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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내 안에 '암흑물질' 있다!

목성·천왕성 진화에 중요한 역할…인간 몸에도 평생 모래 한 알 정도 쌓여

2020.04.20(Mon) 10:53:35

[비즈한국] 우주는 사실 눈으로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빛, 전자기파와 아무런 상호작용을 하지 않아 흔적을 남기지 않는 유령 같은 존재 ‘암흑물질’로 우주는 가득 채워져 있다. 암흑물질은 우리 은하 원반 전역에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그 양은 빛을 통해 관측할 수 있는 일반 물질(별, 행성, 가스 구름 등)인 바리온(baryon)에 비해 무려 네 배 더 많은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다면 암흑물질이 이렇게나 흘러넘칠 정도로 우리 은하 전역에 가득하다면, 우리 은하 한복판에 있는 태양계 안으로도 암흑물질이 들어와 있지 않을까? 즉 우리 지구도, 태양도, 태양계 행성 사이사이 공간에도 암흑물질이 스며 있어야 하지 않을까? 

 

암흑물질은 태양계 안에도 있을까? 그렇다면 우리 몸속에도 암흑물질이 스며 있지는 않을까?

 

#암흑물질이 태양계 안에 있다면 

 

우리는 흔히 태양계 행성들이 전부 태양의 중력에만 붙잡혀 돌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엄밀하게 보면 그렇지는 않다. 어떤 천체에게 가해지는 중력은 그 천체가 도는 궤도 안쪽에 있는 모든 물질의 질량에 의해 결정된다. 

 

예를 들어 태양계 가장 안쪽의 첫 번째 행성 수성을 붙잡고 있는 것은 태양의 중력뿐이다. 하지만 수성보다 바깥에 있는 그다음 금성을 붙잡고 있는 것은 태양의 중력뿐 아니라 수성의 미약한 중력을 합한 힘이다. 태양계 가장 바깥의 해왕성은 태양의 중력에 더해 나머지 일곱 행성의 중력, 그리고 크고 작은 소행성들의 중력까지를 모두 합한 힘으로 붙잡혀 있다. 

 

태양계 행성들의 궤도를 표현한 그림. 사실 행성들은 태양의 중력뿐 아니라 자신의 궤도 안쪽에 포함되는 모든 물질의 질량에 따른 중력의 영향을 받는다. 사진=NASA/JPL


정말로 만약 우리 태양계 행성들, 소행성들 사이 구석구석까지 고르게 암흑물질이 스며들어와 퍼져 있다면, 자신의 궤도 안쪽에 들어오는 모든 암흑물질의 질량에 따른 영향도 추가로 받게 된다. 또 태양계 안쪽 행성에 비해 바깥 외곽 궤도를 도는 행성일수록, 그 행성의 궤도 안쪽에 들어오는 암흑물질의 양도 많아진다. 태양계 행성들의 궤도 크기와 속도를 아주 정밀하게 측정한다면, 각 행성의 운동에 영향을 주는 암흑물질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기존에 알고 있던 행성들, 소행성들의 중력만 고려했을 때보다 외곽의 천체들이 더 빠른 속도로 궤도를 돌고 있다면, 태양계 외곽 천체들에게 추가로 중력을 더 가하는 미지의 물질이 존재한다는 증거가 된다.[1]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1910년 이후로 지금까지 지상 레이더와 다양한 태양계 탐사선들로 측정한 한 세기에 걸친 태양계 행성들의 정밀한 궤도 데이터 총 67만여 개를 분석했다. 이 데이터에는 목성과 토성 곁에 직접 방문해 그 곁을 돌며 행성의 중력을 측정했던 갈릴레이, 카시니 탐사선의 데이터를 비롯해 혜성 곁을 지났던 로제타 미션의 데이터 등 다양한 탐사선의 데이터가 활용되었다. 또 20세기 후반 행성들의 위치를 정밀하게 관측했던 러시아의 지상 레이더 관측 데이터도 활용했다. 이는 태양계 행성들의 움직임을 수미터 수준으로 측정한 아주 정밀한 데이터다. 

