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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인 척 플라스틱…이니스프리 '그린워싱' 논란 속으로

화장품 용기 90% '재활용 어려움', 생분해 플라스틱 재활용 20%도 안돼

2021.04.08(Thu) 17:25:07

[비즈한국] 지난해 6월 출시된 이니스프리의 ‘페이퍼 보틀’이 뒤늦게 구설에 올랐다. 아모레퍼시픽의 로드숍 자회사인 이니스프리가 ‘종이 용기’를 앞세워 홍보한 제품에 플라스틱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소비자를 기만한 그린워싱 사례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친환경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눈높이에 정부와 기업이 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이름은 ‘페이퍼’, 알고보면 플라스틱

 

지난 7일 페이스북 ‘플라스틱 없이도 잘 산다’ 페이지에 “이니스프리에서 플라스틱 용기 최소화를 위해 ‘종이 용기’를 출시했다고 해서 다른 제품을 사려다 이 상품을 구매했다. 다 사용한 뒤 분리배출을 하기 위해 뜯어보니 종이로 감싸진 패키지 안쪽에 플라스틱 용기가 들어 있었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니스프리에서 판매된 제품 사진. 외관에 ‘HELLO, I’​M PAPER BOTTLE’이라고 적혀 있다. 사진=페이스북 ‘플라스틱 없이도 잘 산다’ 페이지

 

이 게시물은 120회 이상 공유되면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해당 제품은 지난해 6월 출시된 ‘그린티 씨드 세럼 페이퍼 보틀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용기 외관에는 ‘HELLO, I’​M PAPER BOTTLE’(안녕, 나는 종이용기야)라고 적혀 있다.  

 

이니스프리 측은 “제품 네이밍으로 용기 전체가 종이 재질로 인식될 수 있다는 부분을 간과했다”는 입장이다. 이 제품은 출시 당시 ‘용기의 플라스틱 함량을 약 52% 감량했고, 캡과 숄더에는 재생 플라스틱을 10% 사용해 새로운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 감축에 동참했다. 제품 사용 후 종이 보틀과 가벼워진 플라스틱 용기는 각각 분리배출이 가능하다’는 설명과 함께 판매됐다. 

 

하지만 SNS 이용자들은 여전히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게시물에는 ‘결국 플라스틱에 두꺼운 종이를 두르고 페이퍼 보틀이라는 이름을 붙인 셈’, ‘환경을 생각해서 구매한 소비자들에겐 충분히 오해의 소지가 있는 문구’ 등의 댓글이 달렸다. 

 

이니스프리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자회사로, ‘친환경’ 이미지를 내세운 마케팅으로 사랑을 받아왔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높아진 소비자의 눈높이를 기업이 따라가지 못한 사례로 보인다. 내용물을 보관한다는 의미로 용기를 바라보면 가장 좋은 건 리필을 통해 재사용하는 것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 소각 시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굳이 플라스틱 용기 겉에 종이를 둘러야 할 필요가 있었을까”라고 지적했다. 

 

#​친환경바이오 페트도 재활용 어려워

 

그린워싱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은 갈수록 높아지는 가운데, 기업들도 긴장감을 놓지 않고 있다.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은 대개 상품의 친환경적 특성을 과장 광고하거나 허위로 꾸미는 방식으로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상황을 말한다. 

 

환경 문제에 관심 있는 소비자는 점점 늘어나는데 속 시원한 대책은 나오지 않으면서 간극이 벌어진다. 플라스틱 문제의 대안이자 친환경 제품으로 소개되는 ‘바이오 페트’ 또한 쉽게 재활용할 수 없다. 바이오 페트는 옥수수나 사탕수수 등 재생 가능한 원료로 만들어지는 플라스틱으로 바이오 기반 플라스틱의 특성과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특성을 모두 가질 수도 있고, 하나의 특성만 가질 수도 있다.

 

녹색연합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보고서 ‘분해 플라스틱의 오해와 진실’에 따르면 그린워싱은 매우 다양하고 광범위하게 나타나며, 친환경을 내세운 생분해 플라스틱 제품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생분해 플라스틱이라 할지라도 사용억제 대상일 수 있는데, 많은 업체가 생분해 플라스틱 제품은 일회용품 무상 제공이 가능하다고 홍보한다. 국내 생분해 플라스틱 제품의 처리 지침은 일반쓰레기와 동일하게 종량제 봉투에 넣어버리는 것인데, 이렇게 버려진 생활 폐기물은 절반 이상 소각된다.

 

녹색연합 보고서는 ‘생분해 특징을 갖고 있다 해도 매립 조건이 형성되지 않음을 알면서도 판매자들이 매립 시 자연으로 되돌아간다는 내용을 일률적으로 홍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사진=생분해 아이스컵 판매 홈페이지

 

결국 생분해 특징을 갖고 있더라도 매립 조건이 형성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재활용되는 건 전체의 18.4%에 불과하다. 2018년 종량제 배출 생활 폐기물 발생 및 처리현황을 보면, 1일 전체 배출량 2만 5572t 중 소각되는 게 52.7%, 매립되는 게 28.9%다. 

 

환경단체와 시민들은 특히 화장품 용기에 주목한다. 녹색연합이 지난 2월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현재 화장품 용기 가운데 90%가 ‘재활용 어려움’으로 평가받고 있다. 화장품 용기는 성분과 기능에 따라 유리, 플라스틱, 도자기, 금속 등 다양한 재질이 혼합 사용되고 있으며 그중 플라스틱 사용량이 현저히 높다. 

 

화장품 업체들도 바이오 페트 용기를 사용하면서 ‘친환경’을 강조한다. 사진=이니스프리 홈페이지

 

전문가들은 처리 방식에 대한 고민 없이 생분해 플라스틱을 마케팅에 이용하는 행위 자체가 그린워싱에 해당한다고 지적한다. 홍수열 소장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소비하는 제품들은 폐기물 관리체계에서 처리되면서 주로 재활용하거나 소각하기 때문에 생분해 여부가 의미가 없다. 그런데 많은 기업에서는 사용 후 처리까지 신경 쓰지 않고 ‘생분해 플라스틱’은 무조건 친환경 제품이라는 식의 마케팅을 한다. 내용물에 따라 재사용이 가능한지 불가능한지 구분하고, 불가능한 경우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는 제품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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