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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갑사에서 동학사까지, 부처님오신날 계룡산 트레킹

갑사엔 철당간과 승탑 볼거리, 남매 스님 전설 담긴 '남매탑' 지나 동학사로 하산

2020.05.19(Tue) 15:14:17

[비즈한국] 한반도에서 첫손에 뽑히는 풍수지리 명당인 계룡산에는 이름난 절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사찰은 ‘계룡사’라고도 불리는 갑사(甲寺)다. 신라에 불교를 전한 고구려의 아도화상이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갑사는 통일신라 때 의상대사가 중수하면서 화엄십찰의 하나가 되었다. 주변 산세와 어우러진 모습이 아름답고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도 여럿이다. 갑사에서 남매탑을 지나 동학사로 이어지는 산길은 인기 있는 트레킹 코스이기도 하다. 

 

계룡산 갑사는 신라에 화엄종을 전교한 10개 사찰인 ‘화엄십찰’의 하나. 갑사에서 남매탑을 지나 동학사로 이어지는 산길은 인기 있는 트레킹 코스다. 사진=구완회 제공

 

#갑사의 숨은 보물, 철당간과 승탑

 

갑사 주차장에 내리면 거대한 신목이 먼저 보인다. 천년도 훨씬 전부터 갑사 아랫마을을 지키던 느티나무가 태풍에 부러지면서 밑동만 남아 신령스런 괴목이 되었단다. 매년 봄이면 이곳에서 ‘괴목대신제’를 지낸다고. 옛날 이 괴목에 깃든 귀신이 갑사 마당의 장명등 기름을 훔쳐갔다는 전설도 전해진다. 그 뒤로 마을 사람들이 괴목을 잘 보살피니 장명등 기름도 없어지지 않고, 마을의 전염병도 막아주었다고 한다. 

 

갑사 주차장에 있는 거대한 느티나무. 태풍에 부러져 밑동만 남아 신령스런 괴목이 되었단다. 매년 봄이면 이곳에서 ‘괴목대신제’를 지낸다. 사진=구완회 제공

 

괴목을 지나 계룡산을 오르면 얼마 지나지 않아 ‘계룡산갑사’라고 쓰인 일주문이 나온다. 그 뒤로 절을 지키는 사천왕상을 지나면 범종루와 절의 중심 건물인 대웅전 등이 보인다. 하지만 원래 갑사의 중심 건물은 석가모니를 모시는 대웅전이 아니라 비로자나불을 모시는 대적전이었다. 의상대사가 이끈 화엄종에서는 진리의 화신인 비로자나불을 최고의 부처님으로 모시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유재란 때 불타버린 건물을 다시 지으면서 대웅전이 절의 중심이 되었다고 한다. 지금도 자그마한 대적전이 절 한쪽에 남아 이곳이 옛날 화엄사찰이었음을 증언하고 있다. 

 

갑사에서 꼭 보아야 할 것은 대웅전이나 대적전이 아니라 보물 제256호로 지정된 갑사철당간이다. 당간이란 절 입구에 깃발을 걸어 두는 크고 높은 장대다. 보통은 나무로 만들어 옛날 것은 남아 있지 않은데, 갑사에는 삼국시대 철로 만든 당간이 남아 있다.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철당간은 딱 3개인데 삼국시대 것은 갑사철당간이 유일하다. 나머지 둘은 고려시대에 만들어졌다. 갑사철당간의 높이는 15m에 이른다. 

 

보물 제256호로 지정된 갑사철당간. 절 입구에 깃발을 걸어 두는 크고 높은 장대로,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철당간은 딱 3개이며 삼국시대 것은 갑사철당간이 유일하다. 사진=구완회 제공


승려들의 유골을 안장한 승탑. 고려 시대 만들어진 갑사의 승탑은 팔각기둥 모양으로 지붕에서 기단까지 화려한 조각을 자랑한다. 사진=구완회 제공


철당간에서 가까운 곳에 자리 잡은 갑사 승탑도 꼭 봐야 할 문화재다. 승탑이란 승려들의 유골을 안장한 묘탑으로 부도라고도 불린다. 조선 시대 부도는 둥근 달걀 모양으로 별다른 장식이 없지만, 고려 시대 만들어진 갑사의 승탑은 팔각기둥 모양으로 지붕에서 기단까지 화려한 조각을 자랑한다. 

 

#남매탑 전설을 지나 동학사로

 

갑사 옆으로 흐르는 자그마한 계곡물을 건너면 남매탑으로 이어지는 산길이다.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 시원한 길을 두어 시간쯤 걷다 보면 오누이처럼 나란히 선 남매탑을 만난다. 남매탑의 정식 이름은 공주 청량사지 칠층석탑과 오층석탑. 고려 시대 이곳에 있던 청량사라는 절터에 남은 크고 작은 두 개의 탑이라는 뜻이다. 이 탑들이 남매탑이라고 불리게 된 데에는 다음과 같은 사연이 전해오고 있다. 

 

옛날, 이곳의 절에 살던 젊은 스님이 불공을 드리고 있는데 호랑이 한 마리가 나타나 아픈 시늉을 하며 자꾸 목을 비비더란다. 스님이 살펴보니 목에 비녀가 걸려 있어서, 용기를 내어 빼주었더니 꾸벅 인사를 하고 가더란다. 그런데 다음날 호랑이가 처녀를 물고 와서는 쿵, 하고 마루에 내려놓았다. 제 딴에는 은혜를 갚는다고 한 짓이었다. 스님은 처녀를 집으로 데려다주었지만 처녀는 스님을 따라 출가하기를 원했다. 그래서 둘은 의남매를 맺고 기념으로 탑을 하나씩 세운 후 평생 불도를 닦았다는 것이다. 표지판에 쓰인 전설을 읽고 나니 두 개의 탑이 더욱 다정스레 보인다. 

 

남매탑의 정식 이름은 공주 청량사지 칠층석탑과 오층석탑. 의남매를 맺고 평생 불도를 닦은 스님과 처녀의 전설이 담겨 있다. 사진=구완회 제공


갑사에서 남매탑으로 이어진 산길은 동학사로 향한다. 계속 내려가는 길이지만 올라왔던 길만큼이나 가팔라 쉽지만은 않다. 그래도 엄마 손을 잡고 씩씩하게 걷는 꼬마들도 제법 보이니, 아이와 함께 도전해볼 만하다. 통일신라 때 문을 열었다는 동원사는 고려 말 충신인 목은 이색과 포은 정몽주, 야은 길재를 제사 지내는 삼은각으로 유명하다. 아쉽게도 6·25전쟁 때 사찰 건물이 모두 불타서 1960년대 이후 중건되었다고 한다. 

 

<여행메모>


갑사 

△위치: 충남 공주시 계룡면 갑사로 567-

△문의: 041-857-8921

△운영 시간: 09:00~18:00, 연중휴무

 

동학사 

△위치: 충남 공주시 반포면 동학사1로 462

△문의: 042-825-2570

△운영 시간: 09:00~18:00, 연중휴무

 

필자 구완회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여성중앙’, ‘프라이데이’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랜덤하우스코리아 여행출판팀장으로 ‘세계를 간다’, ‘100배 즐기기’ 등의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를 총괄했다.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역사와 여행 이야기를 쓰고 있다.​​​

구완회 여행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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