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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덕텔링] '절치부심' 한국형 경항모, 뭐가 어떻게 달라졌나

최적화 된 공간배치와 추가 장비, 향상된 생존성…부족한 갑판 면적 확대가 숙제

2021.01.05(Tue) 15:38:22

[비즈한국] 지난 12월 30일 합동참모본부가 대형 수송함-II 사업으로 경항공모함을 건조하겠다는 발표를 하자, 언론과 여러 군사 전문가들은 경항모를 지지하는 쪽과 우려하는 쪽으로 양분됐다. 항공모함이 가지는 의미가 워낙 크고 무겁다 보니, 부족한 우리 군에 무리하고 불필요한 사업이라는 의견과 미래 위협을 대비하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숙원사업이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선다.

 

이렇게 찬반이 명확히 갈리는 경항모 사업이 본격 추진된다는 사실 자체에 많은 사람이 의문을 표시한다. 특히 지난 12월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일부 국회의원들의 강력한 요구로 항공모함 건조 예산이 101억 원에서 1억 원으로 삭감되었는데, 해군과 항모 찬성파들은 항공모함의 필요성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했다. 반면 반대파에서는 과도한 예산과 북한 대응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훨씬 명확하고 강한 어필을 통해 예산 삭감을 이끌어냈다.

 

한국형 항공모함 최신 디자인. 사진=대한민국 해군 제공

 

그래서 합참이 내린 소요 결정의 속내를 들여다 보면, 국회의 예산 삭감에 대항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경항모 비판을 수용한 결정에 가깝다. 소요 결정은 일단 경항모라는 무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나, 정확히 얼마나 어떻게 구매 및 개발할 것인가 살펴보고 사업의 타당성을 살펴보는 첫 발걸음이다. 이제 해군은 경항모가 진짜 쓸 만한 무기인지 증명해야 하는 숙제를 안았다.

 

따라서 해군은 경항모 획득을 위한 설득과 지지를 얻는데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새로운 경항모 개념 설계안을 각 미디어에 공개하고, 항공모함 획득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과거 공개된 경항모 디자인과 지금 달라진 점은 무엇일까. 크게 세 가지 부분에서 과거 디자인과 구별되는 큰 개선점을 찾아볼 수 있었다.

 

첫 번째 개선점은 공간 배치의 최적화다. 현재 해군이 연구 중인 경항모는 항공모함치고는 가벼운 편이라는 의미지만, 무게는 독도함의 두 배 이상이고 프랑스 해군의 원자력 항공모함인 샤를 드골(4만 2000톤)에 가깝다. 그럼에도 한국형 경항모는 만성적인 공간 부족이 우려되는데, 이는 주 함재기인 F-35B가 F-4E 팬텀과 비슷한 27톤에 달할 정도로 아주 무겁고 큰 항공기이기 때문이다. 

 

좁은 공간을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해 경항모의 최신 디자인은 좌우에 배치된 항공기 엘리베이터를 오른쪽에 모두 배치해서, 항공기가 이륙 중에도 엘리베이터 2개를 모두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함교(Island)를 두 개의 작은 함교로 분리하고 그 사이에 엘리베이터를 배치해서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실제로 갑판의 전체 면적은 많이 늘어나지 않았지만, 분리된 함교 사이에 엘리베이터와 기타 공간을 넣어 실제로 비행기를 이륙시킬 때 동선이 줄어들어 공간 활용성이 높아진다.

 

두 번째 개선점은 항공기 운용능력 향상을 위해 많은 추가 장비가 설치된 부분이다. 앞 뒤로 분리된 함교는 단순히 공간을 더 넓게 쓸 뿐만 아니라, 항해를 위한 전방 함교(Bridge)와 항공기 운용을 위한 후방 함교(Flyco)로 역할을 분담해서 이착륙 상황을 더 쉽고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항공기 일정과 방향를 알려주는 영국 항공모함의 대형 LED 스크린. 사진=시포스즈 홈페이지

 

또한 함교는 거대한 바람막이 역할을 해서 난기류를 생성할 수 있는데, 두 개로 나눠 크기를 줄이니 난기류를 줄이는 효과도 있다. 마지막으로 마치 공항이나 기차역의 전광판과 같은 대형 LED 스크린 두 개가 함교에 설치돼, 갑판 위 모든 사람에게 어떤 비행기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안내하는 시스템도 설치될 예정이다.

