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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의 비결] 바닷가 작은 빵집에서 시작된 일본 '소금빵' 열풍

어시장에서 입소문 나기 시작해 하루 6000개씩 팔려 "버터 듬뿍, 좋은 암염 사용"

2021.09.21(Tue) 13:07:04

[비즈한국] 일본에서 대히트한 ‘시오빵(소금빵)’은 평범하다 못해 소박한 모양이다. 그러나 한 입 베어 물면 입 안 가득 퍼지는 버터의 풍미와 짭짤한 소금의 맛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담백한데도 중독성이 강해 계속 찾게 되는 ‘매혹의 빵’이다. 

 

이제는 동네 빵집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시오빵이지만, 원조는 일본 에히메현에 있는 작은 빵가게다. 가게 이름은 ‘팡 메종(Pain Maison)’. 쪽빛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한적한 마을에 있다. 1996년 창업해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빵집으로, 특히 이곳에서 굽는 시오빵은 말 그대로 불티나게 팔린다. 많게는 하루 6000개가 팔릴 정도다.

 

일본 시오빵의 원조 에히메현 야와타하마시에 있는 팡 메종 본점. 사진=야와타하마시 관광정보 사이트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시오빵은 어떻게 탄생하게 됐을까. 팡 메종의 히라타 미토시 사장은 이렇게 말을 꺼냈다. “지역 특성상 에히메현은 무척 더워요. 더위로 식욕이 떨어지는 탓에 여름에는 정말 빵이 팔리지 않죠.” 2003년 어느 날, 히라타 사장은 여름에도 모두가 좋아할 만한 신제품을 궁리하고 있었다. 그때 고향을 찾은 큰아들로부터 요즘 프랑스에서는 빵에 소금을 뿌린 것이 잘 팔린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히라타 사장은 아들의 말을 힌트 삼아, 염분도 보충할 수 있는 시오빵에 도전했다. 딱딱한 프랑스식 빵이 아닌, 아이부터 노인까지 누구나 먹기 편하게 부드러운 식감이 좋을 것 같았다. 이상적인 맛과 식감을 찾기 위해 시행착오를 거듭했고, 결국 버터 한 덩이를 반죽에 넣어 돌돌 감는 방법에 이르게 됐다.

 

일반적인 버터롤은 빵 무게의 10%에 해당하는 버터가 쓰인다. 반면 팡 메종의 시오빵은 버터 비중이 약 20%에 달한다. 처음엔 ‘이렇게 넣어도 되나’ 싶었는데, 이 넉넉한 버터가 위력을 발휘했다. 우선 굽는 동안 버터가 녹아 내려 반죽 안에 적당한 공기층이 생기고 식감이 더욱 쫀득해졌다. 또 녹아내린 버터 덕분에 겉면이 바삭거렸다. 이른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 쫀득한 식감이 완성된 것이다. 여기에 특제 암염을 더하니 밋밋한 빵맛이 확 살아났다. 

 

‘이건 잘 팔리겠다!’ 히라타 사장은 확신했다고 한다. 그러나 처음에는 전혀 팔리지 않았다. 외형이 수수해 고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지 못한 것. 더욱이 생김새는 버터롤과 비슷한데, 시오빵이 10엔(약 100원) 정도 비쌌다. 당시엔 전파력이 빠른 인스타그램도 없었기 때문에 전국으로 입소문이 나는 데는 무려 4년이 걸렸다는 후문이다. 

 

버터와 암염을 넣고 구운 시오빵은 육체노동이 많은 어시장에서 입소문을 얻기 시작했다. 사진=팡 메종 페이스북

 

인기에 불이 붙은 계기는 뜻밖에도 어시장이었다. 새벽 경매가 이뤄지는 어시장은 육체를 쓰는 일이 많다. 특히 땀이 비 오듯 쏟아지는 여름철에는 염분 보충이 필수. 육체노동 후 염분 보충에 좋다는 이유로 어시장 일꾼들 사이에서 시오빵이 사랑받기 시작했다. 간편하게 집어 먹을 수 있다는 점도 메리트였다.

 

명성은 고등학교 일대로까지 퍼졌다. “새로운 식감의 빵” “한번 먹으면 멈출 수 없다”는 평판과 함께 시오빵의 인지도가 상승했다. 낮에 빵을 사러 갈 수 없던 학생들은 부모에게 부탁하게 됐고, 이번에는 어머니들 사이에서 시오빵 붐이 일었다. 이렇게 점점 팬 층을 넓혀나간 시오빵은 ‘하루 100개가 팔리면 대박’이라는 그간의 상식을 뛰어넘어 300개, 400개가 팔리더니 순식간에 1000개를 넘어섰다. 주말에는 타 지역 사람들도 몰려들어 하루 6000개가 팔리는 초히트 상품이 됐다.

 

팡 메종의 폭발적인 인기에 자극받은 다른 제과점들도 이후 속속 시오빵을 선보였다. 히라타 사장도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흔쾌히 ‘원조 시오빵’의 레시피를 공개한 바 있다. 현재는 일본 편의점에서도 볼 수 있을 만큼 시오빵은 ‘베이커리의 기본’으로 자리 잡았다. 이름은 시오빵이라는 곳도 있고, 프랑스어로 소금을 뜻하는 살레를 붙여 팡살레, 소금버터롤 등 제과점에 따라 다양하다. 

 

맛을 가르는 재료는 역시 ‘소금’이다. 시오빵은 소금이 직접 혀에 닿기 때문에 어떤 소금을 사용하느냐가 빵 전체의 맛에 큰 영향을 끼친다. 원조인 팡 메종에서는 엄선된 암염을 사용한다. 암염은 결정 구조가 단단해 빵을 구울 때 나오는 수증기 속에서도 잘 녹지 않고 알갱이가 제대로 살아남는다. 

 

도쿄분점은 히라타 사장의 아들 가쓰무 씨가 운영한다. 사진=팡 메종 페이스북

 

일본 솔트코디네이터협회 아오야마 시호 대표는 “팡 메종의 시오빵은 부드러운 짠맛이 특징”이라며 “너무 짜지도 않고 소금에서 은은한 단맛마저 느껴진다”고 분석했다. 덧붙여 “소금 자체가 지닌 단맛이 버터의 풍미와 절묘하게 어우러진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히라타 사장은 “어디 소금을 사용하는지는 일급비밀”이라고 웃어보였다. 다만 “고르고 골라낸 암염을 망치로 쪼개서 사용하고 있다”며 노하우를 살짝 공개했다. 

 

팡 메종은 2015년 5월 규모를 조금 확장해 이전했다. 원래 있던 곳과 가까워 여전히 수십 년 단골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다들 빵 트레이에 시오빵을 수북이 담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77엔(약 800원)이라 비교적 저렴한 가격, 그리고 ‘한 개로는 분명 멈출 수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 2월에는 도쿄에도 팡 메종의 분점이 생겼다. 이곳은 아버지인 히라타 사장에게 제빵을 배운 아들 가쓰무 씨가 운영한다. 

 

일본 매체 ‘그루타비’와의 인터뷰에서 히라타 사장은 작은 소망을 밝혔다. “우리가 파는 건 말이죠, 빵이 아니라 작은 행복이에요. 많은 빵 중에서 어떤 것을 살까? 고르는 즐거움, 그리고 먹었을 때 맛있으면 ‘아, 다행이다’라고 여기는 행복. 그런 소소한 기쁨을 고객들이 많이 느끼길 바랍니다.” ​

강윤화 외신프리랜서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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