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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도 아닌 대신증권이 만든 굿즈를 누가 사려할까

뒤집어 세워둘 수 있는 '스탠드 컵' 선보여…'굿즈' 제작할 땐 사야 할 이유와 만들어야 할 이유 분명해야

2020.11.03(Tue) 11:47:20

[비즈한국] ‘굿즈(Goods)’의 사전적 정의는 상품 그 자체지만, 현재 통용되는 의미는 연예인 혹은 콘텐츠 등의 브랜드를 활용해 만든 상품을 일컫는다. 돈을 받고 파는 까닭에 무료로 제공되는 사은품이나 기념품보다 만듦새가 좋지만, 일반 상품과 비교하면 가성비가 다소 부족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요즘 기업에서도 굿즈를 활용한 브랜딩에 한창이다. 대표적인 예가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다.매년 굳이 설명이 필요없는 기록적인 성공을 거둔 이후 수많은 경쟁사들이 따라가기 바쁘다. 관련 전문가들에게 성공요인에 대해 물어보면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다. ‘스타벅스라서’. 그 이상 명쾌한 답이 없다. 브랜딩은 그래서 쉬워 보이면서도 난해하다.

 

스타벅스만큼 유명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적잖은 굿즈 마니아를 보유한 기업도 더러 있다. 대신증권이 그렇다. 금융사는 주로 신규 계좌를 개설하거나 혹은 VIP에게 주는 사은품을 많이 만든다. 하지만 대신증권은 지난 2018년부터 굿즈를 만들어 돈을 받고 판다. 이걸 도대체 누가 살까 싶겠지만, 매년 반응이 좋아 올해는 사전예약 행사까지 했다.

 

지갑, 에코백에 이어 이번엔 머그컵이 나왔다. 수건, 우산만큼 흔한 카테고리다. 그런데 생김새가 범상치 않다. 손잡이 부분이 버스 손잡이처럼 링 모양인데 30도 각도로 꺾였다. 잡는 데 큰 문제는 없어 보이지만, 굳이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하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대신증권이 2020 굿즈 프로젝트로 선보인 '대신 스탠드 컵'. 사진=대신증권 제공

 

상품 설명을 보면 그 의도를 아주 쉽게 알 수 있다. 보통 손잡이는 손이 뜨겁지 않게 컵을 들 수 있도록 고안된다. 그런데 대신증권이 만든 컵은 손잡이가 거치대 역할을 겸한다. 그래서 손잡이를 바닥에 닿게 세워두면 컵 입구가 아래를 향한다. 컵 안쪽에 먼지가 쌓일 염려가 없고, 설거지 후 배수에도 용이하다. 입을 대는 주둥이 부위가 바닥에 닿지 않는 점도 안심이다. 책상에 컵을 두고 쓰는 직장인이나, 주방 공간이 좁은 원룸에 사는 사람에게 딱이다. 마치 콜럼버스가 계란을 세우듯, 컵을 세웠다. 

 

기업 로고가 바닥에 새겨져 있는 점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보통 기업에서 만든 컵은 로고가 잘 보이도록 컵을 들었을 때 바깥쪽 혹은 안쪽에 새겨진다. 하지만 이 스탠드 컵은 바닥에 수줍게 로고를 새겼다. 대신증권이라는 글자 대신 현대적 느낌의 로고만 각인돼, 아는 사람만 알 수 있을 정도. 컵을 사용할 때는 로고가 보이지 않지만, 세웠을 때 더 잘 보이는 위치다.

 

명품이 아닌 다음에야 기업 로고가 새겨진 컵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대신증권은 전체적인 디자인을 해치지 않으면서 절묘한 위치에 로고를 새겨넣었다.  사진=대신증권 제공

 

대신증권은 증권사 중 유일하게 내부에 브랜딩 조직을 두고 있다. 대신 스탠드컵은 디자이너인 김봉찬 대신증권 브랜드전략실장의 작품이다. 그에게서 디자인 배경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냉정하게 말해 대신증권은 스타벅스가 아니다. 그러니 굳이 고객이 대신증권이 만든 컵을 갖고 싶어할 리 없다. 그걸 풀어내는 것이 디자이너의 역할이다. 단순히 심미적으로만 풀기에는 한계가 있다. 대체 불가능한 차별화된 기능이 더해져야 한다.”

 

비단 대신증권뿐 아니라 그 어떤 기업도 스타벅스가 될 수는 없다. 대세를 따라 굿즈 브랜딩 혹은 마케팅에 뛰어들지만 반응이 신통치 않은 이유가 어쩌면 여기에 있을지도 모른다.

 

가격과 관련해서도 재미있는 후일담이 있다. 대신 스탠드 컵의 가격은 7500원으로 정해졌다. 대량 생산이 아닌 데다 비용이 많이 들고 수율이 낮은 무광을 고집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저가에 가까운 가격이다. 컵에 손잡이를 단단하게 붙이는 과정 또한 만만치 않다. 상품 설명에도 이윤을 남기지 않았다고 밝혔다. 밑지고 파는 장사 없다지만, 이 설명을 신뢰한 만한 이유가 있다. 금융사는 관리감독기관의 허가 없이 다른 수익 사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컵에 손잡이를 붙이는 과정에서 원하는 품질이 나오지 않아 예정된 출시일을 훌쩍 넘겼다고 한다. 사진=대신증권 제공

 

스타벅스 굿즈를 받기 위해서는 커피를 아주 많이 마셔야 한다. 그래서 매출 증대 효과가 상당한 것으로 유명하다. 올해 여름에는 굿즈를 받기 위해 커피를 버리는 일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대신증권은 일정액 이상 주식을 거래한 사람에게만 컵을 팔거나 증정하는 게 아니다. 1000개 한정이긴 하지만, 누구나 살 수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러한 굿즈를 만드는 걸까. 여기에는 증권사 비즈니스 모델이 가진 특수성이 숨어 있다.

 

과거에는 ‘객장’이라고 해서 주식 투자를 하는 고객이 증권사를 방문했다. 하지만 지금 주식투자는 스마트폰 아니면 컴퓨터에서 대부분 이뤄지며, 파생상품 역시 온라인에서 계약이 가능하다. 그렇다고 상품이 가진 차별성도 별로 없다. 쉽게 말해 대신증권에서 파는 주식과 삼성증권에서 파는 주식이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어떤 비즈니스든 고객과의 접점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증권사는 고객과의 접점이 너무 좁다. 누구나 삼성전자 주식에 투자했다고 하지, 대신증권에서 주식을 샀다고 하지 않는다. 컵이나 지갑, 에코백 등은 생필품이기 때문에 일상적으로 고객과 접점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좋은 굿즈를 통해 대신증권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을 지속적으로 주고 싶었다.”

 

사야 하는 이유와 만들어야 하는 이유. 만약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가 스타벅스가 아니라면 충분히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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