 용기로 바꾸고 있지만 속도 더뎌

 

환경 문제가 대두되며 화장품 업계는 ‘포장재’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예쁜 쓰레기’라 불리는 화장품 포장재는 플라스틱 사용량이 많으면서 재활용도 안 돼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혔다. 녹색연합, 여성환경연대 등 환경단체 등이 모인 ‘화장품어택시민행동’이 지난해 4월 화장품 용기 6000여 개를 직접 조사한 결과, 재활용이 가능한 용기는 18.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장품 업계의 용기 문제는 환경부의 ‘포장재 재질·​구조 등급 표시’ 제도 도입과 함께 불거졌다. 포장재 재질·​구조 등급 표시는 포장재의 재활용 용이성을 평가해 최우수·우수·​​보통·​어려움 등 4등급으로 나눠 표시하는 제도다. 소비재 기업은 판매하는 제품에 재활용 용이성을 표시해야 하는데 유일하게 화장품만 제외된다.

 

화장품 용기 상당수가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이라 업계에서는 ‘재활용 어려움’을 표기할 경우 제품 이미지가 떨어질 수 있다는 주장을 했고, 환경부가 이러한 업계 사정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혜 논란이 계속됨에 따라 내년부터는 화장품 역시 포장재에 재활용 용이성을 표기하도록 결정했다.

 

기술적 문제 등으로 친환경 포장재 도입이 빠르게 진행되기 어렵다보니 뷰티 업계에서는 리필 스테이션을 운영하며 용기 사용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사진=아로마티카 홈페이지

 

이에 따라 뷰티 업계는 친환경 용기 도입을 더는 미룰 수 없게 됐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애경산업, 로레알코리아 등 주요 기업은 2030년까지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을 100% 제거하고 리필 활성화를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로레알 코리아 관계자는 “순차적으로 다양한 제품군에 재활용 소재 등을 적용하고 있다”며 “올해 중순부터 재활용할 수 있도록 플라스틱 대신 유리를 사용하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재활용 유리 사용을 확대하려 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친환경 포장재 도입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제품 포장재의 플라스틱 사용량을 절감하고, 플라스틱 포장재를 사용할 경우 100% 재활용 및 재사용 또는 퇴비화를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수거한 플라스틱 공병을 재활용한 원료를 일부 제품의 원료로 사용하거나 매장용 바닥재, 집기 등에 적용하고는 있으나 올해 적용률은 20% 수준에 불과하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매년 플라스틱 공병 100톤을 재활용하고 이를 아모레퍼시픽 제품과 집기 등에 적용할 것”이라며 “적용 비율을 2025년에는 50% 수준까지 끌어올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기업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재활용이 용이한 포장재를 일부 제품에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적용 제품군이 많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화장품 용기 교체가 이른 시일 내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화장품은 제품의 안전성을 고려해 공기와 빛을 완벽하게 차단할 수 있는 용기 사용이 필수적인데, 이러한 소재 개발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아직은 전 제품에 친환경 소재 등을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업계에서 오랫동안 노력해왔던 부분인 만큼 꾸준히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엘 헤리티지 1974 이마트 죽전점의 리필 스테이션. 리필 제품은 기존 제품 대비 30%가량 저렴하다. 사진=박해나 기자


#‘화장품 리필 시대’라더니…리필 매장 겨우 10여 곳뿐

 

단시간 내 용기 변경이 어렵다 보니 업계에서는 ‘리필’ 방식도 도입하고 있다. 샴푸, 바디워시 등을 내용물만 리필해 사용할 수도 있도록 해 용기 사용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아로마티카, 더바디샵 등이 리필 스테이션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보여주기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소비자가 이용할 수 있는 운영 매장이 극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LG생활건강은 엘 헤리티지 1947 이마트 죽전점, 가로수길점 등 두 곳을 운영 중이다. 더바디샵 리필 스테이션은 강남대로점, 현대신촌점이 전부다. 아로마티카는 리필 스테이션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1곳 운영 중이며, 알맹상점 등 제로웨이스트샵 8곳에 입점해있다. 

 

아모레퍼시픽의 리필 스테이션도 아모레스토어 광교, 이마트 자영점 등 두 곳뿐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매장을 운영하며 개선점 등을 점검하는 단계로 볼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확대해나가겠지만 현재로서는 확대에 대한 구체적 논의는 없다”고 전했다.

 

리필 스테이션을 이용하는 소비자 규모도 아직은 크지 않다. 리필을 위해 사용한 용기를 세척하고 다시 챙겨가야 하는 등의 화장품 리필 문화가 낯설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아모레퍼시픽의 광교 리필 스테이션의 누적 이용객 수는 1600여 명으로 하루 평균 4~5명에 불과하다. 올해 4월 문을 연 아로마티카의 리필 스테이션은 평일 기준 방문객 수가 20~30명으로 집계됐다. 

 

아로마티카 관계자는 “7~8월 공병 회수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이전보다 많은 고객이 방문했다”며 “해당 기간 방문자 수는 평일 평균 40~50명, 주말 약 100명 수준”이라고 밝혔다.

 

녹색연합 측은 “플라스틱 포장재 저감을 위해서는 소분(리필)을 통해 용기를 재사용해야 한다”며 “화장품 업계의 대용량 리필 제품의 개발과 보급, 리필이 쉬운 재사용 용기 개발, 리필형과 교체형 제품군 확대 등이 필요하다”며 변화를 촉구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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