 

목성 곁을 아주 크게 찌그러진 타원 궤도를 돌면서 역사상 목성 표면(상층 구름)까지 가장 가까이 접근하며 위험천만한 탐사를 진행하고 있는 주노 탐사선의 궤적을 표현한 영상. 영상=NASA/JPL

 

토성의 고리 안쪽까지 진입하면서 토성 표면에 근접 비행을 시도했던 카시니 탐사선의 마지막 궤적. 영상=Erick Sturm/Jet Propulsion Laboratory-Caltech/NASA

 

태양계 주요 여덟 개 행성들과 그 곁의 큰 위성들, 화성과 목성 사이의 300여 개의 소행성들과 해왕성 궤도 주변을 도는 20여 개의 왜소행성들의 정밀한 궤도 관측 데이터가 활용되었다. 과연 태양계 천체들의 움직임에서 기존에 알고 있던 천체들의 중력만 고려해서는 설명하지 못하는 추가 중력이 필요한 것으로 나왔을까? 아쉽게도 그러한 유의미한 차이는 확인하지 못했다. 

 

사실 정말로 암흑물질이 태양계 안까지, 우리 은하 속 암흑물질과 비슷한 밀도로 스며들어와 퍼져 있다 하더라도 태양계 안에 들어오는 암흑물질의 전체 양은 아주 미미하다. 그 양은 대략 10의 20제곱 킬로그램 정도, 이는 왜소행성 세레스의 질량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태양의 질량만 해도 10의 30제곱 스케일인데, 이에 비하면 겨우 백억 분의 1만큼이나 가벼운 수준이다. 이런 미미한 질량의 암흑물질이 태양계 전역에 퍼져 있다면, 설령 실제로 존재한다 하더라도 기존 태양계 행성들의 움직임을 관측하는 수준으로는 파악하기 어렵다. 수미터 수준이 아니라 무려 수밀리미터 수준으로 더 압도적인 정밀도로 관측 성능을 끌어올려야만 유의미한 변화를 관측할 수 있다.[2] 

 

#지구와 달 사이 암흑물질의 흔적 

 

그런데 최근 또 다른 천문학자들은 지구와 달 사이 공간에서 암흑물질에 의한 영향으로 추정되는 미미한 차이를 발견했다는 흥미로운 주장을 내놓았다. 이번에는 지구와 달 사이 거리의 변화와 둘의 궤도 움직임 데이터를 분석해, 둘의 움직임을 완벽하게 설명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지구와 달의 질량뿐 아니라 그 외의 추가 질량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이번 분석을 위해 천문학자들은 과거 아폴로 미션 때 우주인들이 달 표면에 설치했던 거울 장치를 활용한 지구-달 사이 거리 데이터를 이용했다. 달에 박아 넣은 거울을 향해 지구에서 레이저를 쏘아서, 그 레이저가 지구를 출발해 다시 달 표면 거울에 반사되어 지구로 돌아오는 시간을 재면 센티미터 수준으로 아주 정밀하게 지구-달 사이 거리를 잴 수 있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천문학자들은 달이 아주 느리게 지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아폴로 미션 때 우주인들이 달 표면에 설치하고 온 반사 거울 장치. 지금도 이 거울에 레이저를 쏴서 지구로 다시 반사되어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해 지구와 달 사이 거리 변화를 아주 정밀하게 측정하고 있다. 덕분에 달과 지구 사이 거리가 아주 느리게 벌어지고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사진=NASA/JPL

 

또 지구에서 약 1만 2300km 떨어진 곳으로 날아가 지구 주변 궤도를 돌며, 레이저로 지구 지각의 정밀한 움직임을 측정한 라지오스(LAGEOS) 위성의 데이터도 활용했다. 이 위성은 물론 지구 곁을 돌며 지구 중력의 영향을 주로 받지만, 멀리 달에 의한 중려의 영향도 함께 받는다. 지구 주변을 도는 이 인공위성의 정밀한 궤도 데이터를 통해 위성에게 가해지는 지구와 달의 중력을 모두 확인할 수 있다.

