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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에이치엘비 매수 나선 동학개미 '한국판 게임스탑' 가능할까

공매도 재개 앞두고 심상찮은 움직임에 주가 급등…성공 여부 두고 전문가 전망 엇갈려

2021.02.02(Tue) 10:15:25

[비즈한국] “울분이 쌓였죠. 20년 전부터 주식을 하면서 공매도 세력에 많이 당했거든요. 그런데 미국 게임스탑 사태의 취지에 공감이 많이 됐어요. 한마디로 ‘복수할 수 있겠다’ 싶었죠. 제약·바이오주는 사본 적도 없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단합에 동참하는 게 최선이라 생각했어요.” 베트남 다낭에 사는 장성훈 씨(41​)는 1일 기존 주식을 모두 팔고 셀트리온 주식 약 250주를 담았다. 장 씨는 “올인했다. 본전을 아예 생각 안 할 수는 없지만 일단 들고 있으려 한다”고 말했다.

 

미국 증시에서 벌어진 공매도 세력과 개인의 ‘게임스탑’ 전쟁이 한국에서도 재연될 조짐을 보인다. 국내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공매도 잔고 수량 상위 종목을 중심으로 매수 운동을 펼치자는 의견이 거세지면서다.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가 국내 동학 개미들의 첫 타깃이다. 1일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 주가는 급등했다. 그러나 이날 개인 투자자들이 이들 주식을 대량으로 팔아치운 데다 개인 투자자 사이에서도 ‘반 공매도 운동’을 둘러싼 의견이 엇갈려 동력이 그다지 길게 이어지지 않으리란 전망도 나온다.

 

#개인 투자자들 반 공매도 운동에 셀트리온, 에이치엘비 1일 주가 급등

 

1일 개인 투자자들은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를 중심으로 주식을 매수하는 운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공매도 폐지 버스’도 1일부터 운행을 시작했다. 사진=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카페


국내 주식시장이 열리기 하루 전인 31일, 국내 최대 개인 투자자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카페에서는 여러 계획을 담은 글들이 오갔다. 에이치엘비와 셀트리온 주식을 한 주씩 사는 ‘414운동(두 종목의 29일 종가를 합친 금액의 앞 세 숫자)’이 주요 전략으로 제시됐다. 1일 오후 3시에 동시에 1~10주를 매수하자는 의견도 적잖았다. 1일이 되자 개인 투자자들은 ‘매수 인증 사진’을 잇따라 게시했다. 셀트리온 관련 글을 올릴 때 공매도 시스템을 비난했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태그하는 움직임도 이어졌다.

 

개인 투자자들이 타깃으로 삼은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는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공매도 잔량 1위인 종목이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셀트리온 공매도 잔액은 2조 598억 원으로 공매도 잔액 1위다. 에이치엘비는 코스닥시장에서 가장 많은 3078억 원의 공매도 잔액을 보유하고 있다. 시가총액 대비 공매도 비중은 각각 4.56%, 6.52%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의 시가총액 대비 공매도 비중은 0.29%, 0.50%다.

 

1일 이들 종목 주가는 오전부터 급등했다. 셀트리온은 전 거래일보다 4만 7000원(14.51%) 오른 37만 1000원으로 1일 마감했다. 에이치엘비 역시 전날보다 6500원(7.22%) 상승한 9만 6500원을 기록했다. 이날 셀트리온 치료제 ‘램시마SC’가 캐나다에서 판매 승인을 받았다는 호재가 작용했지만 증권업계는 ‘반(反) 공매도 운동’ 움직임이 작용했다고 풀이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숏커버링(공매도 상환을 위한 주식 매수)의 영향이 미친 듯하다. 외국인과 기관이 수세에 몰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외국인과 기관은 셀트리온을 각각 3524억 원과 1176억 원을 순매수했다. 에이치엘비도 외국인이 503억 원, 기관이 471억 원가량 사들였다.

 

셀트리온은 전 거래일보다 4만 7000원(14.51%) 오른 37만 1000원으로 1일 마감했다. 증권업계는 ‘반 공매도 운동’을 우려한 외국인과 기관의 움직임이 작용했다고 풀이했다. 사진=네이버 금융 캡처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추가 매수 및 장기 보유를 통해 반 공매도 운동에 장기간 간접적으로 동참하려는 개인 투자자가 적지 않아서다. 회사원 김 아무개 씨(40)​는 “원래 헬스케어주에 장기 투자했는데 공매도 문제점을 이슈화하려는 동력이 더해졌다. 여유자금이 생길 때마다 셀트리온 등 관련주를 매수해 장기 보유할 계획”이라고 했다. 앞서의 장 씨는 “(공매도 재개 전부터 운동을 벌이는 이유는) 개인 투자자 목소리에 힘을 실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우는 게 목표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개미들이 수익을 낼 수도 있다. 공매도 세력이 수익을 가져가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나”고 반문했다.

