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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인사이트] 서울 하위권 지역의 반란, 노원구

강남 다음으로 기반 잘 갖췄지만 노후화로 주춤…최근 재개발·재건축 이슈로 기대감 상승

2020.08.17(Mon) 12:19:24

[비즈한국] 서울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구는 2015년 8월 현재 66만 5000명을 기록한 송파구다. 그 다음으로는 59만 명의 강서구, 58만 명의 노원구 순이다. 하지만 거주 면적당 인구, 즉 인구밀도만을 고려하면 노원구가 압도적이다. 세 지역의 면적은 거의 엇비슷하지만, 송파구와 강서구 대부분이 평지인 반면, 노원구의 절반은 산과 하천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살 수 있는 대지만으로 따져보면, 단연 노원구의 인구 밀도가 훨씬 높은 것이다. 

 

노원구 일대 아파트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연합뉴스


인구가 많으면 그에 비례해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이 다양해진다. 기본적으로 의식주에 대한 수요가 많이 발생하는데, 이 수요와 그에 맞는 공급만으로도 해당 지역의 경제는 원활하게 돌아간다. 공급자들은 공급을 꾸준히 할 수 있고, 소비자들은 다양한 경제생활을 영위하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인구가 많은 지역은 대부분 시장경제가 발달하게 된다. 대표적으로는 중국을, 대한민국에서는 서울을, 서울에서는 노원구를 들 수 있다. 이들 지역은 사람들과 여러 수요·공급 문제를 연구하기에 최적화된 시장이다. 지역 내에서 선순환 효과가 발생하면서 계속 인구가 늘어나고, 인구가 늘어날수록 타 지역에서의 유입이 가속화되는 특징이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인구가 유입되는 지역은 경제력이 높아지고, 인구가 이탈하는 지역은 경제 탄력성이 낮아지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난다. 이것이 강남권과 비강남권으로 나뉘는 요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무리 수요가 많아도 무제한 공급할 수는 없다. 즉, 특정 지역의 수요는 많은데 추가 공급이 불가능한 상황이 되면 수요자들은 다른 대안을 찾는다. 이때 공급에 여유가 있는 인근 지역을 선택할 확률이 높다. 따라서 지속적인 공급이 가능한 상품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원구의 ‘부동산’이라는 상품은 추가적 공급이 가능한 상황일까? 이 물음이 향후 노원구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결국 신규 주택과 상업 시설, 교육 시설 등의 공급이 가능한지, 확장 가능성이 얼마나 있는지에 따라 노원구의 인구는 늘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있다. 

 

과거의 노원구는 지금처럼 사람이 많이 살던 곳이 아니었다. 1963년까지 경기도 양주군 소속이었다. 노원(蘆原)이라는 지명은 갈대류의 밭이 많은 벌판이라는 의미이며, 노원구 서측의 중랑천 주변 평지에서는 말을 키우기도 했다. 말이 뛰노는 평야라 하여 마들평야라고 불렀으며, 이 마들평야를 중심으로 농사를 짓던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었다. 

 

노원구에 변화가 생긴 것은 1970년 전후다. 서울 도심 재개발 사업으로 중구 등 서울 도심에 살던 철거민들이 강북권(현 성북구·강북구·노원구)으로 집단 이주를 하게 된 것이다. 준비 없이 급작스레 추진되다 보니 체계화된 주택이나 기반시설이 전무한 상황이었다. 경제력이 낮은 이주민들이 대부분이라 새롭게 땅을 개간하거나, 주택을 신축할 여유도 없었다. 이주민 대부분은 노원구 내의 저렴한 노동력을 활용하려고 들어온 소규모 공장이나 비닐하우스 농가에 종사하게 된다. 

 

1970년대는 강남 개발의 시대였다. 강북의 인구를 강남으로 분산하려는 획기적인 시도가 성공했다. 그러나 전국 각지에서 사람이 몰려들면서 서울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강남 개발만으로는 거주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인구를 분산시킬 또 다른 대안이 절실해진 것이다. 

 

1980년대에 이르자, 정부는 강남구 이외 지역에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을 추진한다. 기존 도심의 개발은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농업을 중심으로 하는 지역들이 주요 대상지가 되었다. 이때 노원구(당시 도봉구) 상계동 주변과 양천구(당시 강서구) 목동 주변, 서울과 바로 맞닿은 과천시를 개발하게 된다. 강남 개발을 벤치마킹해 교통망, 생활 편의시설, 교육 시설 등 기반시설을 함께 제공토록 설계했고, 그대로 이루어냈다. 기존의 서울 도심 개발은 단순히 주택만 공급하는 방식이었던 반면, 기반시설을 함께 공급하는 강남 개발 방식은 성공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게 만들어진 계획도시가 지금의 상계동, 중계동 주공아파트다. 

 

정비된 택지개발지역은 주변 인구를 기하급수적으로 빨아들였다. 원래 같은 식구였던 도봉구, 강북구는 물론 성북구, 동대문구, 심지어는 강남권에서도 이주해 왔다. 무려 10만 세대가 거의 동시에 공급되었으니, 큰 도시가 하나 생긴 셈이었다. 당시에는 서울에도 강남권을 제외하고는 체계화된 기반시설을 갖춘 곳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크게 주목을 받았다. 

