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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2021 리포트]① 전통의 라이벌 ,기술의 LG vs 미래의 삼성

마이크로LED, 로봇 등 미래기술 접목한 신제품 대거 공개…삼성, 환경에 관한 언급 '눈길'

2021.01.12(Tue) 17:05:29

[비즈한국] 삼성전자와 LG전자의 CES 키노트는 늘 관심을 받는 주제입니다. 해외에서는 잘 모르겠지만, 국내에서는 가장 쟁쟁한 라이벌이고, 특히 국내 가전 시장에서는 두 회사의 색깔과 제품에 대한 신뢰, 그리고 그에 따른 팬층 때문에 당연하게 경쟁 구도에 세웁니다. CES2021에서도 가장 빨리 움직인 게 바로 이 두 회사입니다.

 

LG전자는 빠르게 제품군을 소개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익숙한 제품들이 대부분인데, 이 제품들이 미국을 비롯한 해외로 소개되는 데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냉장고, 세탁기, 공기청정기 등 일상의 가전들이 덤덤하게 소개됐습니다.

 

반면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정도를 제외하고는 제품보다 콘셉트나 아이디어, 비전을 더 꺼내 놨습니다. 미래에 대한 이미지를 그리다 보니 전반적인 영상미는 월등했습니다. 이미 삼성전자는 코로나19 이후 수차례 제품 발표를 온라인으로 치르면서, 온라인에서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지 깨달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삼성전자 승현준 사장(삼성리서치 소장)이 CES 2021 삼성 프레스컨퍼런스에서 CES 2021 최고 혁신상을 수상한 마이크로 LED 110형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주목해야 할 부분은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TV입니다. 원래 CES의 오랜 주인공이 TV죠. 그리고 두 회사는 TV, 그중에서도 고급형 TV 시장을 지배하는 회사입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프리미엄 TV의 톱은 삼성전자였습니다. 그런데 OLED를 두고 명암이 엇갈렸습니다. 이제는 프리미엄 TV라고 하면 LG전자의 OLED TV를 먼저 떠올리죠. OLED는 색 표현, 명암, 반응속도, 두께 등 모든 면에서 LCD 기반의 TV를 압도합니다. 함께 놓고 보면 비교가 되죠.

 

하지만 OLED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는데, 오래 두고 보면 특정 화소가 타 버리는 번인(Burn-in) 현상이 있습니다. 이는 기술로 많이 극복되고 있긴 하지만 수명이 늘어날 뿐이고, 소자가 타는 기본적인 특성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몇 년 쓰면 언젠가는 특정 부분이 잔상으로 남게 되죠. 또 한 가지는 값이 비싸다는 것인데, LED 소자 자체가 비싸고, TV 해상도는 계속해서 높아집니다. 각 소자 하나하나를 불량 없이 고르게 배열하고 표면에 증착하는 것은 기술적으로도 어렵고요. 한 마디로 비쌉니다.

 

그걸 극복하기 위한 기술이 바로 마이크로LED입니다. 과거 LED TV처럼 이름만 LED지 사실 기반 기술은 LCD입니다. LCD 디스플레이는 기본적으로 LCD가 색을 표현하고, 뒤에서 백라이트를 비춰 빛을 더합니다. LED TV는 초기 형광등과 비슷한 CCFL 광원을 LED로 바꾸면서 밝기와 색 표현력이 좋아졌던 것처럼 마이크로LED도 백라이트 광원을 마이크로LED로 바꾼 겁니다. LG전자는 화면 뒤에 아주 작은(Micro) LED를 3만 개를 심는다고 밝혔습니다. 4k UHD TV의 화소 수가 83만 개인데, 광원이 3만 개 들어가니 아주 단순하게 계산하면 광원 하나가 맡는 픽셀이 27개 정도입니다. 엄청나게 작고 촘촘하게 밝히게 된다는 거죠.

 

광원을 이렇게 작게 심으면 OLED처럼 빛이 있는 곳은 더 밝게 표현하고, 어두운 곳은 광원을 약하게 비춰서 더 어둡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전에는 백라이트가 수십 개 정도여서 밝은 곳과 어두운 곳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이 어려웠고, 빛샘이나 블루밍 현상처럼 빛 때문에 색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는 일이 많았습니다. 마이크로 LED는 화면에서 조명의 구역을 3만 개로 나눠놨으니 그만큼 밝기 표현에서 자유도가 높아집니다. LCD의 내구성과 OLED의 밝기 표현을 흡수하겠다는 아주 현실적인 기술입니다. 그리고 그 첫 TV가 CES를 통해서 소개된 셈입니다.

 

'삼성 제트봇 AI' 로봇청소기와 '스마트싱스 펫(SmartThings Pet)' 케어 서비스. 사진=삼성전자 제공

 

두 번째는 로봇입니다. 로봇은 가전 기업들에 아주 중요한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가전의 기본 역할은 사람들의 일을 대신해주는 데에 있습니다. 세탁기가 빨래를 대신하고, 청소기가 빗자루를 대신합니다. 하지만 이 기기들이 스스로 뭔가를 하겠다고 하면 잘 믿어지지 않았죠. 사람이 신경 쓰지 않으면 세탁기가 빨래를 못 하고, 밥솥이 밥을 잘 못 합니다. 청소기는 내가 벅벅 밀고 다녀야 속이 시원하고, 식기세척기도 설거지만큼 개운하지 않았죠.

