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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서울 한복판에서 농촌 체험, 농협 농업박물관

우리나라 농업 역사와 생활상을 한눈에…박물관 앞에는 논밭에서 실제 경작도

2021.03.16(Tue) 11:47:34

[비즈한국] ‘쌀은 쌀나무에서 열린다’는 우스갯소리도 옛말이다. 요즘 아이들은 쌀이 마트에서 생산된다고 알고 경우도 많단다. 농업과 농사에 대해 아는 것은 안전하고 좋은 먹거리를 찾는 것을 넘어, 우리 역사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일이다. 근대 이전의 한국사는 언제나 농업이 그 바탕을 이루고 있었으니까. 다행히 서울 시내 한복판, 꽤 넓은 전시공간에 우리나라 농업의 역사와 옛 농촌 생활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곳이 있다. 농협중앙회에서 만들고 운영하는 농업박물관이 그곳이다. 

 

농협중앙회에서 만들고 운영하는 농업박물관에서는 우리나라 농업의 역사와 옛 농촌 생활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박물관 앞에는 작은 논밭과 원두막도 마련돼 있다. 사진=구완회 제공

 

#우리나라 농업의 역사를 한눈에, 농업역사관 

 

‘농업박물관’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는 건물 앞에 서면 옛날 논밭에나 있을 법한 원두막이 보인다. 바로 옆에는 자그마한 논, 밭과 함께 물레방아도 있다. 거대한 연자방아와 짚으로 만든 나락뒤주도 눈길을 끈다. 마치 어느 농촌에라도 온 듯한 풍경.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야외 전시장을 지나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1층의 농업역사관이 관람객들을 맞는다. 

 

선사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는 농업의 역사를 시대순으로 전시한 농업역사관 입구에는 신석기 시대 움집이 자리하고 있다. 한반도에서 농사가 처음 시작된 것이 신석기 시대였다. 움집 주변에는 다양한 전시물뿐 아니라 풍부한 영상자료와 생동감 있는 전시 방식도 돋보인다. 예를 들어 신석기 시대의 경우, 마을 모습과 농사를 짓는 장면뿐 아니라 그 시기에 주로 재배했던 작물들을 실제로 볼 수 있도록 해놓았다. 아직 쌀농사가 본격화되지 않았던 신석기 시대의 주요 작물은 보리, 조, 기장 등이었다. 

 

신석기 시대 움집. 한반도에서 농사가 처음 시작된 것이 신석기 시대였다. 사진=구완회 제공

 

청동기 시대는 논과 밭의 모습을 따로 재현해놓았다. 드디어 쌀이 주요 작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경남 밀양 금천리유적에서 발굴된 청동기 시대의 논은 둑으로 구분되었을 뿐 아니라 작은 하천을 막아 물을 대는 관개시설도 만들었단다. 벼를 수확하는 도구인 반달모양돌칼 등 다양한 농기구들도 볼 수 있다. 

 

이런 관개시설은 삼국시대에 이르러 규모가 크게 확대된다. 전시관에는 지금도 남아 있는 이 시대 관개시설인 전북 김제 벽골제의 수문 축조 과정을 생생하게 재현해놓았다. 고구려 고분 벽화 중 농사와 관련된 것을 재현해서 눈길을 끈다. 이후 농업 기술은 더욱 발달하여 고려 시대에는 계단식 논밭이 만들어졌고, 조선에 이르러 모내기와 비료주기 등이 개발돼 생산량이 크게 늘었다. 

 

전시관에는 삼국시대에 만든 관개시설인 김제 벽골제의 수문 축조 과정이 재현돼 있다. 사진=구완회 제공

 

#옛날 농민들의 일상생활 둘러보기, 농업생활관

 

2층의 농업생활관은 옛 농촌의 들판과 주택, 장터 등을 볼 수 있는 생활사 전시실이다. 안으로 들어가면 조선 시대 농민들이 살았던 초가집을 옛 모습 그대로 해놓았다. 평상이 있는 마당을 중심으로 안채와 바깥채가 나뉘어 있다. 안채에는 부엌과 안방, 마루와 건넌방이 차례로 이어지는데, 건넌방에선 아낙네가 베틀에 앉아 옷감을 짜는 모습도 보인다. 

 

마당 건너편 바깥채는 외양간과 사랑방으로 이루어졌다. 외양간에는 농가 보물 1호인 황소가 여물을 먹고, 사랑에서는 남자 둘이 짚신을 꼬고 있다. 하루 종일 바깥에서 농사를 짓고 들어왔을 텐데, 농민들은 저녁에도 쉬지 않았다. 특히 집안일까지 책임져야 했던 여성들은 더욱 바빴다. 조선 시대 농민들의 일상은 이렇듯 농사와 집안일의 연속이었다. 

 

옷감을 짜는 아낙네의 모습. 농사에 집안일까지 책임져야 했던 여성들은 더욱 바빴다. 사진=구완회 제공

 

농사는 1년 단위로 이루어지는 작업이다. 봄에 씨 뿌리고, 여름에 가꾸고, 가을에 거두어들이고, 겨울에는 다음해 농사를 준비하고…. 농업생활관에는 농촌의 사계를 충실히 재현한 디오라마가 있는데, 이걸 보면서 아이와 농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다. 농업생활관에는 이 밖에도 다양한 전시물들이 기다리고 있다. 실물 크기로 재현된 조선 시대 장터에서는 곡식이나 채소뿐 아니라 농가에서 생산한 생활필수품들을 사고파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제는 역사책에 이름으로만 남은 전통 농기구들을 실물로 볼 수 있는 것도 신기하다. 소에다 매고 논과 밭을 갈던 쟁기, 도깨비 방망이 같은 모습으로 흙덩이를 부수는 도구인 남태 같은 것들의 실물을 볼 수 있다. 이런 것들을 통해서는 농업의 역사뿐 아니라 우리 조상들의 지혜까지도 같이 볼 수 있는 듯하다.​

 

가을걷이 풍경. 농사는 1년 단위로 이루어지는 작업이다. 봄에 씨 뿌리고, 여름에 가꾸고, 가을에 거두어들이고, 겨울에는 다음해 농사를 준비하고…. 농업생활관에는 농촌의 사계를 충실히 재현한 디오라마가 있다. 사진=구완회 제공

 

<여행메모>

 

농업박물관 

위치: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16

문의: 02-2080-5727

이용시간: 3~10월 09:00~18:00, 11~2월 09:00~17:30, 매주 월요일, 공휴일 휴관

 

필자 구완회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여성중앙’, ‘프라이데이’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랜덤하우스코리아 여행출판팀장으로 ‘세계를 간다’, ‘100배 즐기기’ 등의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를 총괄했다.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역사와 여행 이야기를 쓰고 있다.​​​​​​​​​ ​​​​​​​​​​​​​​​​​​​

구완회 여행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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