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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경남 함양 여행① 곳곳에 서린 조선 선비의 풍류와 충절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남계서원, 개평한옥마을, 동호정에서 옛 정취 느껴볼까

2021.08.24(Tue) 17:24:43

[비즈한국] 지리산과 덕유산에 걸쳐 있는 경상남도 함양은 조선 시대 선비 문화를 잘 간직한 곳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남계서원과 개평한옥마을, 풍류가 느껴지는 동호정 등이 그렇다. 여기에 신라시대 최치원이 일구었다는 상림공원과 석굴암보다 더 석굴암 같은 서암정사까지, 당일로는 어림없는 관광명소들을 1박 2일 동안 찬찬히 둘러보기로 하자. 

 

함양의 동호정은 ​임진왜란 때 선조를 모시고 피란을 갔던 동호 장만리를 기리는 정자로 널찍한 바위를 주춧돌 삼아 기둥을 올렸​다. 사진=구완회 제공

 

#너럭바위 곁에 앉은 풍류 정자, 동호정

 

함양을 대표하는 화림동 계곡에는 곳곳에 이름난 정자들이 많지만, 그 중에도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동호정이다. 널찍한 바위를 주춧돌 삼아 기둥을 올린 정자도 멋스럽지만, 징검다리로 이어지는 너럭바위가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수백 명은 족히 앉아서 놀 수 있을 듯한 바위 이름은 차일암. 더운 여름이면 이곳에 해를 가리는 차일을 치고 풍류를 즐겼기에 붙은 이름인 듯하다. 너럭바위 곳곳에는 영가대(노래를 부르는 곳), 금적암(악기를 연주하는 곳) 등의 글자를 새겨 놓았다. 

 

동호정은 임진왜란 때 선조를 모시고 피란을 갔던 동호 장만리를 기리는 정자다. 피란길에 왜적을 만나자 그는 선조를 업고 수십 리를 달아났다고 한다. 덕분에 ‘호성공신’으로 책봉되어 훗날 정려비까지 받았다. 평소 장만리가 즐겨 찾았다는 너럭바위 옆에 정자를 세운 것은 그의 후손들이었다. 정면 3칸, 측면 2칸의 화려한 팔작지붕 건물인 동호정은 기다란 통나무를 쪼아서 만든 계단이 특이하다. 널찍한 바위 위에 서 있는 기둥들도 저마다 높이가 다를 뿐 아니라 모양도 제각각이다. 옹이가 있으면 있는 대로, 모양이 휘어지면 휘어진 대로 너무나 자연스런 모습니다. 

 

동호정 앞 징검다리로 이어지는 너럭바위가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더운 여름이면 이곳에 해를 가리는 차일을 치고 풍류를 즐겼다고 한다. 사진=구완회 제공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남계서원

 

동호정에서 양반들의 풍류를 즐겼으면 남계서원에서 조선 선비의 정신을 느껴볼 차례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9곳의 서원 중 하나인 남계서원은 조선 전기 문신인 일두 정여창을 모신 곳이다. 연산군 때 무오사화로 화를 입은 정여창은 김굉필, 조광조, 이언적, 이황과 더불어 ‘동방오현’으로 불리기도 한다. 중종 반정으로 복권된 정여창을 모신 남계서원은 소수서원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국왕의 사액을 받은 서원이다.

 

100일 동안 붉은 꽃이 피어 선비 정신을 상징한다는 배롱나무를 지나면 홍살문 너머 정문인 풍영루가 나온다. 정문을 지나면 좌우로 기숙사인 동재와 서재가 보이고 맞은편으로 글공부를 하는 강당이 보인다. 강당 뒤로 언덕을 오르면 정여창의 위폐를 모신 사당이다. 이렇게 강당과 사당을 앞뒤로 배치한 ‘전학후묘(前學後廟)’ 형식은 우리나라에선 남계서원에서 처음 시작해 이후 서원 건축의 모범이 되었다고 한다. 서원 건물은 정유재란 때 소실되었으나 1612년 지금 자리에 다시 세워졌다. 흥선대원군이 서원 철폐령을 내려 전국의 1000여 개 서원 중 딱 47개 만을 살렸는데, 남계서원도 살아남은 서원 중 하나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남계서원은 조선 전기 문신인 일두 정여창을 모신 곳이다. ​사진=구완회 제공

 

강당과 사당을 앞뒤로 배치한 ‘전학후묘(前學後廟)’ 형식은 우리나라에선 남계서원에서 처음 시작해 이후 서원 건축의 모범이 되었다. 사진=구완회 제공

 

#여전히 살아 있는 고택의 향기, 개평한옥마을

 

남계서원에서 가까운 개평한옥마을은 일두 정여창과 오계 노진 등 많은 유학자를 배출한 영남지역의 대표적인 선비 마을이다. 하동 정씨와 풍천 노씨, 초계 정씨 등 3개 가문이 오래도록 뿌리를 내리고 있는 집성촌이기도 하다. 정여창의 생가인 일두고택(중요민속문화재 제186호)과 교수정(문화재자료 제76호), 개평리소나무군락지(도기념물 제354호) 등이 옛 모습 그대로 마을을 지키고 있다. 

 

정여창의 생가 일두고택​의 솟을대문. 5개의 충신, 효자 정려비가 걸려 있는 솟을대문은 당시 시대 상황을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사진=구완회 제공

 

일두고택은 1만 ㎡의 넓은 집터에 솟을대문, 행랑채, 사랑채, 안사랑채, 안채, 사당 등 여러 건물들이 자리를 잡은 경남 지방의 대표적 양반 가옥이다. 특히 5개의 충신, 효자 정려비가 걸려 있는 솟을대문은 당시 시대 상황을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현재의 집은 정여창이 죽은 후 선조 무렵(1570년대)에 다시 지은 것이다. 이 밖에도 지은 지 100년이 넘는 고택 60여 채가 시간 여행을 온 듯한 느낌을 준다. 고택들뿐 아니라 아트막한 돌담을 따라 이어진 마을길도 옛 정취를 간직하고 있다. 마을 초입의 관광안내소에선 마을 안내 팸플릿을 받을 수 있다. 

 

영남지역의 대표적인 선비 마을​인 개평한옥마을. ​고택들뿐 아니라 아트막한 돌담을 따라 이어진 마을길도 옛 정취를 간직하고 있다. ​사진=구완회 제공

 

<여행정보>


동호정

△위치: 경남 함양군 서하면 황산리 842

△문의: 055-960-4520

△관람시간: 24시간, 연중무휴

 

남계서원

△위치: 경남 함양군 수동면 남계서원길 8-11

△문의: 055-962-9785

△관람시간: 24시간, 연중무휴

 

개평한옥마을

△위치: 경남 함양군 지곡면 개평길 59

△문의: 055-964-5800

△관람시간: 24시간, 연중무휴

 

필자 구완회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여성중앙’, ‘프라이데이’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랜덤하우스코리아 여행출판팀장으로 ‘세계를 간다’, ‘100배 즐기기’ 등의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를 총괄했다.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역사와 여행 이야기를 쓰고 있다.​​​​​​​​​​​​​​​​​​​​​

구완회 여행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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