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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덕텔링] 혁신의 현대중공업 vs 검증의 DSME, 차세대 항공모함 불꽃 경쟁

내년 기본설계 업체 선정 앞두고 MADEX 2021에 나란히 출품

2021.06.10(Thu) 11:03:35

[비즈한국] 2021년 열린 첫 대형 방위사업 전시회, MADEX 2021을 가장 뜨겁게 달군 사업은 한국형 항공모함, 일명 ‘CVX’ 사업이었다. 지난해 12월 30일 대형수송함 2차(LPX-2) 사업이 경항공모함 사업(CVX)으로 바뀐 후, 2021년 1월에 한국형 항공모함의 개념설계 모형이 공개된 바 있다.

 

한국형 항공모함은 일종의 콘셉트(Concept)를 잡는 개념설계 단계, 본격적으로 설계도를 작성하는 기본 및 상세설계 단계, 그리고 실제 건조작업에 들어가는데,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DSME)은 내년 중순 결정될 기본설계 업체에 선정되기 위한 새로운 항공모함 설계 두 가지를 각각 내놓아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현재 누가 뭐라 해도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현대중공업의 항공모함 디자인이다. 과거 현대가 개념설계를 수행한 항공모함 설계는 기본적으로 미국의 강습상륙함인 아메리카 급(America Class)에 영국 해군의 항공모함인 퀸 엘리자베스 (Queen Elizabeth Class)의 함교 모양을 모방한 스타일이지만, 현대가 이번에 내놓은 항공모함 디자인은 세계 그 어느 나라의 항공모함과도 비슷한 디자인이 없는 SF 영화나 만화에서나 볼만한 미래적인 디자인을 보여줬다.

 

현대중공업의 항공모함 모형. 사진=김민석 제공

 

우선 갑판 모양이 특이하고 크기가 어마어마하다. 현대중공업의 새 항공모함 디자인은 길이 270m, 전폭 60m로 갑판 크기가 기존 공개된 경항모보다 길이는 5m, 폭은 15m 정도 넓어졌는데, 이 때문에 6만 5000 톤 규모인 퀸 엘리자베스보다는 작지만, 경항공모함이라고 부르기 어려울 정도의 거대한 비행갑판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과거 디자인보다 갑판이 넓어져서, 갑판 무게만 천 톤 이상 증가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사실 새 디자인과 기존 디자인은 크기가 거의 같다. 비밀은 높이와 흘수에 있다.

 

배는 물에 잠기는 부분과 물 위에 노출된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배가 물에 잠기는 위치를 흘수(吃水)라고 한다. 현대중공업은 제한된 중량 안에서 최대한 비행갑판을 늘이기 위해서 흘수 아래의 공간을 줄이고, 흘수 위의 공간을 최대한 넓혀 동급 배수량을 가진 항공모함 중 가장 넓은 비행갑판을 갖추도록 디자인한 것이다. 따라서 현대중공업의 항공모함도 보기에는 무척 커 보이지만 과거의 경항모 디자인과 크기는 사실상 같다.

 

신기한 것은 갑판 면적만이 아니다. 현대는 각종 디자인 신기술을 적용하여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최신 기능을 항공모함 곳곳에 녹아냈다. 가령 함교의 경우 2개의 함교에 8개의 다기능 레이더(MFR)가 배치되어 있는데, 레이더를 꼭대기에 얹는 것이 아니라 함교와 일체형으로 만들어 공간 활용성을 극대화했다. 함수 형상도 뾰족한 형상이 아닌 직선형 형상으로 수중 저항을 줄이고 공간을 확보하고, 함선 앞부분을 사각형이 아닌 사다리꼴로 만들어 여유 공간을 줄인 대신 안정성을 늘렸다.

 

비행기를 격납고에서 꺼내는 역할을 하는 엘리베이터 설계는 좌우에 하나씩 나누는 배치를 했는데, 엘리베이터를 이렇게 좌우로 나누면 내부 격납고의 면적을 늘릴 수 있는 장점이 있고, 피격 시 한쪽에서 미사일을 맞아도 다른 쪽 방향 엘리베이터로 작전할 수 있다.

 

또한, 항공모함 뒷부분에는 작은 갑판과 도크(Dock)를 설치했는데, 도크에는 무인 수상정(USV)나 무인 잠수정(UUV)를 탑재하여 항공모함을 공격하는 적 잠수함을 탐지하거나 기뢰를 처리할 수 있고, 작은 갑판에는 수직이착륙 무인기를 탑재하여 24시간 경계 임무를 무인항공기와 드론이 담당할 수 있다.

