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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염전과 협궤열차, 아빠와 추억 찾아 소래포구 여행

소래역사관에서 협궤열차와 포구 옛모습 보고, 습지생태공원에선 옛 염전과 갯벌 체험

2021.02.02(Tue) 16:58:50

[비즈한국] 수원과 인천을 잇던 ‘수인선 협궤열차’를 아시는지? 운행을 멈춘 지 26년쯤 된 터라, 직접 타 본 사람보다는 들어만 본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자그마한 미니 열차를 타고 인천의 소래포구에 내려 바닷가 정취를 즐기는 건 수도권 낭만여행의 대명사였다. 이제는 연인 대신 아이의 손을 잡고 떠나보는 건 어떨까. 협궤열차는 사라졌지만 그곳에는 여전히 사람 붐비는 포구와 어시장이 있고, 포구의 역사를 알려주는 소래역사관과 갯벌의 생태를 보여주는 소래습지생태공원이 있다. 

 

수원과 인천을 잇던 ‘수인선 협궤열차’는 일제강점기에 소금의 수송을 위해 만들어졌다. 1995년 운행을 멈춘 후 소래역사관 앞에 전시돼 있다. 사진=구완회 제공

 

#협궤열차 따라 떠나는 추억 여행

 

협궤열차란 이름 그대로 ‘좁은 궤도를 달리는 열차’를 말한다. 그러니까 철로의 폭이 보통보다 작다는 것.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수인선 철로의 폭은 보통 것의 절반이었다. 그러니 열차도 작고 짧았다. 소래포구를 지나는 수인선의 중요한 목적은 이곳의 소금을 인천항으로 옮기는 것이었다. 그 소금은 일본으로 넘어가 전쟁물자가 되었다. 소금뿐 아니라 인근의 식량까지 인천항을 통해 일본으로 실어날랐다. 협궤열차의 시작은 낭만과는 거리가 멀었던 셈이다. 1937년 운행을 시작한 수인선 협궤열차가 멈춘 것은 1995년. 지금은 협궤열차 대신 복선 전철이 수원과 인천 사이를 잇는다. 

 

수도권 전철 수인분당선 소래포구역에서 걸어서 10분이면 소래역사관에 닿는다. 역사관 앞에는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협궤용 증기기관차가 보인다. 기차보다는 트럭에 가까운 크기.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자그마한 소래역이 옛 모습 그대로 관람객을 맞는다. 미닫이 나무문을 열고 들어가면 연탄난로 옆에 한복 차림의 할머니가 보퉁이를 들고 대합실에 앉아 있다. 수십 년 전 모습을 정교한 인형으로 재현한 것이다. 

 

소래역사관에는 자그마한 소래역이 옛 모습 그대로 재현돼 있다. 미닫이 나무문을 열고 들어가면 연탄난로 옆에 한복 차림의 할머니가 보퉁이를 들고 대합실에 앉아 있다. 사진=구완회 제공


소래역사관의 ‘소래포구 존’에서는 수인선과 염전 덕에 사람들로 북적거리던 옛 소래포구의 모습을 실감 나는 디오라마로 볼 수 있다. 사진=구완회 제공

 

소래역 옆은 ‘수인선 존’이다. 일본 순사의 감시를 받으며 철도를 놓는 조선인 노동자들과 그 시절 철도 옆 마을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이를 통해 수인선 건설부터 폐지까지의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전시는 ‘소래염전 존’으로 이어진다. 수인선보다 몇 해 앞서 건설된 소래염전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소금을 생산했다. 하지만 중국에서 값싼 소금이 수입되면서 점차 규모가 줄다가 수인선 협궤열차가 멈춘 다음 해 염전 또한 문을 닫았다. 소래염전 존에서는 국내 최대의 소금 생산을 자랑하던 천일염전의 이모저모를 살펴볼 수 있다. 마지막 ‘소래포구 존’에서는 수인선과 염전 덕에 사람들로 북적거리던 옛 소래포구의 모습을 실감 나는 디오라마로 볼 수 있다. 

 

#소래포구 둘러보고 습지생태공원으로

 

소래역사관에서 길 하나만 건너면 소래포구 재래어시장이다. 협궤열차가 멈추고 염전이 문을 닫은 뒤에도 소래포구에는 사람들이 몰렸다. 서울에서 가까운 곳에 옛 포구의 정취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었다. 지금이야 코로나 탓에 한산하지만 이전에는 배 들어오는 시간이 되면 사람들이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이곳에서 포구 구경, 사람 구경하다가 방금 배에서 내린 싱싱한 해산물을 샀다. 사람이 줄어든 요즘은 충분히 거리 두기를 하면서 여유 있게 포구를 둘러볼 수 있어서 좋다. 

 

소래염전은 문을 닫은 뒤 새롭게 단장해 소래습지생태공원으로 운영 중이다. 공원은 염전과 갯벌 체험장, 습지와 조류 관찰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진=구완회 제공

 

소래포구에서 1km쯤 가면 옛 소래염전이다. 문을 닫은 염전은 새로운 단장을 거쳐 소래습지생태공원으로 운영 중이다. 공원은 염전과 갯벌 체험장, 습지와 조류 관찰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염전에서는 소래역사관에서 보았던 천일염 생산 과정을 실물로 확인할 수 있다. 여름에는 갯벌 체험장에서는 직접 갯벌에 발을 담그고 다양한 생물을 관찰할 수 있다. 겨울이면 조류 관찰대에서 청둥오리와 도요새, 가마우지 같은 겨울 철새들을 직접 볼 수 있다. ​

 

넓은 습지에는 붉은 칠면초가 장관이다. 바닷가 염분이 많은 토양에서 자라는 대표적인 염생식물인 칠면초는 일 년에 일곱 번이나 모습이 변한다고 붙은 이름이란다. 여름이면 펄에 묻혀 회색을 띠고 있다가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점차 붉게 변한다. 칠면초 붉은 습지에는 이국적인 풍차들이 자리 잡아 소래습지생태공원을 대표하는 포토존이 되었다. 

 

넓은 습지에는 붉은 칠면초가 장관이다. 여름이면 펄에 묻혀 회색을 띠고 있다가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점차 붉게 변한다. 사진=구완회 제공

 

<여행메모>

 

소래역사관 

위치: 인천광역시 남동구 아암대로 160

문의: 032-453-5630

이용시간: 10:00~18:00, 월요일(월요일이 휴일이면 화요일), 1월 1일, 명절 휴관 

 

소래습지생태공원 

위치: 인천광역시 남동구 소래로 154번길 77 

문의: 032-435-7076

이용시간: 24시간 연중무휴

 

필자 구완회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여성중앙’, ‘프라이데이’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랜덤하우스코리아 여행출판팀장으로 ‘세계를 간다’, ‘100배 즐기기’ 등의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를 총괄했다.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역사와 여행 이야기를 쓰고 있다.​​​​​​​​​ ​​​​​​​​​​​​​​​​​

구완회 여행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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