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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C 패소한 SK이노베이션, 천문학적 규모 합의금 어떻게 마련할까

SK루브리컨츠 지분 매각 통한 자금 확보 거론…SK이노베이션 "2년 간 벌어서 지불도 가능"

2021.02.18(Thu) 15:45:42

[비즈한국]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에서 패한 SK이노베이션 앞에 60일 짜리 모래시계가 놓였다. 이대로 가면 SK는 향후 10년 동안 미국에 배터리 전지를 수출할 수 없게 된다. 관련 업계에선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과 합의를 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의 재무 구조를 살펴보면 합의금 마련을 위한 지분 매각 등 일부 출혈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ITC 소송에서 패한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과 합의를 볼 것이란 업계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이 합의금을 어디서 조달할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ITC는 10일(현지 시각) 배터리 기술 유출 소송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손을 들어줬다. ITC는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 행위 및 ITC의 포렌식 명령 위반에 따른 법정 모독 행위를 고려할 때 LG화학의 조기 패소 판결 신청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로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와 관련 부품을 10년 동안 미국에 수출할 수 없는 처분을 받았다. 다만 SK이노베이션과 이미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은 완성차 제조업체 포드와 폴크스바겐에 대해서는 각각 4년과 2년의 유예기간을 줬다.

 

ITC 결정은 60일 동안 대통령 심의 기간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대통령은 이 기간 ITC의 결정에 대해 ‘정책적 이유’를 들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대통령이 승인하지 않은 ITC의 결정과 조치는 불승인이 통지된 일자에 효력을 상실한다. 

 

미 정치권 일각에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SK이노베이션 공장이 들어서는 조지아주의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는 12일 “미국 ITC의 최근 결정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기간 SK가 2600여 개의 청정에너지 일자리와 혁신 제조업을 구축하기 위해 진행해 온 투자를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통상 미국 대통령이 ITC 판결에 거부권을 행사한 전례는 극히 드물다.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이후 단 1건에 불과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3년 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ITC에 제소한 사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 유일하다. 

 

자연스럽게 SK이노베이션의 합의 제스처에 관심이 집중된다. ITC 최종 판결 직후 포드와 폴크스바겐 모두 빠른 합의를 촉구했다. 포드의 짐 팔리 최고경영자는 11일(현지 시각) “두 공급사가 자발적으로 합의하는 것이 미국 제조사와 노동자들에게 궁극적으로 이익이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폴크스바겐도 입장문을 내고 “궁극적으로 두 공급사가 법정 밖에서 합의하기를 희망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SK이노베이션는 배터리 사업을 위해 2018년부터 약 7조 원에 달하는 금액을 공격적으로 투자해왔다. 그 결과 재무구조는 악화됐고, LG에너지솔루션에 지급할 합의금 마련을 위해서는 일정 부분 출혈을 감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SK이노베이션이 2019년 미국 남동부 조지아주의 전기차 배터리공장 부지.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양 사가 원하는 합의금 액수의 차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이 책정한 정확한 합의금 액수는 알려진 게 없다. 다만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합의금으로 2~3조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이 출혈 없이 현금으로 합의금을 지불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 SK이노베이션의 3분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규모는 3조 5946억 원 수준이지만, SK이노베이션이 그동안 배터리 및 소재 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를 단행해 온 것을 생각하면 그 이상의 현금이 필요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20년 3분기 기준으로 2018년 이후 약 7조 6957억 원의 투자를 진행 중이다. 이로 인해 부채 규모가 만만치 않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2020년 3분기 기준 부채 총계는 23조 5138억 원으로 지난해 말 기준보다 2조가량 늘었다. 특히 단기차입금과 사채 및 장기차입금 항목이 조 단위로 크게 늘었다. 그 결과 SK이노베이션의 부채비율은 149%로, 2019년에 117%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같은 분기 LG화학의 부채비율은 112%, 삼성SDI는 60% 수준이다. 

 

2020년 실적도 좋지 않다. SK이노베이션은 1월 29일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로 2조 5688억 원을 공시했다. 배터리 사업 투자를 위해 3조 원 이상의 투자금을 계속해서 조달해야 하는데, 주 사업인 석유 사업에서 영업 손실이 2조 2228억 원을 기록한 점이 뼈아프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이 합의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분 매각 등 상당한 출혈을 감수해야 한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SK루브리컨츠 지분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없는 소수 지분 매각을 통해 향후 SK루브리컨츠 기업공개(IPO) 시 지분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과 현금 확보가 매각의 주된 목표인 것으로 전해졌다. 매각 금액은 2조 원대인 것으로 전해졌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SK루브리컨츠 매각 건은 LG에너지솔루션과의 소송 이전부터 준비해온 사안이다. 합의만을 위해 급하게 매각을 진행한 것이 아니다. 매각이 성사된다면 투자 등 영업 활동 전반에 사용될 예정이다. 합의금 문제는 전혀 급한 건이 아니다. 여태껏 투자해온 것을 바탕으로, 힘들겠지만 2년 동안 벌어서 갚자는 의견도 내부적으로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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