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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음악일기] 인종차별 반대를 노래했던 스티비 원더

꾸준히 흑백차별에 대한 노래 발표…1960년 백인인 폴 매카트니와의 듀엣곡은 사회적 충격 안겨

2020.06.18(Thu) 19:00:19

[비즈한국] 흑인 음악의 전설 스티비 원더. 한국에도 그의 팬이 많습니다. 발라드부터 알앤비, 휭크까지 다양한 음악을 지금까지 꾸준히 발표했지요. 그가 한국 음악에 미친 영향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보통 한국에서 익숙한 스티비 원더의 노래는 부드러운 음악이 많아 보입니다. 딸에게 바치는 ‘이즌 쉬 러블리(Isn’t She Lovely)’를 필두로, ‘아이 저스트 콜 투 세이 아이 러브 유(I Just Called To Say I Love You)’나 ‘레이틀리(Lately)’등의 아름다운 발라드가 특히 유명하지요.

 

흑인 음악의 전설 스티비 원더. 사진=스티비 원더 페이스북

 

하지만 스티비 원더는 달콤한 음악만 했던 뮤지션이 아닙니다. 오히려 전성기라 할 수 있는 1970년대 스티비 원더는 록 뮤지션에 가까웠습니다. 거친 밴드 음악을 주로 했고, 주제도 종교부터 사회 비판까지 다양한 부분을 다뤘죠.

 

그 중에서도 오늘은, 인종 문제를 다룬 노래를 소개해보려 합니다.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에 목이 눌려 죽은 사건을 계기로 미국에서는 흑인 인권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데요. ‘7080시대’를 풍미했던 스티비 원더는 인종 문제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 했을까요?

 

스티비원더의 ‘리빙 포 더 시티(Living For The City)’

 

‘리빙 포 더 시티(Living For The City)’는 스티비 원더가 1973년에 발표한 음악입니다. 16번째 앨범, ‘이너비전스(Innervisions)’에 수록됐지요. 그의 전성기를 대표하는 앨범 중 하나입니다. 강렬한 밴드 음악을 보여주지요.

 

리빙 포 더 시티에서 스티비 원더는 대부분의 악기를 혼자 연주했습니다. 작사, 작곡, 편곡까지 모두 소화하는 엄청난 능력을 보여줬지요. 혼자서 하나의 밴드를 책임진 셈입니다.

 

이 곡은 또한 직접적으로 시스템적인 인종 차별을 처음 다룬 소울 음악이기도 합니다. 이 곡의 가사는 미시시피에서 새로운 미래를 꿈꾸며 뉴욕으로 온 주인공이, 누명을 쓰고 감옥에 들어가고, 감옥을 나온 후에는 비참한 삶을 산다는 내용입니다. 온 사회가 어떻게 흑인을 차별하는지 냉소적으로 보여줍니다.

 

He tried and fought but to him there's no solution

Living just enough, just enough for the city

그는 노력했고 싸웠지만, 그에게는 어떤 해답도 없어.

그는 그냥 살 뿐이야. 그냥 도시에서 살 뿐이야.

 

이 곡은 빌보드 8위까지 오르며 훌륭한 성적을 보여줬습니다. 1974년 그래미에서는 ‘최고의 알앤비 노래’ 상을 받기도 했지요. 진지하게 사회를 비판하면서도 상업적 성공까지 거둔 상징적인 소울 곡이 된 셈입니다.

 

폴 매카트니와 스티브원더의 ‘에보니 앤 아이보리(Ebony And Ivory)’

 

‘에보니 앤 아이보리(Ebony And Ivory)’. 폴 매카트니가 1981년 작곡한 노래입니다. 흑색과 상아색의 건반으로 흑인과 백인 간 화합을 노래했습니다.