 

라지오스 위성은 지상에서 쏘아 올린 레이저를 반사할 수 있도록 전체 표면이 다 거울로 덮여 있다. 지상에서 위성을 향해 쏘아 올린 레이저가 다시 위성 표면에 반사되어 지구로 돌아오면 그 시간을 측정해 대륙의 위치 변화를 측정했다. 사진·영상=NASA/JPL

 

이처럼 라지오스 위성의 움직임과 지구-달 사이의 정밀한 거리 변화, 그리고 두 천체의 움직임을 분석한 결과, 놀랍게도 천문학자들은 지구와 달 사이에 약 24조 톤, 2.4 곱하기 10의 16제곱 kg 정도 되는 추가 질량이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 정도면 작은 소행성 하나 정도와 비슷한 질량이다. 물론 지구나 달에 비해서는 훨씬 가볍다. 즉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지구-달 시스템의 전체 질량은 지구와 달만의 질량을 각각 합한 것보다 소행성 하나 정도 살짝 더 무겁다는 뜻이다.[3] 

 

#암흑물질은 매순간 우리 몸을 통과한다 

 

이처럼 암흑물질이 은하와 은하 사이 거대한 스케일뿐 아니라 그 은하 속 태양계에까지 가득 들어와 있다면, 당연히 그 태양계 한복판 지구 위를 살아가는 우리들 몸속에도 매순간 암흑물질이 통과하고 있을 것이다. 당연히 암흑물질은 바리온에 해당하는 우리들의 몸과 부딪히거나 상호작용하지 않는다. 암흑물질 입자의 입장에서는 우리는 존재하지 않는, 신경 쓸 필요 없는 유령처럼 여겨질 것이다. 

 

그렇다면 대략 어느 정도의 암흑물질이 매순간 우리의 몸을 통과하고 있을까? 이를 어림짐작하기 위해서는 간단히 우리 은하 속 지구 주변 영역의 대략적인 암흑물질의 밀도와, 한 사람 몸의 평균적인 부피, 그리고 그 암흑물질 입자들이 얼마나 빠르게 지구 주변 공간을 날아다니고 있는지를 고려하면 된다. 지구 주변 우주 공간에서 암흑물질의 평균적인 밀도는 대략 1세제곱미터당 10의 -21제곱 kg 정도다. (이처럼 우주는 아주 공허하다.) 

 

간단하게 한 사람을 대략 키 170센티미터에 반지름 1미터의 뚱뚱한 원기둥이라고 가정하면 사람 신체의 평균적인 부피는 1.7세제곱미터 정도 된다. 우리 태양계는 우리 은하 외곽을 약 초속 200km의 속도로 공전하고 있지만, 태양계 주변 영역을 휩쓸고 지나가는 암흑물질 흐름은 약 350km 속도로 반대로 비스듬한 각도로 움직이고 있다. 결과적으로 지구에서 봤을 때 지구 주변을 지나가는 암흑물질 흐름의 상대적인 속도는 약 400km/s이다.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과 에너지의 함량을 나타낸 파이 차트.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없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가 대부분이다. 암흑물질은 일반 물질에 비해 4배 더 많다. 따라서 우리의 몸이 평생 부딪히는 일반 물질보다 암흑물질이 더 많아야 할 것이다. 사진=NASA/CXC/K.Divona

 

이러한 간단한 추론을 통해 매 순간 우리 몸을 관통하는 암흑물질의 양을 추정해보면, 매 초 약 2.5 곱하기 10의 -16kg 정도이다. 이는 1년간 약 10의 -8kg 정도로 속눈썹 하나 질량의 10분의 1 수준이다. 약 80년을 살아간다고 했을 때, 평생 한 사람의 몸을 통과하는 암흑물질의 양은 1밀리그램 정도. 모래 한 알 수준이다. 즉 우리는 평생 모래 한 알 정도의 암흑물질이 몸을 통과하며 살아가는 셈이다.  

