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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을 비건이라 하지 못하고… 주류업계 '비건 인증' 안 하는 까닭

오비맥주·하이트진로 '부레풀' 사용 안하지만 인증은 아직…'비건은 맛없다' 편견 탓?

2021.06.09(Wed) 16:21:06

[비즈한국] “비건이 마실 수 있는 국산 맥주 하면 대부분 카스를 꼽아요. 맥주 제조 과정에 부레풀(물고기의 공기주머니인 부레를 말렸다가 물에 넣고 끓여서 만든 접착제)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4년째 비건을 실천 중인 김은영 씨(32)​는 식품 업계와 비교해 주류 업계의 변화가 더딘 것에 불만을 드러냈다. 국내에는 ‘비건 인증’을 받은 맥주가 극히 드물다. 김 씨는 “최근 들어 국내 비건 시장이 확대돼 굉장히 편리해졌다. 동네 마트나 온라인에서 대체육, 비건 베이커리를 쉽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주류는 비건이 마음 놓고 마실 제품을 찾기 어렵다. 버드와이저(미국), 칭따오(중국), 아사히(일본) 같은 해외 맥주를 주로 이용한다”고 전했다. 

 

윤리적 소비,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비건제품 시장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대형마트에 별도로 마련된 채식주의 코너. 사진=김보현 기자

 

국내 비건 시장의 확대에 식품 업계가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면서 주류 시장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일반적으로 맥주나 와인 등의 주류는 당연히 비건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제조 과정에서 여과제나 청징제(부유고형물이나 콜로이드 입자 등 오염물질을 응집 제거하기 위해 첨가하는 화학약품)로 동물 유래 제품이 사용되거나 제조 공장에 교차 오염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청징제의 경우에 젤라틴, 알부민, 카제인, 부레풀 등의 동물 유래 성분을 사용하기 때문에 비건이 아닌 경우가 많다. 이원복 한국채식연합 대표는 “최근 국내 채식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관련 산업도 커지고 있지만 주류 제품은 아직 선택지가 적다. 필수품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나 당연히 비건이라고 인식해서가 아닐까 생각된다. 지금은 개개인이 업체에 부레풀 사용 여부를 문의한 뒤 커뮤니티나 개인 홈페이지를 통해 공유하는 식으로 알음알음 정보가 공유된다”고 설명했다. 

 

#오비맥주·하이트진로 “제조 과정에 부레풀 사용 안 해

 

‘비건’은 이제 유통 시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파이로 커졌다. 비건은 고기뿐만 아니라, 계란, 우유로 만든 제품도 섭취하지 않는 ​완전 채식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관련 기관에서 비건 인증을 받으려면 동물 유래 원재료를 사용하지 않아야 하고, 교차 오염이 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며, 제품에 동물 실험을 하지 않아야 한다.   

 

한국비건연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비건 인구는 약 150만 명, 비건을 포함한 전체 채식 인구는 약 1000만 명으로 추산된다. 비건 시장은 매해 평균 9.6% 성장하고 있어, 2030년에는 116조 원에 이를 거라는 전망도 있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채식 시장은 2018년 15조 6586억 원에서 2025년 29조 7170억 원으로, 7년 만에 두 배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비건 커뮤니티에서는 카스가 대표적인 국내 비건 맥주로 꼽힌다. 부레풀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정보가 타 제품보다 일찍 확인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진=오비맥주

 

하지만 주류 업계는 아직 미온적인 반응이다. 제조 과정에 부레풀을 사용하지 않아 비건인들이 ‘비건용 주류’로 인식하는 오비맥주 카스도 관련 인증은 받지 않았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카스뿐만 아니라 자사 맥주는 모두 제조 과정에 부레풀이나 동물성 거름제를 사용하지 않는다. 비건 인증을 받는 것과 관련해선 아직 논의된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오비맥주와 함께 국내 대형 주류 업체로 꼽히는 하이트진로 역시 자사 맥주 제품 제조 과정에 부레풀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제조 과정에 물고기 부레가 사용되지 않는다. 개인적으론 맥주 제조 성분에 동물성 재료가 들어가지 않아 당연히 비건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부레풀 사용 여부만 확인해선 비건 제품이라고 확언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원복 대표는 “같은 제조 공장에서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거나 부레풀이 아닌 다른 동물성 거름제를 사용하는 등 여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비건 인증 여부를 확인하는 게 확실하다”고 전했다. 

 

#주류 시장에도 ‘비건 인증’ 받은 제품 늘어날 수 있을까 

 

비건 시장의 확대에 따라 식음료 업계도 관련 제품을 출시하거나 전담팀을 꾸리는 등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관련 기사 코로나와 이상기후 시대, 이마트도 배민도 ‘채식 인구’ 잡아라)​. 식품 업계 관계자는 “비건이 아니더라도 채식에 관심 있는 소비자가 급격히 늘었다. 한편으론 미래 시장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이다. 해외처럼 국내에서도 성장세가 계속될 거라고 보고 제품을 개발하거나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주류 업계가 비건 시장에 ​특히 ​미온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국내 최초 비건 인증기관인 한국비건인증원 관계자는 “우리 기관에서 비건 인증을 받은 주류는 단 한 건도 없다”고 전했다. 

 

미국의 비건인증기관인 BeVeg internatinal과 MOU를 체결해 ‘BeVeg korea’를 운영하는 국제지속가능인증원 관계자는 “현재까지 우리 기관에서 비건 인증을 받은 주류 제품은 인천의 수제맥주 회사인 칼리가리브루잉 ‘개항로라거’ 한 가지다. ‘인증’은 기관에서 직접 실사를 나가 조건에 부합하는지 확인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앞서의 식품 업계 관계자는 “주류 가운데서도 특히 맥주는 성분에 동물성 재료가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건 인증을 받기 쉬워 보인다. 그럼에도 이를 마케팅적으로 활용하지 않는 이유는 ‘맛’ 때문이 아닐까. 시장이 커지고 있다 해도 아직 비건 인구는 소수이고, ‘비건 제품은 맛이 없다’는 편견이 있기 때문에 쉽게 접근하지 못할 수 있다. 식품 시장에서 비건의 영향력이 커지는 만큼 주류 시장에서도 이들을 겨냥한 제품이 머지않아 나올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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