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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돈 안 돌려주고 '소송하라'…법망 사각지대 속 가상화폐거래소

'회사 고의, 과실 입증' 아니면 피해 보상 없다고 일방적 명시…전문가들 "감독기관 지정해 법 공백 메워야"

2021.05.18(Tue) 18:35:29

[비즈한국] #1. 허 아무개 씨는 A 가상화폐거래소에 예치된 비트코인 1.8626744개를 출금 요청했지만, 특별한 사유 없이 2달이 넘도록 처리가 지연됐다.

 

#2. B 가상화폐거래소를 이용하던 김 아무개 씨는 사전고지 없이 계정 정지 및 출금 제한 조치를 당했다. 김 씨가 항의하자, B 거래소는 명확한 사유를 제시하지 않고 ‘소송을 하라’고 답변했다.

 

#3. 강 아무개 씨는 외국 가상화폐거래소에서 이더리움 5.3개를 배우자의 C 가상화폐거래소 지갑으로 이체했지만 확인이 되지 않았다. C 사에 문의하니 지원하지 않는 네트워크 방식으로 이체하면 재이체나 보상이 불가하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가상화폐거래소 관련 피해 사례다. 가상화폐 하루 거래대금이 20조 원으로 유가증권시장을 앞질렀지만, 거래소에서는 여전히 거래·입출금 지연 등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아직까지 가상화폐 관련 규제가 정비되지 않아 금융당국도 사실상 손을 놓은 가운데, ​피해자는 거래소의 자발적인 보상이나 민사소송에 피해 구제를 맡기고 있다.

 

국내 한 가상화폐거래소에서 직원이 시세를 살피는 모습으로 기사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박정훈 기자.

 

국내 가상화폐거래소 ‘빗썸’은 4월부터 이번 달 15일까지 11건의 ‘지연 안내문’​을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지연 유형별로 △매매·체결 3회 △원화 출금 3회 △접속 2회 △차트 갱신 1회 △비트코인 신규 입금주소 생성 1회 △카카오톡 서비스 장애에 따른 알림톡 인증 1회 등이었다. 14일에는 “현재 접속자 급증으로 인한 트래픽 증가로 인해 일시적으로 모바일웹, 앱을 통한 사이트 접속이 지연되고 있다”고 공지했다.

 

국내 가상화폐거래소 중 거래량이 가장 많은 ‘업비트’는 같은 기간 두 차례 ‘긴급 서버 점검’을 했다. 4월 1일 “BTC(비트코인), USDT(테더) 마켓 시세 멈춤 현상이 확인”됐다며 예고에 없던 서버 점검을 했다. 이번달 11일 오전에도 “시세 표기 중단 문제가 확인”됐다며 40분가량 긴급 서버 점검을 진행했다. 서버를 점검하는 동안 가상화폐 거래는 중단됐다.

 

비즈한국이 한국소비자원에 요청해 받은 ‘가상화폐거래소 관련 피해구제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4월까지 288명이 가상화폐거래소에서 발생한 피해로 구제를 신청했다. 피해 유형은 매매나 입출금을 지연처리하는 ‘부당행위’가 208건으로 가장 많았고, 계약해지나 불이행 등 ‘계약관련’이 72건으로 뒤를 이었다. 가상화폐거래소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지난 2년간 감소세를 보이다 올해(4월) 46건으로 증가했다.

 

자료=한국소비자원

 

가상화폐거래소에서 발생한 피해를 보상받기는 쉽지 않다. 거래소가 피해 보상 기준을 회사 고의나 과실이 입증된 때로 한정하고 있어서다. 

 

업비트는 ‘순간적인 홈페이지 접속 증가나 주문 폭주 등으로 서버 장애나 오류가 발생하더라도 회사가 관리자 주의를 다했음을 입증할 때는 손해를 책임지지 않는다’​고 이용약관에 적었다. 빗썸도 서비스 접속 폭등으로 인한 서버 다운, 디도스 공격 등 불가항력인 사유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더라도 회사 고의나 과실이 없으면 회사 책임이 면제된다는 내용을 약관에 담았다. 

 

가상화폐 시장을 감독하는 기관은 사실상 전무하다. 가상화폐거래소가 아직까지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기관이나, 전자상거래를 중개하는 통신판매중개업자로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을 감독하는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가상화폐거래소는 인허가를 받은 금융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금감원 감독 대상이 아니다. 현재 관할 기관이 없는 상태지만 가상화폐를 빌미로 불특정다수에게 자금을 조달하면 이는 유사수신행위로 보고 금감원이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통신판매(중개)업자를 감독하는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전자상거래법에서 보호하는 대상은 소비생활을 목적으로 재화 등을 구매하는 소비자다. 가상화폐 투자자는 여기서 규정하는 소비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가상화폐거래소도 같은 맥락에서 통신판매나 통신판매중개를 하는 것으로 볼 수 없어 조사나 감독 대상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가상화폐거래소에서 발생한 지연 입출금, 매매 오류 등으로 발생하는 피해 사례가 연맹으로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 사실상 가상화폐거래소를 규제하는법이 없기 때문에 거래소가 스스로 보상을 결정하지 않으면,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와 형사상 사기죄로 고소 절차를 밟게 된다. 소비자 피해가 계속되는 만큼 금융감독원 등 기존 시장 감독기관이 적극적으로 법의 공백을 매워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3월 특정금융정보법이 개정·시행되면서 가상화폐거래소는 정부 규제를 받게 됐다. 특금법에 따라 국내 가상자산사업자는 9월까지 금융정보분석원에 신고를 마쳐야 하는데, 당국은 정보보호 관리체계, 은행 실명계정 발급, 대표자 및 등기임원 자격 등 요건을 만족하지 않으면 신고를 수리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특금법이 자금세탁 방지에 방점을 뒀기 때문에 여전히 거래소에서 발생하는 지연 문제와 피해를 해결하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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