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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3·신반포15차 '대어' 놓친 대림산업의 '결정적 실수'

초기 사업장 장악 실패·과장 홍보 등 원인 꼽혀…대림산업 "큰 타격 아냐, 하던 대로 사업 추진"

2020.06.23(Tue) 16:29:21

[비즈한국] 대림산업이 역대 최대 규모 재개발사업인 서울 용산구 ‘한남3재정비촉진구역(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 수주전에서 현대건설에 시공권을 내줬다. 서울 서초구 ‘신반포15차아파트 재건축사업’ 수주전에서 삼성물산에 큰 표차로 패배한 지 두 달 만이다. 주택사업 부진으로 2년째 매출이 감소한 대림산업 ‘아크로’가 위기를 맞았다. 

 

# 대림산업, 상징성 높은 정비사업장서 삼성·현대에 패배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지역 전경. 사진=임준선 기자

 

두 달 새 두 번의 쓰라린 패배다. 2019년 시공능력평가 3위인 대림산업은 1, 2위 건설사의 벽을 넘지 못했다.​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조합은 2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현대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했다. 총 조합원 3842명 중 2801명이 총회에 참석해 1차 투표를 진행한 결과 △현대건설은 1167표 △대림산업은 1060표 △GS건설은 497표를 받았다. 과반 득표를 받은 곳이 없어 입찰지침에 따라 결선 투표를 진행한 결과 현대건설이 대림산업을 151표(10.7%) 차로 누르고 시공자가 됐다. ​

 

앞서 지난 4월 서울 서초구 신반포15차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아파트 단지 인근 엘루체컨벤션에서 정기총회를 열고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전체 조합원 181명 중 166명이 참석한  이날 정기총회에서 삼성물산은 126표(75.9%), 호반건설은 22표(13.2%), 대림산업은 18표(10.8%)를 받았다. 가장 적은 표를 받은 대림산업은 삼성물산보다 108표, 호반건설보다는 4표 뒤졌다. ​ 

 

한남3구역(위)과 신반포15차아파트 정비사업 조감도. 사진=서울시 재개발·재건축 클린업시스템

 

최근 대림산업이 수주에 실패한 두 단지는 사업규모와 입지에서 상징성이 크다.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일대 노후 주택을 재개발해 지하 6층~지상 22층 아파트 197개 동(5816가구)를 공급하는 정비사업이다. 한남뉴타운 5개 구역의 3분의 1을 차지해 가장 면적이 클 뿐 아니라, 총 공사비가 1조 8880억 원에 달해 강북권 최대어로 불렸다. 높은 건폐율(42.09%)과 층수 제한으로 사업성 자체는 낮다는 평가를 받지만, 대단지를 성공적으로 조성할 경우 브랜드 가치를 높여 주변 한남뉴타운을 포함한 주택사업 외연 확장을 기대할 수 있다. 

 

신반포15차아파트 재건축사업은 서울 서초구 신반포15차아파트 8개동(180세대)을 재건축해 지하 4층~지상 35층 규모 아파트 6개동(641세대)을 공급하는 정비사업이다. 단지 남쪽과 북쪽에서는 각각 삼성물산의 래미안퍼스티지와 대림산업의 아크로리버파크가 국내 최고가 아파트 타이틀을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수주전에 승리할 경우 삼성물산은 지하철 9호선 신반포역을 기준으로 래미안퍼스티지, 5월 착공한 래미안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아파트)와 삼각형 모양의 브랜드타운을, 대림산업은 아크로리버파크와 ‘기역(ㄱ)’자 형태 브랜드타운을 조성할 수 있었다. 기존 시공사인 대우건설과 결별한 신반포15차는 조합원 이주까지 마친 터라 당장 착공해 수주 성과를 낼 수도 있었다.

 

#아크로 명성의 추락, 패인은?

 

대림산업의 잇따른 패배는 시공능력 지표를 따졌을 때 납득하기 어려운 일은 아니다. 최근 수주전의 상대가 국내 시공능력평가액 1, 2위 건설사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었기 때문이다. 

 

2019년 대림산업은 시공능력평가액 11조 42억 원을 기록하며 3위에 올랐다. 신반포15차를 수주한 삼성물산은 17조 5152억 원으로 1위, 한남3구역을 수주한 현대건설은 11조 7372억 원으로 2위를 차지했다. 시공능력평가액은 건설사의 전년도 공사실적, 경영 및 재무상태, 기술능력, 신인도 등을 평가해 각 업체가 1건 공사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돈으로 환산한 금액이다. 발주자가 적정한 건설업체를 선정할 수 있도록 돕는 지표 중 하나다. 