 

바로 오랫동안 가전 기업들이 내세웠던 ‘인공지능’이 못 미더웠기 때문입니다. 뭐 옛날 일을 탓할 건 아닙니다. 그때는 인공지능 기술이 한계가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최근의 프로세서 기술, 머신러닝 프레임워크, 클라우드 등 술들이 결합하면서 가전이 진짜 사람처럼 움직이기 시작한 거죠. LG전자의 씽큐나 삼성전자의 스마트씽스도 이제 가정용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프레임워크로 꽤 자리를 잡았습니다.

 

LG전자는 인공지능과 로봇을 결합한 완전 자동화 된 가전 환경 구축을 미래 기술의 청사진으로 제시했다. 사진=LG전자 제공

 

그리고 다음 단계로 머신러닝의 판단을 행동으로 옮기는 로보틱스가 접목되는 겁니다. LG전자는 몇 년 전부터 ‘클로이’라는 이름으로 CES에서 로봇을 공개했었는데, 기본적으로 목적지를 찾아 움직이며 임무를 수행하는 것인데, 올해는 자외선 살균 소독기를 로봇에 접목했습니다. 사람이 들어가지 않아도 구석구석 방역을 하는 거죠. 코로나19의 상황을 잘 반영한 아이디어였습니다.

 

삼성전자는 조금 캐주얼하게 접근합니다. 지금 단계에서 가정용 로봇은 보수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고, 그중에서도 가장 대중적인 것이 바로 로봇 청소기입니다. 삼성전자는 ‘제트봇 AI’라는 이름의 로봇 청소기를 공개했습니다. 비전 컴퓨팅을 바탕으로 공간과 사물을 인지해서 상황을 판단하고 안전하게 청소를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로봇인 거죠. 카메라 뿐 아니라 라이다를 달았고, 인텔의 인공지능 플랫폼인 모비디우스 기술을 통해 사물을 인지합니다. 그래서 딱딱한 플라스틱 장난감이라고 판단하면 조금 과감하게 청소를 하고, 그릇이나 도자기, 전선이 있다면 움직임을 조심스럽게 바꿉니다.

 

청소기지만 청소 기능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청소는 기본이고 얼마나 잘 움직이느냐가 로봇 청소기의 가치를 가르기 때문이죠. 아마도 몇 년 뒤에는 ‘청소기’라는 말이 곧 ‘로봇 청소기’로 통하게 될 겁니다. 로봇 청소기에 대한 신뢰는 높아지고, 청소 실력도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이 로봇에 뭔가를 붙이느냐에 따라서 시나리오는 무궁무진합니다. 무엇보다 집에서 이런 로봇이 돌아다니는 것에 거부감을 지우는 게 가장 큰 숙제겠지요.

 

LG전자는 CES2021에서 야심작 롤러블폰을 공개하며 올해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혀 많은 주목을 받았다. 사진=LG전자 제공

 

마지막은 미래입니다. LG전자는 인공지능 기술, 그리고 직접적인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을 중심으로 미래를 그려냈습니다. 삶에 혁신을 만들어간다는 것이지요. 두루마리처럼 마는 롤러블 OLED 디스플레이처럼 미래를 현실로 만드는 기술도 소개됐습니다. 우리가 꿈꾸던 미래 가정의 모습인 거죠.

 

삼성전자는 조금 다른 면에서 접근했습니다. 바로 환경 문제입니다. 삼성전자는 30분 정도의 발표 중에서 무려 10분이나 환경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가전의 전력 소비를 낮추는 것은 물론이고 D램과 SSD를 비롯한 반도체 효율을 높여서 데이터센터가 쓰는 에너지를 줄이면 매년 최대 7TWh의 전력을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캘리포니아의 모든 가구가 한 달 동안 쓰는 전력량과 똑같다고 합니다.

 

CES 2021 삼성 프레스컨퍼런스에 소개된 '갤럭시 업사이클링 앳 홈(Galaxy Upcycling at Home)' 사진=삼성전자 제공

 

또한 구형 스마트폰을 이용해 아기를 돌보는 카메라로 쓰거나 집에 혼자 두고 나온 반려동물과 소통하는 등 업사이클 프로그램에 관한 이야기도 언급했습니다. 업사이클 기기들도 녹스(NOX)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디지털 보안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세계적으로 환경 규제는 점점 강해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도 비즈니스 규모가 커지는 것뿐 아니라 환경에 대한 책임이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원가와 비용을 낮추는 것이 기업들의 가장 큰 숙제가 되고 있는데, 오히려 비용을 막대하게 끌어올리는 환경에 대한 대응을 먼저 나서는 셈입니다. 이는 당연한 의무이기도 하고, 그 자체로 비즈니스의 지속 가능성과 연결됩니다. 각 시장에 환경과 관련된 거 강한 규제가 생겨나기 전에 앞장서서 뭔가를 해내는 것은 비즈니스 입장에서도 좋은 접근이고요.

 

다 떠나서 기업들이 비용을 들여서 환경과 관련된 일들을 하는 것은 그 결과나 과정이 크든, 작든 꼭 필요한 일이고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도 없습니다. 그게 결국 우리에게 돈보다 더 큰 가치로 돌아오게 될 테니까요. 환경은 가전이 가야 할 중요한 방향성 중 하나가 됐습니다.

최호섭 IT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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