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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펀드 뼈아픈 손정의, 투자 손떼고 경영 복귀하나

우버·위워크 등 잇단 투자 실패로 최악 실적, 스프린트·T모바일 합병으로 '본업' 힘 쏟아야 할 상황

2020.05.29(Fri) 14:26:53

[비즈한국]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위기에 빠졌다. 1000조 원대 비전펀드를 굴리며 지난 4년간 글로벌 벤처캐피털(VC) 업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로 부상했지만 잇단 투자 실패로 명성이 곤두박질쳤다.

 

소프트뱅크는 올 1분기 올해 1~3월 1조 4381억 엔(약 16조 5000억 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1년 1분기 동일본 대지진 당시 도쿄전력홀딩스가 기록한 1조 3872억 엔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창사 이래 최악 실적임은 물론 일본 역사상 가장 나쁜 실적이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비전펀드의 잇단 투자 실패로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며 위기에 빠졌다. 지난해 2월 소프트뱅크그룹의 실적을 발표하던 손정의 회장. 사진=연합뉴스

 

2019회계연도(2019년 4월~2020년 3월) 매출은 6조 1850억 엔으로 전년 대비 1.5% 늘었지만, 손실이 커졌다. 이처럼 큰 적자가 발생한 것은 소프트뱅크가 출자한 ‘비전펀드’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져서다. 투자 사업에서만 약 1조 9000억 엔의 손실이 발생했다.

 

비전펀드가 투자한 위워크의 기업가치가 당초 480억 달러에서 29억 달러로 쪼그라드는 등 투자자산의 손실이 막대했다. 비전펀드가 투자한 회사 수는 88개로, 이 중 15개가 파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손 회장은 언급했다.

 

이에 따라 손 회장도 궁지에 몰린 모양새다. 비전펀드에 투자한 사우디아라비아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내비치고 있다. 또 손 회장이 공격적으로 스타트업을 사들이는 바람에 벤처 투자의 거품을 키웠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지난해 3분기 실적 발표 때 자신의 상황이 “너덜너덜해졌다”고 재치 있게 넘겼던 것과 달리 손 회장은 올해 “예수도 생전에 비난을 받았다”고 억울한 심정을 밝혔다.

 

손 회장은 소프트뱅크를 통해서는 규모가 작은 기술 기업을, 비전펀드를 통해서는 규모가 큰 플랫폼 기업을 투자하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그런데 주로 외부 투자로 구성된 비전펀드를 이용해 우버·위워크·디디추싱 등 플랫폼 기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손실을 키웠다. 소프트뱅크의 잠재 손실 규모는 3월 말 기준 43억 달러로 손실 규모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소프트뱅크는 상황 개선을 위해 알짜 자산인 알리바바 주식을 매각하기로 하는 등 손실을 메꾸기 위한 현금 확보에 나섰다. 가까스로 취득한 미국의 통신사 T모바일 지분 25%를 도이치텔레콤에 매각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이런 가운데 기업 사냥꾼으로 알려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투자를 받았고, 돈독한 관계를 맺어온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소프트뱅크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소프트뱅크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우버는 지난 5월 상장 이후 시가총액이 330억 달러나 증발했다. 사진=뉴욕증권거래소

 

손 회장은 당초 2017년 니케시 아로라 부사장에게 경영을 승계하고 소프트뱅크2.0 시대를 열 계획이었다. 그러나 후계자를 내보내고 자신이 경영을 이어가면서 참담한 상황에 놓였다.​

 

이에 따라 손 회장의 경영·투자 전략에도 큰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자본 시장이 경색되고 실물 경기가 악화되어 신규 투자금 유치나 공격적 사업 확장이 어려운 실정이다.

 

VC 업계에서는 손 회장이 투자자에서 사업가로 전환할 거란 관측을 내놓는다. 손 회장은 당초 올해 안에 제2 비전펀드 조성에 나설 계획이었으나, 회사 안팎의 사정 악화와 투자금 유치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5세대(5G) 이동통신 확대 전략을 취하고 있는 미국이 스프린트와 T모바일 합병을 승인하면서 통신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해야 할 때가 됐다. 소프트뱅크는 스프린트에 220억 달러(약 23조 5000억 원)를 투자했으며, 손 회장은 스프린트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특히 정보통신기술(ICT) 주도권을 둘러싸고 미·중 관계가 악화되고 있어, 소프트뱅크가 중국과 일부 선긋기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VC 업계 관계자는 “미·중 관계가 나빠져 중국과의 합자나 파트너십에 부담이 늘었다”며 “미국 통신 시장 진출은 손 회장의 숙원 사업이었다. 앞으로 중국보다는 미국 관련 사업에 무게를 실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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