 

1960년대는 비틀스로. 1970년대는 솔로 가수로 팝을 지배했던 폴 매카트니. 그는 애초에 스티비 원더를 염두에 두고 흑백 화합을 노래하는 곡을 썼습니다. 사실상 흑인 음악가는 주류 방송에도 가기 어려웠던 시절, 폴 매카트니의 이런 시도는 상당한 충격이었습니다.

 

Ebony and ivory live together in perfect harmony

Side by side on my piano keyboard, oh Lord, why don't we?

흑단(검은 건반)과 상아(흰 건반)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함께 살고 있어

각각 내 피아노 키보드 위에서. 오 주여, 왜 우리는 그러지 못할까요?

 

에보니 앤 아이보리는 영국과 미국 모두에서 1위를 했습니다. 백인과 흑인이 같은 동네에 살고, 같이 교통수단에 탄다는 게 충격적이던 시절. 백인 가수와 흑인 가수의 듀엣 곡은 사회에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노래로는 워낙 평범하고 무난한 곡이라, 음악적으로는 큰 이야깃거리가 되지 못하게 됐지만 말이죠.

 

스티비 원더의 ‘잇츠 롱(It’s Wrong, Apartheid)’

 

1984년 스티비 원더는 아카데미에서 ‘최우수 오리지널 노래’ 상을 수상합니다. 지금도 즐겨 듣는 ‘아이 저스트 콜 투 세이 아이 러브 유’라는 곡을 당대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 ‘더 우먼 인 레드’를 위해 작곡했고. 이 곡이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거지요.

 

이 상을 받으며 스티비 원더는 넬슨 만델라를 언급했습니다. 당시 넬슨 만델라는 감옥에 갇혀 있었습니다. 흑인과 백인의 철저한 분리를 실현한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에 반대했기 때문입니다. 남아공 정부는 폴 매카트니와 스티비 원더가 함께 부른 ‘에보니 앤 아이보리’를 금지하며 맞대응했습니다.

 

‘잇츠 롱’은 스티비 원더가 1985년에 발표한 20집, ‘인 스퀘어 서클(In Square Circle)’에 수록된 곡입니다. ‘파트-타임 러버(Part-Time Lover)’나 ‘오버조이드(Overjoyed)’처럼 지금까지 즐겨 듣는 ‘스티비 원더식’ 후반기 팝이 가득하지요.

 

앨범을 마무리하는 ‘잇츠 롱’은 남아공 정부의 ‘아파르트레이트’ 정책을 비판한 곡입니다. 스티비 원더는 돌아가지 않고 직설적으로 정부를 비판합니다.

 

You know apartheid's wrong, wrong

Like slavery was wrong, wrong

Like the holocaust was wrong, wrong

너는 아파르트레이트가 잘못됐다는 걸 알고 있잖아

마지 노예 제도가 잘못된 것처럼

마치 홀로코스트가 잘못된 것처럼

 

타이틀곡이 아니라 히트곡이 되진 못했지만 이 곡도 재미있습니다. 남아공의 문제를 다룬 음악이니만큼, 노래에도 아프리카 음악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분노의 정서를 담았지만 춤을 출 수 있는 즐거운 정서를 담았지요. 그게 ‘스티비 원더식’의 저항일 수 있겠습니다.

 

1970~1980년대에 스티비 원더가 불렀던 인종차별 저항 노래를 알아보았습니다. 당대에 스티비 원더가 직접 느꼈던 감정을 때로는 서사로(리빙 포 더 시티), 때로는 직접적으로(잇츠 롱)표현했습니다.

 

아쉽게도 인종 문제 해결은 요원해보입니다. 하지만 매 시기 사회 문제에서 도망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이야기했던 아티스트들이 있기에, 우리는 과거의 ‘오답노트’를 보고 더 나은 내일을 꿈꾸겠지요. 1970~1980년대 흑인 인권운동의 목소리, 스티비 원더의 인종차별 반대 노래들이었습니다.​ 

김은우 NHN에듀 콘텐츠 담당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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