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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비법] 능력 있는 영업사원이 왜 담합의 결정적 증거가 될까

업무일지 작성·경쟁사 직원과 정기 모임이 범죄 혐의 받을수도…무심코 적은 메모도 증거로 인정

2020.11.30(Mon) 10:26:12

[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새로 시작하는 ‘아두면 모 있는 즈니스 률’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영업직이란 제품이나 서비스를 파는 직무를 말한다. 한국 사회에서 영업 직군에 대한 시선과 대우는 낮은 편이다. 내수가 작아 경쟁이 너무 치열해 존중을 받기 어렵고, 영업직군에는 방문판매원과 보험설계사 등 비교적 진입 문턱이 낮은 직업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업이 없으면 회사는 존립할 수 없다. 회사 실적은 영업능력에 따라 좌우되며, 업종에 따라 제품 품질이나 마케팅 능력보다는 영업능력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우수한 영업사원은 제품이나 시장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성격·친화력·뛰어난 화술을 가지고 있다. 또 다양한 분야에서 넓은 인맥을 가지고 있으며, 직·간접적인 방법으로 업계 정보를 수집하는 데 능하다. 그러나 영업능력이 너무 뛰어나면 사안에 따라 형사 사건, 공정거래 사건 등에 피의자나 참고인으로 연루될 수 있다.

 

영업사원이 매일매일 업무처리 진행 상황을 기록한 업무일지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그 기재대로 믿어지고, 여간해서는 사후에 그 내용을 부인할 수 없다. 회의 사진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영업사원이 면담·미팅·협상 등과 같은 업무처리 사항을 업무일지에 꼼꼼히 기록했다면 본인이나 회사에 항상 유리할까. 업무일지에 협력·타사와 공유·상호 교감·협조체제 구축 등 민감한 문구가 기재돼 있고 그 업무일지가 수사·조사기관에 압수·영치됐을 경우, 영업사원이 그 문구에서 추측되는 범죄 혐의를 부인하는 게 용이할까.

 

대법원 2017도20843 판결은 ‘범죄사실의 인정 여부와는 관계없이 자기에게 맡겨진 사무를 처리한 내용을 그때그때 계속적, 기계적으로 기재한 문서는 사무처리 명세를 증명하기 위해 존재하는 문서로서 형사소송법 제315조 제2호에 의해 당연히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또한 ‘이러한 문서는 업무의 기계적 반복성으로 인해 허위가 개입될 여지가 적고, 또 문서의 성질에 비추어 고도의 신용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러한 판례에 따라 영업사원이 매일매일 업무처리 진행 상황을 기록한 업무일지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그 기재대로 믿어지고, 여간해서는 사후에 그 내용을 부인할 수 없는 것이 실무다. 예를 들어 업무일지는 개인적인 비망, 메모에 불과하다거나 머릿속 생각을 정리한 것일 뿐 실제 있었던 내용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모양새가 매우 궁색해 그러한 말을 꺼내기도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것이 실제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수사기관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따라서 개인적으로 보관하는 업무일지라도 범죄혐의가 추측되는 문구를 기재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무심코 통화한 내용을 메모하는 일만으로도 때에 따라 법 위반행위를 입증할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다. 문제 소지를 없애기 위해 정기적으로 업무일지 등의 문서를 수거·​파쇄하는 사례를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이유다.

 

영업사원이 발이 넓어서 정기적으로 경쟁업체의 임직원과 접촉하고, 주요 거래조건을 논의하는 점은 본인과 회사에 항상 유리할까. 그 자리에서 담합 등 민감한 사안이 논의되고 있었는데, 더욱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잠자코 듣고 있는 게 유리할까.

 

실상은 경쟁자들과의 정기적·​반복적 접촉은 그 자체로 담합을 입증하는 유력한 사정이 된다. 대화 내용에 판매가격·​제품사양·​마케팅 계획 등이 포함돼 있으면, 정보교환을 수단으로 하는 담합에 가담했다고 간주할 수 있다. 또한 담합에서 합의란 묵시의 동의와 암묵적 요해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따라서 담합 논의 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자리를 지켰다면 담합에 동의했다고 간주할 가능성도 크다.

 

영업사원이 담합 논의 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자리를 지켰다면 담합에 동의했다고 간주할 가능성도 높다. 회의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이러한 배경에서 최근 여러 회사는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을 제정한다. △경쟁사 임직원과 모임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부득이 참석할 경우 사전에 회사 관계자에게 신고하도록 하며 △모임에서 거래조건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경우 즉시 이의를 제기하고 자리에서 이탈하도록 하는 지침을 시행한다.

 

또한 공시자료 등 공개된 매체를 통해 정보를 적법하게 입수한 경우 그 입수 경위와 출처를 분명히 기록하도록 하고 있다. 경쟁사 정보를 독자적인 경로로 입수했을 때는 그 정보를 맹목적으로 추종하여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라, 시장 상황·​고객수요·​비용·편익 등 여러 요소에 근거하여 결정하였음을 보여주는 자료를 미리 남기라고 지시한다.

 

업무 진행 상황을 꼼꼼히 기록하고 사람을 많이 만나며 여러 경로를 통해 최대한 많은 자료를 입수하는 것은 영업직으로서 바람직한 자세이자 필요한 능력이기도 하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러한 성실한 자세 때문에 곤경에 빠지게 될 때도 있다. 조사자 관점에서 조사 시 가장 만나고 싶다는 ‘겁 많고 꼼꼼한 사람’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법 위반행위에 가담했다면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사소한 행동에 어마어마한 의미가 부여되어서 하지도 않은 일에 대해 책임지라고 한다면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이러한 사태를 피하려면 적어도 여기에 있는 내용을 참고하여 미리 주의할 필요가 있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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