 

다만 대림산업은 초기 정비사업장 장악에서도 두 건설사에 밀렸다는 게 건설업계의 일반적인 평가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재건축·재개발사업 등 정비사업의 성패는 초반에 결정된다. 선발대가 수주를 목표한 정비구역에 상륙해서 입찰공고 전부터 조합과 소통해 입찰지침을 자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 미적분을 잘하는 학생이 수학시험 문제에 미적분 문항을 많이 넣게끔 만드는 식이다. 신반포15차에서는 삼성물산이, 한남3구역에서는 현대건설이 입찰공고 수개월 전부터 사업장에서 활동했는데 대림산업은 늦은 면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도 “대림산업이 한남3구역과 신반포15차에서 패배한 것은 사업 초반에 짜인 판을 깨기가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신반포15차는 5년 만에 정비사업 수주전에 복귀한 삼성물산이 조합과 유대관계를 잘 형성해 대림산업은 사실상 포기상태였다. 한남3구역에서는 현대건설, GS건설과의 삼파전으로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것 같은데 입찰을 전후로 한 정치와 이슈몰이에서 대림산업이 실패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대림산업 본사. 사진=박정훈 기자

 

판세를 뒤집으려는 홍보가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대림산업은 앞선 두 사업에서 조합으로부터 과장홍보로 경고조치를 받았다.

 

신반포15차에서는 조합원을 상대로 “무이자 811억 원 효과가 있는 기성불 공사비 방식 제안”, “무이자 이주비 지급 효과가 있는 환급금 50% 선지급” 등의 제안 내용을 홍보했는데, 조합은 이 같은 내용이 근거가 없다고 판단해 서면 경고했다. 

 

한남3구역에서는 7개 동(354가구) 외관을 트위스터타워(꽈배기) 형태로 설계해 한강 조망권이 가능한 가구 수를 늘리겠다고 제안했는데, 조합은 입찰제안서에 첨부한 트위스터타워 이미지가 실제 도면보다 과도하게 뒤틀렸다며 과장홍보라고 서면 경고했다. 대림산업이 제출한 트위스터타워 이미지는 주동 중심축을 기준으로 1층부터 최상층인 15층까지 약 40도 뒤틀린 모양이었다.

 

기존 시공 아파트의 잡음도 조합원 선택을 주저하게 만든 요인이었다. 강남 고가 아파트 대명사격이었던 서울 서초구 잠원동 ‘아크로리버뷰신반포’의 하자 민원 사례는 수주경쟁에서 경쟁사의 비판거리가 됐다. 

 

2019년 대림산업은 시공능력평가 10위권의 1군 건설사 중 아파트 하자 분쟁을 가장 많이 겪고 실제 하자를 가장 많이 발생시킨 곳으로 나타났다. 매경럭스맨이 국토교통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로부터 받은 통계자료에 따르면 대림산업은 2019년 1월~10월 182건의 하자신청을 받았다. 이 중 70%(129건)는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로부터 ‘하자가 맞다’는 판단을 받았다. 다음으로 하자신청이 많은 지에스건설이 134건의 하자신청과 8건의 하자 인정을 받은 것과 비교된다. 

 

#주택사업 부진으로 매출 2년째 하락세…올해 수주 모두 수의계약

 

한편 대림산업 핵심사업인 주택사업은 실적이 2년째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6조 8544억 원이던 주택사업 매출은 2018년 6조 3948억 원, 2019년 5조 3812억 원으로 2년 새 1조 4732억 원, ​21.5% 줄었다. 주택사업을 포함한 총 매출액도 2017년 12조 3355억원, 2018년 10조 9844억 원, 2019년 9조 7000억 원으로 같은 기간 2조 6355억 원, 21.4% 감소했다. 

 

신반포15차와 한남3구역 수주 실패가 뼈아픈 것은 미래의 먹거리도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건설사의 향후 매출액으로 인식되는 ‘수주잔고’는 2016년 말 27조 5248억 원에서 2020년 1분기 말 기준 15조 9427억 원으로 42.0% 감소했다. 수주잔고는 총 도급계약금액 중 이행되지 않은 수주액을 뜻한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대림산업은 총 세 곳의 정비사업 시공권을 따냈다. 모두 경쟁사가 없는 수의계약방식이었다. 청주 사직1구역 재개발(2482가구, 2520억 원), 제주 탐라·삼덕빌라(201가구, 553억 원), 서울 방배삼익아파트 재건축(721가구, 2314억원)으로 지금까지 5387억 원의 수주고를 기록했다. 국토부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기준’에 따라 재건축·재개발사업은 경쟁입찰이 원칙이지만 3회 이상 유찰될 경우에는 총회 의결을 거쳐 특정 건설사(또는 컨소시엄)와 수의계약 할 수 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한남3구역 수주에 신경을 쓴 것은 맞지만 수주 실패가 회사에 큰 타격을 주는 상황은 아니다. 늘 하던 대로 주택사업과 다른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주택사업 시장이 몇 년 전까지 호황이었다가 최근까지 불황 추세가 이어진다. 당시 대규모로 공급했던 단지들이 준공되면서 매출이 줄었다. 그간 주택사업 기조가 매출 확대보다는 수익성 위주의 수주였고 실제 영업이익 측면에서 개선된 실적을 창출했다”고 설명했다.  ​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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