 

우리 몸속에 들어와 쌓이는 암흑물질의 양은 아주 미미하다. 사실 암흑물질이 몸에 쌓일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몸 안에 쌓이는 그 어떤 노폐물보다 영향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질량이 우리보다 훨씬 육중한 행성이나 별의 경우는 다르다. 훨씬 강한 중력으로 행성의 중심에 더 많은 고밀도의 암흑물질 조각들이 뭉쳐서 고여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암흑물질 덩어리들은 행성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다.

 

#암흑물질은 행성의 속 깊이 들어와 있을지도 

 

우주에는 중력, 전자기력, 그리고 두 가지의 핵력, 총 네 가지의 기본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작동한다. 암흑물질은 그 중 오직 중력을 통해서만 움직인다. 다른 일반 물질과는 아무런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된다. 즉 암흑물질에게는 지구도, 태양도, 당신의 몸도 그저 크고 작은 질량 덩어리로 여겨질 뿐, 암흑물질의 진행을 가로막는 장벽은 되지 않는다. 

 

만약 암흑물질이 지구와 같은 행성 주변에 돌아다니고 있다면, 그 암흑물질 입자들은 지구의 중력에 의해 지구 중심으로 모여들 것이다. 하지만 암흑물질은 지구의 딱딱한 땅 표면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지구, 즉 일반 물질과 부딪히거나 충돌하더라도 가로막히지 않는다. 마치 유령처럼 그대로 지구의 표면을 뚫고 지구의 중력이 강하게 작용하는 지구 정중앙, 그 내부의 깊숙한 중심을 향해 암흑물질은 계속 쌓일 것이다. 

 

천문학자들은 이런 암흑물질 입자들이 마치 행성 중심에 모근을 두고, 행성 바깥으로 나가면서 서서히 밀도가 낮아지는 머리카락과 같은 방식으로 분포할 것이라 추정한다. 그리고 행성의 정가운데 깊은 중심으로 가면 (물론 미량이기는 하지만) 바깥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아주 높은 밀도로 암흑물질이 모여 있을 것이라 추정한다.[4]

 

목성과 지구의 중력에 붙잡혀 머리카락처럼 사방으로 뻗어나오는 분포를 하고 있는 행성 주변 암흑물질의 분포를 나타낸 그림. 실제로 행성 중력에 붙잡힌 태양계 내 암흑물질이 존재한다면 이러한 분포를 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행성의 중심으로 갈 수록 밀도는 높아진다. 사진=NASA/JPL-Caltech

 

흥미롭게도 일부 천문학자들은 바로 이러한 행성 핵 중심에 고여 있는 암흑물질이 오랫동안 풀리지 않는 태양계 행성들의 중요한 미스터리 중 하나를 설명해줄 수 있다고 기대한다. 특히 목성과 같은 거대한 가스 행성을 보면, 그 내부에서 오랫동안 쉬지 않고 열에너지가 방출되고 있다. 기존의 고전적인 목성 형성 이론에 따르면, 태양계 형성 초기 가스 물질이 모여 목성이 되고 나서는 외부에서 별다른 에너지를 공급받을 방법이 없고, 또 별처럼 직접 내부에서 에너지를 만들어내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목성은 굉장히 빠르게 차갑게 식어야 한다. 하지만 목성의 내부 중심부는 그보다 훨씬 따뜻하다. 분명 목성의 중심에는 수십억 년째 목성의 심장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발열 시스템이 숨어 있다. 

