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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최고 '신의 직장' 정유업계에 드리운 암울한 구조조정 그림자

영업이익 대비 막대한 급여 수준, 최근 유가 급락과 수요 감소에 발목

2020.04.24(Fri) 16:22:46

[비즈한국] 최고의 연봉 수준으로 ‘신의 직장’으로 불리던 정유업계가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타격으로 인한 수요 감소와 국제유가 급락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정유업체의 연봉은 2018년까지만 해도 최고 수준이었다. 2018년 기준 국내 500대 기업 중 직원 평균 연봉이 가장 높은 기업은 SK에너지로 1억 5200만 원이었다. 그 외 S-Oil(에쓰오일) 1억 3760만 원, GS칼텍스 1억 2540만 원, 현대오일뱅크 1억 1500만 원 순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지난해 정유업체 연봉은 전년에 비해 모두 감소했다. SK에너지 1억 3200만 원(13% 감소), GS칼텍스 1억 1100만(11.4% 감소), 에쓰오일 1억 1000만 원(20% 감소), 현대오일뱅크 1억 900만 원(5.2% 감소)이었다. 

 

올해 3월 서울시내 한 주유소 현장. 사진=고성준 기자


지난해 정유업체 연봉 감소 규모는 영업이익 감소규모에 비해선 양호한 수준이다.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SK에너지가 2018년 8127억 원에서 지난해 3617억 원으로 55.4%나 급감해 감소폭이 가장 컸다. 에쓰오일은 6394억 원에서 4200억 원(34.3% 감소)으로 감소폭이 SK에너지 다음이었다. GS칼텍스는 1조 2342억 원에서 8796억 원으로 28.7% 감소했고, 현대오일뱅크는 6210억 원에서 5219억 원으로 15.9% 줄어 감소폭이 가장 작았다. 

 

정점을 찍었던 2018년 당시 정유업계 평균 연봉은 임금삭감과 구조조정이 단행된 2014년 당시에 비해 업체별로 각각 45.5%에서 71.8%나 급증한 수준이다. 당시 직원 평균 연봉은 에쓰오일이 8972만 원으로 가장 높았고 SK에너지 8847만 원, GS칼텍스 8402만 원, 현대오일뱅크 7900만 원 순이었다. 

 

하지만 올해 정유업계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평균 연봉 감소폭은 사상 최대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올 1분기에만 국내 정유 4사의 영업손실은 3조 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상 최악의 실적으로 기록됐던 2014년 4분기 영업손실 1조 1500억 원을 압도적으로 뛰어 넘을 태세다. 

 

정제마진 축소와 코로나19로 석유 수요 감소에 따른 국제유가 하락, 그리고 정유사들이 공격적으로 투자했던 석유화학 사업도 세계적인 공급과잉에 빠져버렸기 때문이다.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최근 에쓰오일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에쓰오일의 대주주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라는 점에서 이번 신용등급 하락에 대해 정유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최근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의 비용을 뺀 금액으로 업계에 따르면 손익분기점이 배럴당 4~5달러대로 전해진다. 그런데 정제마진이 지난해 말 마이너스 0.1달러까지 떨어진데 이어 3월 셋째 주 마이너스 1.9달러로 하락한 이후 5주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결국 정유사는 석유 관련 제품을 생산하면 할수록 손해인 상황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8일부터 5월 22일까지 전체 생산능력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제2공장 가동을 중단한다. 

 

국제유가는 저유가 장기화를 넘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마이너스 37.6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미국과 중국 정유사들이 석유 제품을 과잉 공급한데 이어 정유사들이 저유가 장기화 위험에 대비해 앞 다퉈 투자한 석유화학 사업 분야는 현재 공급과잉 상황에 빠져 버렸다. 

 

석유화학 시황을 가늠하는 에틸렌 국제가격은 2018년 톤당 1300달러대에서 현재 톤당 600달러대에 그치고 있다. 더욱이 앞으로 2년간 중국에서만 1060만 톤 규모 에틸렌 생산 증설이 예정된 상황이다. 

 

결국 정부는 기간산업인 정유업계의 경영악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보고 세제 지원 등 대책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세율 3%인 원유수입 관세 납부를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유예하고, 원유 리터 당 16원에 달하는 석유수입부과금 징수를 3개월 유예하기로 했다.

 

아울러 정부는 4월분 교통·에너지·환경세, 개별소비세 납부를 오는 7월까지 3개월간 유예하기로 했다. 교통·에너지·환경세는 휘발유(리터당 529원)와 경유(리터 당 375원)에, 개별소비세는 등유(리터 당 63원)·중유(리터 당 17원)·LPG(킬로그램 당 275원) 등에 부과된다.

 

복수의 정유업계 관계자들은 “남는 석유제품을 보관할 장소가 없다. 공장 가동률을 최저 수준으로 떨어뜨려야 할 상황이다. 장치산업인 정유산업에서 구조조정 등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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