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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몇 번 해봤나?' 한국투자증권 신입사원 채용 설문 논란

한투 측 "외부에 의뢰한 성향 테스트, 채용에 반영 안 해"…지원자들 "믿을 수 없어"

2020.10.22(Thu) 15:35:17

[비즈한국] 한국투자증권이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연애 횟수, 남녀 친구 비율 등 시대착오적 질문이 담긴 설문조사를 진행해 논란이 되고 있다. 

 

신입사원 채용을 진행 중인 한국투자증권이 서류전형에서 시대착오적 질문이 담긴 설문조사를 진행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한국투자증권 채용 홈페이지

 

한국투자증권은 9월 28일부터 10월 22일까지 신입사원(정규직) 채용 서류를 온라인으로 접수하고 있다. 모집 분야는 지점영업, 본사영업, 리서치, 운용, 관리, IT 부문이며 전형은 서류 제출 이후 AI 직무역량평가, 1차 면접, 채용검진, 2차 면접으로 진행된다.

 

문제는 온라인으로 하는 서류전형에서 불거졌다. 지원자들이 채용 홈페이지에서 채용 지원 버튼을 누르면 ‘KIS Survey’가 진행되는데, 여기서는 125개의 오지선다형 질문에 30초 내로 답을 해야 하고, 한 개의 답을 체크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다. 첫 화면 안내사항에는 ‘옳고 그름이 없으니 솔직하게 응답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각 문항을 잘 읽고 과거의 경험이나 본인의 생각에 가장 가깝게 솔직히 답해 주십시오’라는 안내가 적혀 있다. 그런데 이 설문에 나온 질문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증권사 취업준비생인 A 씨는 “지금까지 총 몇 번의 연애 경험이 있는지, 가깝게 지내는 친구들의 성적이 어느 정도였는지 등 ​지극히 개인적인 질문들이 나와서 당황스러웠다. 가장 기분이 나빴던 질문은 중고등학교 시절 과외 수업을 일주일에 몇 시간 받았는지 묻는 것이었다. 우회적으로 가정 형편을 물어본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나빴다”고 말했다.

 

설문조사에는 연애경험, 음주여부, 대인관계 등 직무와 관련없는 내용을 묻는 질문이 다수 포함돼 있다. 사진=한국투자증권 채용 홈페이지 캡처

 

기자가 실제 설문에 참여해보니 직무와 관련 없는 질문이 다수였다. ‘언제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했습니까?’, ‘중고등학교 시절 가정의 화목 정도는 100점 만점에 몇 점이라고 생각합니까?’, ‘자신의 생일에 보통 몇 명으로부터 축하를 받았습니까?’ 등 지원자가 기분이 나쁠 수 있는 질문도 많았다.

 

이 설문조사 결과가 추후 면접 과정에 반영이 될까? 한국투자증권 인사팀에 물어보니 담당자는 “반영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하지만 지원자들은 불안하다. 지원자 B 씨는 “평소 특별한 일 없이 연락을 할 수 있는 친구가 몇 명인지, 현재 자신의 지인 중 증권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이 몇 명인지 묻는 질문이 사실상 지원자의 대인관계를 확인하는 것이라고 느꼈다. 이 내용이 추후 면접 과정에 반영되지 않을 거라고 해도 100% 믿을 수 없어서 어느 정도 꾸며내야 했다. 대부분의 질문이 업무 능력과 관련이 없다고 느꼈다”고 털어놨다.

 

또 설문조사 첫 화면에 ‘응답 후 진위여부 확인을 위한 증거 자료를 요청할 수 있으며 거짓으로 응답할 경우 입사가 취소될 수도 있습니다’라고 안내되어 있어, 지원자들은 설문 결과가 이후 활용될 것으로 추측한다.

 

실제로 이 설문이 채용에 활용된다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지난해 7월 채용절차법이 개정되어 ‘상시 노동자 30인 이상 사업체’에서 직무 수행과 무관한 개인정보를 요구하거나 채용의 공정성을 침해할 경우 최대 500만 원까지 과태료가 부과된다.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는 “간단한 정황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지만 채용과 관련해 이와 비슷한 사례가 많다. 지원자가 문제 있다고 생각하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접수할 수 있다. 접수가 확인되면 자체 조사 후 위원회에서 ​인권침해 소지 여부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이 설문조사는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해서 진행하는 일종의 성향 테스트다. 외부 기관이 각 기업을 분석해서 성향을 파악하고 지원자들이 기업에 맞는지 성향을 분석하는 식이다. 해외에는 대중화된 절차고, 우리나라도 여러 대기업을 중심으로 산업군에 5~6년 전부터 도입된 방식이다. 각 항목과 항목에 따른 배점을 다 외부 전문기관이 관리하기 때문에 당사가 질문 선택 등에 개입할 여지는 없다”고 말했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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