 

주주들이 단체 행동을 벌이는 종목은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뿐만이 아니다. 공매도 잔량 비중이 높은 두산인프라코어 주주들도 끝자리가 9인 주식을 매수하는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이날 한투연은 ‘월스트리트베츠’의 한국판인 ‘케이스트리트베츠(kstreetbets·KSB)’를 만들겠다고도 밝혔다. 게임스탑 사태에서 미국 개인 투자자들이 커뮤니티 레딧 내 월스트리트베츠라는 게시판을 통해 공매도 세력에 대항한 것처럼 개미들의 집결지를 구축하겠다는 말이다.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월스트리트베츠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가 출현한 좌표를 공유하고 주식을 공격적으로 사들인 방법을 참고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국판 게임스탑? 성공 여부 두고 전문가들 의견 분분

 

국내 개미들의 성공 여부를 두고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사진=이종현 기자


이처럼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반 공매도 운동에 동참하는 배경에는 ‘미국 게임스탑 사태를 우리나라 개미들이라고 만들어내지 못할 리 있느냐’는 인식이 깔려 있다. 미국에서 헤지펀드들이 게임유통업체 게임스탑의 주식을 공매도로 이익을 취하려 하자 개인 투자자들이 대량 매수에 나섰다. 헤지펀드들은 추가 손실을 막기 위해 주식을 사들였고 게임스탑 주식은 27일 전 거래일보다 134.84% 급등한 347.51달러(약 38만 9000원)를 기록했다. 8일 17.69달러(약 1만 9800원)에서 19배 올랐다.

 

그러나 한국판 게임스탑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을지, 다시 말해 국내 개미들의 성공 여부를 두고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론 미국과 제도가 다르다. 다만 시중 유동성이 워낙 풍부하기 때문에 공매도 잔량이 많은 상위 5개 종목으로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 행렬이 모인다고 보면 게임스탑과 같은 사례가 우리나라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며 “충분히 공매도 세력에 대항할 수 있을 정도라고 본다”고 의견을 밝혔다.

 

다만 ‘안 하는 게 좋은 게임’이라는 주장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상·하한가 제한이 없지만 우리나라는 30% 한도가 있다. 결국 게임스탑만큼 상승세를 보이기 어렵다. 또 우리나라는 공매도 물량이 많은 셀트리온마저도 공매도 잔량이 전체 주식의 5% 정도로 얼마 되지 않는다. 결국 공매도에 대항해도 큰 의미가 없다”며 “급등한 게임스탑 가격도 유지될 수 없는 가격이다. 급락하면 그 피해는 개인 투자자에게 돌아간다”고 했다. 게임스탑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30.8% 떨어진 225.00달러(약 25만 1880원)로 1일 장을 마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공매도 물량이 많은 셀트리온마저도 공매도 잔량이 전체 주식의 5% 정도로 얼마 되지 않는다”​며 공매도에 대항해도 큰 의미가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인천시 연수구에 위치한 셀트리온 본사. 사진=이종현 기자


이 관계자는 “이미 이 운동을 둘러싸고 개인 투자자 사이에서도 의견이 다양하다. 함부로 매수하면 안 된다는 주장부터 그래도 동참하자는 이야기까지 다양해 힘이 모일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 공매도 운동에 동참하는 개인 투자자가 얼마나 되는지가 관건이라는 이야기다. ​1일 개인 투자자들의 셀트리온 순매도액은 4389억 원에 달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개인들은 에이치엘비도 544억 원 팔아치웠다.

 

한편 공매도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된다. 한투연은 성명서에서 “우리나라 공매도는 의무 상환기간이 없어서 길게는 10년 이상 한 기업에 기생하며 기업 발전을 저해한다. 증거금도 거의 없이 20배 레버리지도 가능하며, 무한 재대차로 주식 수를 초과한 공매도도 가능하다”며 “공매도 금지 조치를 1년간 연장한 후 폐지 여부를 논의해야 한다. 공매도 재개 전 100% 전산화된 무결점 무차입 공매도 적발시스템을 도입해야 하며, 1개월 주기가 아닌 매일 실시간으로 불법을 적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도 제도 개선 필요성에 공감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부터 불법 공매도에 징역형을 내릴 수 있는 등 처벌이 강화되고 있다. 다만 공매도에 대한 개인들의 접근성과 관련한 부분은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김상봉 교수는 “미국처럼 의무 상환 기간을 설정하고, 증거금 제도를 도입하는 등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의 연구원은 “과거에는 반 공매도 운동이 일어난 사례가 없었다.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 시스템이 잘못됐다고 보고 있다는 점을 주식시장이 드러내 주는 셈”이라고 말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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