 

세 번째 개선점은 향상된 생존성이다. 항공모함 무용론자들이 흔히 하는 주장이 바로 ASBM, 즉 항공모함을 타격할 수 있는 대함 탄도탄의 존재다. 초기 상륙함 설계와 달리 해군이 공개한 최신 경항모 설계에서는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 KDDX의 다기능 레이더(MFR)를 탑재하고 있다. 이 레이더는 일반적인 항공기와 군함을 탐지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잠수함의 잠망경과 같은 매우 작은 물체 탐지부터 탄도미사일과 같은 매우 높은 고도의 초고속 물체까지 탐지할 수 있어 항공모함의 생존성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경항모의 디자인이 발전 중이지만 여전히 항모 반대론자들이 지적하는 경항모의 큰 단점 두 가지는 아직도 해결하지 못했다. 가장 큰 문제는 장거리 저공비행 표적을 탐지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정규 항공모함에는 E-2D 호크아이(Hawkeye)와 같은 조기경보기(AEW)가 탑재돼 항공모함 주변을 날아다니면서 비행을 한다. 이는 항공모함의 레이더가 아무리 성능이 좋아도 지구의 곡면 때문에 저공비행 하는 적 항공기나 미사일을 탐지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영국 해군의 멀린 조기경보 헬기. 사진=세이브더로얄네이비 홈페이지

 

조기경보기를 탑재하지 못하는 영국 퀸 엘리자베스 항공모함의 경우 AW101 멀린(Merlin) 헬기에 크로우 네스트(Crowsnest)라는 레이더 장비를 붙여 비행한다. 이는 조기경보기보다는 못하지만 함선 레이더보다 두 배 이상의 저고도 표적 탐지거리를 보장한다. 한국 해군도 조기경보기용 AW101 헬기를 도입하거나, 예산 확보가 가능하다면 헬기보다 훨씬 높은 고도에서 비행 가능한 AW609를 간이 조기경보기로 개조하는 방법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두 번째 단점은 아직도 부족한 갑판 면적이다. 앞서 새로운 경항모 디자인의 장점으로 갑판 공간이 효율적이라고 했지만, 여전히 크고 무거운 F-35B를 운용하기에는 갑판 면적이 턱없이 좁다. 한국형 경항모의 갑판 폭은 30m~40m다. 비슷한 4만 톤급 재래식 경항모 비크란트급은 폭이 60m, 좀 더 큰 퀸 엘리자베스 항공모함은 폭이 70m다. 이는 우리 경항모가 헬기 운용이 중심인 미국의 상륙함(LHD) 디자인에 기반을 뒀기 때문. 다른 나라의 항공모함은 재래식 항공기 운용을 위한 착륙공간을 만들거나, 유사시 개조가 가능하도록 공간을 배분했다.

 

물론 예산 문제로 현재 기본설계에서 한국형 경항모의 폭을 대폭 늘리는 것은 매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과거 대우조선이 설계한 4만 톤급 한국형 경항모 역시 폭을 60m로 설계한 전례가 있다. 따라서 상세 설계 과정에서 현재보다 갑판 공간을 늘리는 시도는 가능해 보인다. 필자의 개인적 의견으로는 현재 설계에서 후방 함교의 대형 차량 엘리베이터 위치를 변경하거나 축소해서 후방 함교의 면적을 더욱 줄이고, 함교를 오른쪽으로 더욱 기울여 배치하고 미사일 발사대와 같은 각종 무장은 왼쪽으로 배치해서, 좌우 폭을 가능한 한 늘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항공모함은 고도로 발달한 기술뿐만 아니라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다양한 노하우가 제작에 필요한 함선이다. 우리 해군과 한국 조선 산업의 수준은 세계 최고 임이 분명하지만, 함선과 선박 설계자들에게 항공기라는 장비는 미지의 영역에 가깝다. 그러므로 해군은 현재 설계에 만족하지 않고, 해외 전문가 및 업체가 보유한 우수한 노하우를 이전받아 항공모함 디자인과 운용 개념을 더욱더 발전시켜 성능과 비용 대비 효과에 의문을 가지는 항모 반대론자들을 설득시켜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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