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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비법] 하도급 대금 지급 지체될 때 시나리오 별 법원의 판단은?

막연한 이유로 하도급 대금 지급 거절하는 사례는 감소…공정위 판단 대신 민사소송 선택 사례는 증가

2020.10.19(Mon) 16:27:28

[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새로 시작하는 ‘아두면 모 있는 즈니스 률’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일을 시켰으면 돈을 줘야 한다. 이 당연한 원칙은 법률의 규정이기도 한데, 하도급법 제13조 제1항은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게 제조 등의 위탁을 하는 경우에는 수령일로부터 60일 이내 하도급 대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실무상 위 조항, 즉 하도급 대금 지급 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건 쉬운 문제가 아니다. 과거 관행적으로 발주자로부터 원도급 대금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원사업자가 하도급 대금의 지급을 거절하는 사례가 있었다. 정산 지연·현장관리 부실·​하자 등을 이유로 하도급 대금의 지급을 거절하는 사례도 흔히 있었다. 다만 이러한 사유만으로는 하도급 대금 미지급이 정당화되지 못한다는 게 공정위 심결과 판례의 입장이다.​

 

정산 지연·​현장관리 부실 등의 사유만으로는 하도급 대금 미지급이 정당화되지 못한다는 게 공정위 심결과 판례의 입장이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한 건물에 하자가 있는 부분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비즈한국 DB

 

원사업자가 정산 지연을 이유로 하도급 대금의 지급을 지체하는 이유는 규모가 작은 수급사업자와의 협상에서 유리한 지위를 차지하려는 의도가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적어도 위에 열거한 사유는 하도급 대금 미지급을 정당화하는 사유가 될 수 없다.

 

이러한 배경에서 법원은 ‘하도급 대금 미지급이라는 사실만으로 바로 공정위가 제재 처분을 내릴 수 있으며, 이를 판단하는데 원사업자가 하도급 대금의 지급을 거절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는 묻지 않는다’고 판시했다(2001두6655 판결 등). 이에 따르면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 채권이 하도급 대금을 초과하더라도, 원사업자가 하도급 대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하도급법에 위반된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원사업자에게 불리한 면이 있다. 수급사업자의 부실한 현장 관리로 원사업자에게 손해가 발생했더라도 원사업자는 무조건 수급사업자에게 하도급 대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추후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액이 확정되더라도 수급사업자가 돈을 받고 도산해 버리면 그 돈을 어떻게 회수하겠는가?

 

그래서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청구권이 하도급 대금을 초과하는 경우에도 원사업자의 상계가 금지되는지 또는 상계를 이유로 하도급 대금의 지급을 거절하는 것이 금지되는지가 주요 쟁점이 된다.

 

이에 대해 법원은 정당한 이유를 불문하고 하도급 대금 미지급 사실만을 이유로 부과된 공정위 제재 처분은 적법하다고 본다. 다만 공정위의 제재 처분 시점까지 존재하였던 변제 등 채무소멸 사유가 있다면, 법원은 그 제재 처분의 위법을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2012다8697 판결 등).

 

즉, 법 위반행위가 있었다 하더라도 하도급 대금의 불발생 또는 변제·상계·​정산 등의 이유로 위반행위의 결과가 더 존재하지 않게 된다면, 공정위가 그 결과의 시정을 명하는 내용의 시정명령을 할 여지는 없다는 것이다(2009두11843 판결 등).

 

법원은 하도급 대금 미지급 사실만을 이유로 부과된 공정위 제재 처분은 적법하다고 본다. 다만 공정위의 제재 처분 시점까지 존재하였던 변제 등 채무소멸 사유가 있다면, 법원은 그 제재 처분의 위법을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 금천구 롯데캐슬골드파크 공사부지 전경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비즈한국 DB


이러한 법리, 판례의 입장에 따라 사건이 진행되는 모습은 다음과 같다.

 

수급사업자가 공정위에 하도급 대금 미지급을 신고하는 것으로 사건이 개시된다. 원사업자가 이를 다툰다면 법원에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고, 공정위에 관련 소송을 이유로 조사의 잠정적인 중지를 요청한다.

 

그리고 민사소송의 경과에 따라 대응의 수위를 결정하는데, 법원의 판결에 의해 손해배상 액수가 하도급 대금 미지급 액수를 초과함이 확인된다면 상계를 이유로 하도급 대금의 부존재를 주장하고, 그 반대로 불리한 판결이 예상된다면 가급적 합의를 하는 방향으로 진행한다.

 

한편, 공정거래법 사건절차 규칙은 ‘사건의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이 곤란하여 법 위반 여부의 판단이 불가능한 경우 (중략) 위원회 판단을 유보할 필요가 있는 경우’를 심사(심의) 절차 종료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하자는 명백하고 단지 손해배상액만 문제 되는 사안에서 법원의 판결까지 장기간의 시간이 소요되리라 예상되는 경우, 원사업자가 위 조항에 근거하여 공정위에 사건 종료를 요청하는 방안도 있다.

 

실무상 정산 지연·하자 발생·​현장 관리 부실 등 막연한 이유로 하도급 대금의 지급을 거절하는 사례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다만 실제로 수급사업자의 귀책이 큰 경우라면 하도급법 위반 여부 판단 시 구체적 타당성을 기할 필요가 있다. 하도급법 위반 여부와 관련된 민사소송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배경에서 나타난 현상이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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