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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행 티켓 예약한 '쿠팡' 선택 둘러싼 뒷말 무성한 까닭

국내 증시 상장 천문학적 적자로 결격 사유, 차등의결권 확보로 손 쉬운 경영권 장악 노림수

2021.02.17(Wed) 17:21:07

[비즈한국] 국내 온라인쇼핑몰 쿠팡의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NYSE) 상장(IPO·기업공개) 추진을 둘러싼 뒷말이 무성하다. 

 

우선 쿠팡이 국내 증시 상장을 놓고 저울질하다 적자 기업이라도 기술력 등에 후한 점수를 주는 미국 증시 상장을 택한게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된다. 또한 우리나라가 차등의결권(복수의결권)을 허용하지 않아 쿠팡이 이를 허용하는 미국 증시 상장을 택했다는 식의 주장도 나온다.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왼쪽)과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사진=쿠팡


다만 이러한 주장들은 면밀히 따져 볼 때 사실관계와 지나치게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쿠팡은 출범 이후 상장을 하더라도 국내 증시 상장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점이다. 

 

분명한 사실은 이번에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을 추진하는 회사가 매해 인프라 투자 등을 이유로 수천억 원대의 적자를 보고 있는 사업회사인 '한국 쿠팡'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 쿠팡의 지분 100%를 보유한 지주회사 격인 미국에 소재한 쿠팡 유한회사(Coupang LLC)가 미국 증시에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올라온 쿠팡의 상장계획을 보면 미국 쿠팡 LLC가 쿠팡 주식회사(Coupang Inc.)로 기업 형태를 전환하면서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 신청을 했다. 

 

쿠팡이 미국 증시 상장에 속도를 내는 것은 그동안 쿠팡의 천문학적인 적자를 메워주던 버팀목인 한국계 일본인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와 비전펀드로부터 추가 자금 수혈이 끊어졌기 때문이다. 

 

손정의 회장은 그간 30억 달러(한화 3조 3200억 원)를 조성해 쿠팡에 투자했다. 하지만 비전펀드의 잇따른 투자 실패로 인해 손 회장은 지난해 3분기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선언했다. 쿠팡으로선 상장 외에 더 이상 외부 자금을 수혈할 수 없는 막다른 길에 몰린 셈이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국내 쿠팡의 지난해 영업손실 규모는 한화 약 5842억 원이다. 2019년 약 7127억 원에 비해 적자 폭이 1300억 원 가까이 줄었지만 여전히 천문학적인 손실 규모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언택트(비대면) 경제 활성화는 향후 쿠팡의 손익구조 개선에 기여하게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로 쿠팡의 매출은 지난해 약 13조 2600억 원으로, 전년 약 7조 1530억 원에 비해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쿠팡은 처음부터 국내 증시 상장을 계획하지 않았다. 실제로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지난 2011년 “2년 안에 미국 나스닥에 상장해 세계로 도약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바 있다. 상황 변화에 따라 나스닥 대신 뉴욕 증시 상장 추진으로 선회한 것일 뿐이다. 

 

미국 쿠팡 상장과 관련해 불거진 또다른 논란은 ‘차등의결권’ 허용 여부다. 차등의결권은 창업주에게 다른 주주가 보유한 보통주보다 많은 의결권을 부여해 적대적 인수합병 세력을 견제하고 의사결정권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장치다.

 

국내에서는 1주당 하나의 의결권만 허용하고 있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쿠팡 주식은 클래스A 보통주와 클래스B 보통주로 구성돼 있다. 클래스B는 클래스A 대비 주당 29배의 의결권이 있다. 미국은 기업 창업자에게 이러한 차등의결권을 허용한다. 따라서 창업자인 김범석 의장은 상장 결과에 따라 미국 쿠팡 지분율 단 1%만 보유하더라도 29%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아울러 미국 쿠팡은 한국 쿠팡의 지분 100% 지분을 보유함에 따라 김 의장은 쿠팡 전체에 대한 경영권을 손쉽게 장악할 수 있다.

 

김범석 의장이 차등의결권 허용 때문에 국내 증시를 포기하고 미국 증시 상장을 택한게 아니냐는 일각의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이유다. 

 

홍콩 등 일부 국가들​은 유니콘기업(기업 가치 10억 달러, 한화 1조 원 이상 스타트업 기업)들을 자국 증시에 붙잡기 위해 차등의결권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지만 주요 유니콘기업들은 대부분 미국 상장을 택하고 있다. 

 

국내법에서도 차등의결권은 아직 인정되지 않고 있다.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정해 1주당 10개의 의결권을 주는 ‘복수의결권(차등의결권)’ 도입을 골자로 하는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관계자는 “미국 내 기업들은 제도적 이유 때문에 100%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 덕분에 차등의결권의 오남용 문제도 다소 제한적”이라며 “미국보다 기업지배구조나 기업공시가 더 취약한 나라들은 차등의결권 주식에 더 많은 규제와 투자 조건들을 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처럼 재벌의 경제력 집중이 심각한 상황에서 차등의결권이 도입되면 재벌세습은 제도화되고 경제력 집중은 더욱 심화될 수 밖에 없다”며 “이번 쿠팡 사례처럼 토종 유니콘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복수의결권은 불필요하다. 국회에 계류중인 벤처기업법 개정안은 반드시 폐기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차등의결권 주식은 우리 기업들의 가장 큰 문제인 소유와 지배의 괴리를 더욱 심화시키는 제도다. 쿠팡은 애초 미국에 설립된 회사이며 처음부터 미국 증시 상장만을 추진해 왔다”고 강조했다. ​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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