 

예상보다 따뜻한 목성의 심장을 설명하기 위해 그동안 목성의 강한 자기장, 태양풍에 의한 영향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후보로 제시되었지만 완벽하게 설명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어쩌면 목성 중심부에 암흑물질이 쌓여 있다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현재 암흑물질의 정체로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질량이 보통 원자핵에 비해 훨씬 무겁지만 다른 물질과 상호작용을 거의 하지 않는 가상의 입자 ‘윔프(WIMP)’다. 윔프는 실제로 그 존재가 확인된 현존하는 입자는 아니다. 다만 암흑물질이라면 자고로 이래야 한다는 성질을 가진 가상의 입자다. 

 

그런데 이 윔프는 다른 일반 물질과는 상호작용을 잘 하지 않지만, 아주 드물게 윔프끼리 부딪히고 함께 소멸하면서 감마선과 같은 강한 에너지의 신호를 방출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천문학자들은 이러한 윔프끼리의 쌍소멸 과정에서 방출될 것으로 기대하는 감마선의 흔적을 좇아, 우리 은하 속 암흑물질의 정체를 파악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러한 암흑물질 입자, 윔프끼리의 상호작용은 그 윔프의 밀도가 아주 높게 모여 있을수록 더 빈번해진다. 목성과 같은 행성의 중심부에서도 윔프가 비교적 높은 밀도로 모여서 서로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많은 에너지를 방출하고 있을 수 있다. 천문학자들은 바로 이것이 목성, 토성과 같은 거대한 가스 행성들이 예상보다 더 오래 따뜻한 심장을 유지하며 천천히 식어가는 이유가 될 수 있다고 추정한다.[5][6] 

 

주노 탐사선으로 촬영한 목성의 상층 구름의 따뜻한 적외선 영상. 목성의 구름 깊은 중심부에서는 오랜 시간 목성을 계속 따뜻하게 데워주고 있는 발열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 영상=NASA/JPL-Caltech/SwRI/ASI/INAF/JIRAM

 

반면 자전축이 거의 수직으로 기울어져 있는 천왕성은 다른 가스 행성과 달리 현저하게 온도가 차갑다. 이 역시 태양계 행성들이 암흑물질을 품고 있을지 모른다는 가설로도 설명해볼 수 있다. 천왕성이 태양계 전체의 회전축에서 크게 기울어져 혼자 편안한 자세로 누워서, 마치 공전 궤도면 위로 공이 굴러가듯 궤도를 돌게 된 것은 오래전 천왕성이 다른 천체와 큰 충돌을 겪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거의 크기가 비슷한 천체와의 거대한 충돌로 인해 천왕성은 많은 가스 물질과 파편을 바깥으로 내보냈을 것이다. 바로 그 대충돌 과정에서 천왕성은 가스 대기뿐 아니라, 그 중심에 품고 있던 막대한 암흑물질, 행성의 발열제 역시 토해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 결과 천왕성은 암흑물질을 품고 있는 다른 태양계 행성들과 달리 훨씬 빠른 속도로 냉각되어 확연하게 차가운 환경을 갖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암흑물질은 단순히 은하 전체, 은하단과 같은 훨씬 거대한 스케일뿐 아니라 태양계 내 행성들의 운명처럼 훨씬 지엽적(local)인 규모에서도 우주의 진화를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우리 우주는 미약하지만 분명한 우주의 ‘보이지 않는 손’ 암흑물질에 의해 굴러가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미처 알지 못했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몸을 뚫고 지나가는 암흑물질들의 소나기를 맞고 있다. 

 

우리는 지금도 보이지 않는 것들로 둘러싸인 채 암흑물질의 물살을 타고 우주를 항해하고 있다.​

 

[1] https://www.scientificamerican.com/article/does-dark-matter-encircle-earth/

[2] https://ui.adsabs.harvard.edu/abs/2008arXiv0806.3767X/abstract

[3]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1088/1751-8113/41/41/412002

[4] https://www.nasa.gov/feature/jpl/earth-might-have-hairy-dark-matter

[5]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0370269308015025?via%3Dihub

[6] https://www.nature.com/articles/320729a0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galaxy.wb.z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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