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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투자업계 숙원 CVC, 코로나19 덕분에 빛 볼까

우아한형제들 등 혁신벤처 해외 매각에 도입 논의…일감 몰아주기·내부거래 해결은 숙제

2020.05.25(Mon) 16:42:26

[비즈한국]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이 21대 국회에서 논의에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내 대기업의 자본을 벤처투자 시장으로 끌어들여 벤처투자 활성화를 꾀하기 위해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기업 지주회사의 CVC 소유 허용을 위해서는 금산분리 원칙에 예외를 둬야 한다는 점에서 대기업 특혜 논란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다.

 

이제껏 정부는 CVC 설립 허용에 난색을 표했다. 그러나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얼어붙은 시장의 분위기를 반전시켜야 한다는 과제를 안았기에 CVC 설립 허용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주도의 금융지원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제1호 총선 공약으로 ‘벤처 4대 강국 실현’을 내세웠다는 점에서 가능성은 ​이전보다 더욱더 높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이 21대 국회에서 논의에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비상경제대책본부 간담회 모습. 사진=박은숙 기자


CVC는 기업 내 설립되는 벤처캐피털(VC)이다. 국내에서는 일반 지주회사의 VC 소유가 엄격히 금지돼 있다. 금산분리 원칙에 의해 일반지주회사가 금융업이나 보험업을 영위하는 국내기업의 주식을 소유하는 행위가 제한돼서다. VC는 벤처회사에 투자하는 투자 전문회사인데 한국표준산업분류에 따라 금융업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국내 대기업들은 사업회사가 자기자본으로 투자하거나 계열사가 창업투자사를 만들어 운영하는 방식을 활용해왔다.

 

그러나 국내 벤처기업이 해외 자본에 매각되는 사례가 심심찮게 발생했고 그럴 때마다 CVC 설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12월 배달앱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4조 7000억 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아 요기요와 배달통의 모회사인 독일의 딜리버리히어로에 인수 합병(M&A)​됐다. 숙박앱 서비스 여기어때도 지난 9월 영국계 사모펀드 CVC에 팔렸고 인공지능 스타트업 수아랩도 외국계 자본에 매각된 바 있다.

 

정부는 CVC 허용보다는 벤처지주회사 설립에 무게를 뒀다. 2018년 11월 정부는 현재 있는 벤처지주회사의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전부개정법률안을 추진했다. 기존 지주회사가 벤처지주회사를 자·손자회사 단계에서 설립하는 경우 벤처지주회사의 자회사 최소 지분보유특례를 적용하고 비계열사 주식 취득 제한을 폐지하는 내용이 골자였다. 그러나 이 개정안은 20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벤처 업계에서는 벤처지주회사 설립이 허울뿐인 제도였다고 지적했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사는 “대기업 입장에서 벤처지주회사는 지주회사 아래의 CVC에 비해 매력적이지 않은 제안이다. 무엇보다 벤처지주회사는 자기자본만으로 펀드를 결성해야 하는 단점이 있었다. 벤처지주회사가 지분을 20% 이상 보유할 의무가 있다는 점도 문제였다. VC가 투자할 때 특정 스타트업의 지분을 20%나 투자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2020총선 2호 공약발표 행사에서 ‘벤처 4대강국 실현’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스타트업 업계는 정부의 움직임을 반기는 분위기다. 박재승 비주얼캠프 대표는 “스타트업은 도약(스케일 업)하는 데 고충을 겪는데 CVC로 대기업 자본이 투입되면 M&A가 지금보다 활성화될 것 같다. 롯데를 예로 들면 리테일이나 식품 전문 분야 업체에 공격적인 투자를 기대할 수도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다른 스타트업 대표도 “대기업이 출자자로 참여한 펀드 운용 투자사에서 지원을 받았는데, 펀드의 주인은 대기업이라 할지라도 회사가 다르다 보니 협업이 쉽지 않았다. CVC​가 허용되면 이런 문제가 다소 해결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나 CVC 소유를 허용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나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에 금산분리 원칙을 적용하지 않고 예외를 둬야 한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이나 자본차익을 노린 금융투자가 가능해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기업 지주회사가 VC를 갖고 있게 되면 오너가 자회사를 만들어 부당지원하는 금융창고의 역할로 악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대기업들이 투자처를 찾지 못해 사내유보금을 쌓아놓은 경우가 많은데 이를 벤처에 투자하면 내수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는 취지는 좋다. 또 VC는 대체로 기관투자자나 대기업 출자로 투자받는다는 점에서 은행 같은 전통적인 금융업종과 동일하게 금산분리 원칙을 강조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며 “다만 사내유보금은 주주들 몫인데 벤처 투자 같은 위험 자본으로 투자하는 데 대해 반발이 나올 수 있다. 아울러 일감 몰아주기와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부작용을 방지할 장치를 세밀히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서 교수는 “공정거래법 시행령에서 특수관계인 출자 제한 같은 방안을 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의견을 표했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사는 “계열사의 부당지원과 내부자 거래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는 과징금이나 징벌적 배상 등 다른 방법으로도 막을 수 있다”며 “​부작용을 핑계로 입법을 피하지는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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