 

DSME 항공모함 모형. 사진=김민석 제공

 

반면, DSME의 항공모함 디자인은 현재 구현 가능한 기술과 역량을 최대한 집중한 보수적 설계가 눈에 띄었다. 대우조선의 항공모함 설계는 지난 1월 공개된 CVX 탐색개발 모델과 언뜻 보면 차이점을 거의 찾을 수 없었지만, 많은 부분에서 항공모함의 핵심 기능인 항공기 운영을 위한 많은 설계 개선이 있었다.

 

먼저, 새롭게 변경된 함교 디자인은 항공기 운용과 함선 조종을 위해서 최적화 설계를 거쳤다. 항해용 함교의 디자인을 개선해서 조타수와 항해 인력들이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고, 대공 방어를 책임지는 다기능 레이더(MFR)의 위치도 조정했다. 특히, 혁신적 설계의 현대중공업과 달리 KDDX 차세대 구축함과 FFX-3 차세대 프리깃함에서 검증된 레이더 배치를 사용하여, 실제 운행이 들어가도 레이더에 의한 전파 간섭문제를 전혀 걱정할 필요 없는 검증된 디자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우측에 새롭게 추가된 캣워크(catwalk) 역시 실제 항공모함 운용 시에 필요한 추가 기능이다. 캣워크는 항공모함이나 상륙함에서 사람이나 물자가 다니는 통로인데, 항공모함의 갑판이 넓고 크지만, 항공기가 움직이는 곳이다 보니 사람이 함부로 돌아다니면 사고가 나기 쉽고 위험해서, 기타 작업을 위해 움직이는 ‘샛길’이다. 이 샛길이 별것 아닌 장비로 오해할 수 있지만, 한쪽에만 설치한 캣워크를 좌우 측 모두 설치하면서 항공모함 작업자들의 동선을 크게 줄일 수 있고, 이것이 효율적 항공모함 운영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 밖에, 해외의 항공모함 설계를 반영한 생존성 설계도 특기할 만하다. DSME의 항공기 격납고는 완전히 분리된 이중 설계로 되어 있는데, 언뜻 보면 격납고가 한 개로 보이지만 중앙에 강화 방화문이 설치되어 있고, 무장 탑재, 연료 공급, 운용 작업 설비가 격납고 앞뒤 절반씩 모두 나뉘어 있다. 즉, DSME의 항공모함은 한쪽 격납고가 만약 미사일에 맞아서 불에 타고 있는 순간에도, 반대쪽 공간에서는 항공기에 무기를 싣고 연료를 보급하고 출격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엘리베이터가 현대중공업과 달리 오른쪽에 치우쳐져 있어서, 이륙 갑판에서 항공기의 동선은 좀 더 효율적이다.

 

두 조선소의 항공모함 디자인은 이처럼 매우 이질적인데,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혁신의 현대중공업 vs 검증된 DSME’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은 다른 나라의 최신형 항공모함에서도 찾기 힘든 최신 개념을 잘 녹아냈고, 특히 항공모함의 핵심 능력인 비행기 갑판을 최대한 넓게 만든 것이 강력한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격납고 설계와 항공 갑판의 모양 때문에, 항공기 최대 탑재량과 공간 활용성에서 불리하고, 함정의 안정성과 레이더의 전파 간섭 문제(EMI)를 검증해야 하는 리스크가 존재한다.

 

대우조선은 전통적인 직사각형 갑판이라 공간 활용성이 좋고 격납고 여유가 있으며, 현대중공업보다 헬기의 동시 이착륙 능력이 우수하다. 또한, 배의 무게중심이나 설계가 보수적인 만큼 안정성도 더 우수할 것으로 예측되지만, 무인기와 드론 운용능력, 향후 개조 및 확장성에서는 일정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다만, DSME가 이탈리아의 핀칸티에리(Fincantieri)와 기술협력을 맺어 경항모 건조에 대한 노하우를 공유 받기로 한 것과 달리, 현대중공업은 해외 파트너 없이 독자적 설계작업을 진행 중이므로 현대중공업도 항모 건조 경험이 있는 해외 파트너와 협력해서 혁신적 설계를 가진 항공모함 디자인을 다듬는 것을 제안해 본다.

 

항공모함에 대한 찬반논쟁이 뜨겁지만, 이지스함이나 차세대 전투함이 아무리 강력하더라도 항공기를 사용해서 장거리 탐색과 공격을 할 수 있는 항공모함 없이는 그 성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 과거에는 항공모함이 사치스러운 해군의 상징이라면, 현재의 항공모함은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 해군 함대를 보호하기 위한 필수조건이 된 셈이다. 모쪼록 두 회사가 선의의 경쟁을 하여 한국 해군의 미래를 책임지고, 전쟁에서 살아남아 작전을 수행하는 항공모함을 만들길 기원해 본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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