 

최근에는 뉴타운 사업이 활성화되면서 성북구와 동대문구에도 대규모 단지가 들어서고 있지만, 아직도 서울 강북권에서는 노원구가 가장 주목받는 주거지역이다. 이렇게 노원구는 상계주공아파트가 공급되기 시작한 1980년대 중후반 이후에야 역사적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지역적인 역사가 깊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변에 더 강한 지역이 생길 경우에는 역학관계를 따져봐야 한다. 현재의 위상이 유지될 지, 아니면 또 다른 인근 지역으로 수요 일부를 나누어주게 될 지 말이다. 

 

상계동의 상계주공아파트는 단지가 16개다. 그 이후에 중계주공아파트 10개 단지가 추가로 입주했다. 하계동에는 벽산·건영·극동·현대 등의 민간 아파트들도 들어섰다. 입지나 물량에 있어 상계주공아파트가 메인이다. 상계주공은 중랑천 동쪽의 마들평야에 개발되었고, 중계주공은 상계주공 동쪽에 위치한 당현천과 불암산 사이에 개발되었다. 이 두 지역의 대단지들이 노원구 주거 시설의 중심이다. 

 

지금 대부분의 신도시들은 평지에 개발된다. 대규모의 개발은 아무래도 평지에 개발하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 도심 아파트들은 구릉지에 개발한 경우도 많았다. 상계주공이 주목받았던 이유 중 하나는 평지에 들어선 강북 최초의 대규모 단지라는 점이었다. 당시에는 평지에 공급되었다는 이유만으로도 최상의 아파트 상품이었다.

 

그뿐 아니라, 지금 기준으로도 엄청난 규모인 4만 세대가 들어섰는데, 다양한 모습으로 동을 배치하여 차별화를 꾀했다. 복층형·타워형·Y자·U자·L자 등 주동의 형태 자체가 이전과 많이 달랐고, 당시로는 초고층인 25층으로 공급되었다. 일시에 많은 물량이 공급되며 미분양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상계주공은 청약부터 인기가 많았다. 결국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폭발하면서 추가 건설이 필요해졌고, 중계주공아파트를 공급하게 된다. 이처럼 연이은 대규모의 공급과 다양한 주거 상품의 실험은 서울 아파트 상품을 한 단계 상승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노원구는 5개 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 상계동, 둘째 중계동, 셋째 하계동, 넷째 공릉동, 다섯째 월계동이다. 상계동은 첫째 역할을 든든히 하고 있고, 중심은 중계동과 하계동이 잡고 있고, 넷째 공릉동은 노원구의 내부적인 힘이 되고 있다. 막내 월계동은 발전가능성이 가장 많은 곳이다. 이렇게 짜임새 있는 모습이기 때문에 노도강(노원구·도봉구·강북구) 중에서 가장 늦게 출발했지만, 가장 높은 위상을 가지게 되었다. 

 

소위 ‘잘 나간다’고 말하는 지역들은 소속된 모든 동네가 잘 나가거나, 어느 한 동네 많이 뒤처지는 곳이 없다는 특징이 있다. 노원구의 5개 동은 빠지는 지역이 하나도 없다. 빠지는 지역이 있다면 시세가 크게 차이가 날 터인데, 5개 동의 시세는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시세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것은 지역 내에 변화가 거의 없었다는 의미도 된다. 노원구는 ‘노도강의 상위권’을 차지한 뒤 정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과거에는 상향평준화되어 있었지만, 현재 서울 전체를 놓고 보면 하위권에 포함되어 있는 형국이다.

 

노원구의 5개 동 중에서 변화의 주역이 될 수 있는 2개 동을 꼽으라면, 첫째 상계동과 막내 월계동이다. 현재 상계동의 주거상품은 경쟁력이 낮다. 너무 낡고 작기 때문이다. 편리한 교통편과 활성화된 상권은 지역의 가장 큰 장점이다. 하지만 이 기반시설을 제외하면, 가장 기본이 되는 주택이 질적 측면에서 새로운 수요층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 상계동의 기반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주변 지역에 신규 주택이 생기면, 그 지역으로의 이주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상계동에 살고 싶은 사람이 계속 줄게 된다.

 

그런 상계동에도 드디어 변화가 왔다. 바로 재개발·재건축 사업이다. 상계뉴타운4구역을 재개발한 상계센트럴푸르지오가 2020년 1월 입주했고, 상계주공8단지를 재건축한 포레나노원이 2020년 12월 입주한다. 이 두 아파트를 계기로 노원구의 재개발·재건축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이다.

 

주거 이외의 새로운 개발은 월계동에서 담당할 것이다. 핵심은 광운대 역세권 개발이다. 일자리, 교통망 등 노원구를 한 단계 상승시킬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다. 베드타운 이상의 입지로 변화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와 유튜브 ‘빠숑의 세상 답사기’를 운영·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이제부터는 오를 곳만 오른다’(2020), ‘대한민국 부동산 사용설명서’(2020), ‘수도권 알짜 부동산 답사기’(2019), ‘서울이 아니어도 오를 곳은 오른다’(2018), ‘지금도 사야 할 아파트는 있다’(2018), ‘대한민국 부동산 투자’(2017), ‘서울 부동산의 미래’(2017) 등이 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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