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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뱅크가 ARM을 매각한다면? 반도체업계 지각변동 시나리오

'경영난으로 매각 검토' 보도…삼성·애플 인수자로 거론되는 가운데 '상장' 전망도

2020.07.17(Fri) 16:13:24

[비즈한국] 반도체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경영난에 부딪힌 소프트뱅크가 ARM 매각에 나설 전망이다. ARM이 매물로 나오면 글로벌 정보기술(IT) 공룡들의 인수 각축전이 예상되며, 향방에 따라 반도체 시장 전체 지형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13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소프트뱅크가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를 주간사로 선정하고 ARM의 기업공개(IPO)나 전체 또는 부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프트뱅크가 ARM 상장이나 매각을 추진하는 것은 비전펀드 등의 과잉 투자 등으로 회사에 경영난이 몰아쳐서다. 

 

소프트뱅크가 경영난에 빠진 가운데 반도체 설계 회사 ARM의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 2016년 7월 21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소프트뱅크 월드 2016’에서 ARM 인수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소프트뱅크는 올 1분기 일본 역사상 가장 많은 16조 50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아직 지분법상 반영되지 않은 미실현 손실이 남아 있어 적자 행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에 소프트뱅크는 올 들어 미국 통신사업자 스프린트의 지분(약 25조 원어치)을 전량 도이치텔레콤에 매각하는 등 서둘러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소프트뱅크는 총 410억 달러(약 49조 4000억 원) 규모 자산을 매각해 부채를 줄일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2016년 거금 320억 달러(약 39조 원)를 들여 인수한 ARM까지 상장 내지는 매각한다.

 

ARM은 모바일 중앙처리장치인 AP(Application Processor) 등 반도체의 아키텍처를 만들어 반도체 제조사로부터 라이선스 비용을 받는 회사다. ARM의 아키텍처는 저전력 설계에 특화돼 스마트폰 판매가 늘면서 몸값이 껑충 뛰었다. 현재 삼성전자 엑시노스·퀄컴 스냅드래곤·애플 A시리즈 칩셋 등이 모두 ARM의 아키텍처를 사용하고 있다. 한때 시장 점유율이 50%에 달하기도 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ARM의 발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2000년대 초부터 접촉하는 등 인수에 공을 들였다. 모빌리티·사물인터넷(IoT) 등 손 회장이 그리는 미래상을 만들기 위해선 ARM처럼 경쟁력 있는 시스템 반도체 설계 회사가 필요했다. 인수 당시 손 회장이 ARM 주당 순이익의 70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베팅해 고가 논란이 일었지만, 손 회장은 그대로 밀어붙였다.

 

이런 ARM이 실제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오면 반도체 시장은 크게 출렁일 수 있다. ARM의 시장 지배력과 기술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사려는 기업들 간에 경쟁이 첨예해질 수 있다.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는 시스템 반도체 독립을 꿈꾸는 애플이 거론된다. 애플은 2017년 퀄컴의 AP 라이선스 비용이 과다하다며 소송을 벌인 뒤로 인텔 통신칩을 쓰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인텔의 통신칩 사업부를 인수해 독자 개발에 나서게 됐다. 최근에는 맥북과 애플워치 등 스마트기기에 인텔 CPU를 사용하지 않겠다면서 ARM 기반 프로세서로 자체 개발한 ‘애플실리콘’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애플은 자사 디바이스에 최적화된 시스템반도체를 개발하는 등 기술 차별화에 나섰다. 게다가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ARM에 눈독을 들이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인수가 현실화한다면 삼성전자 등 경쟁사들에겐 악재다. 현재 대부분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AP에 ARM 아키텍처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애플에 종속될 가능성이 있다. 애플이 라이선스 가격을 올리면 울며 겨자 먹기로 따르는 수밖에 없다. 특히 시스템반도체 강화에 나선 삼성전자로서는 인텔이나 TSMC 외에 강력한 경쟁 상대가 추가되는 셈이다.

 

이런 예상이 현실화된다면 스마트폰 기업들이 ARM에서 이탈해 경쟁사들끼리 합종연횡할 가능성도 있다. 

 

반도체 아키텍처 등 라이선스 시장에서는 ARM의 자리를 대체할 경쟁사들이 성장하고 있다. 시놉시스·카덴스·SST 등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이에 비해 반도체 아키텍처 등 업마켓의 지적재산권(IP) 시장점유율(매출 기준)은 ARM이 한때 50%에 달했으나 2018년 44.7%, 2019년 40.8%로 하락 추세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퀄컴 등은 독자 노선을 걷든가 이 회사들과 손을 잡을 수도 있다.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ARM 인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ARM 인수를 통해 삼성전자가 퀄컴을 제치고 AP 시장 강자로 발돋움할 수 있어서다. GPU와 CPU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삼성전자가 축적한 순현금만 100조 원이 넘기 때문에 현실성 있는 시나리오다. 다만 반대로 퀄컴·애플 등 경쟁사들이 삼성전자가 만든 ARM 생태계에서 이탈하려고 시도할 수도 있어 조심스럽다. 

 

이 같은 반도체 시장의 변동성 때문에 소프트뱅크도 ARM을 인수한 뒤 기술을 독점하지 않고 라이선스 판매란 기존 경영 방식을 지켰다.

 

이 때문에 스마트폰을 직접 제조하지 않고 여러 회사들의 반도체를 위탁 생산(파운드리)하는 TSMC의 인수 가능이 높은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파운드리 확대에 나선 삼성전자로서는 TSMC의 원천 기술 확보는 불편한 일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소프트뱅크도 성장 가능성을 봤을 때 ARM을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다. M&A보다는 상장을 선호할 것”이라며 “M&A로 기운다면 반독점법·자금 부족 문제가 있는 인텔·AMD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또 기존 생태계 파괴를 우려해 애플·삼성전자도 인수는 조심스러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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