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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조현아 남매전쟁 '2차전' 이미 막 올랐다

주총 이후 KCGI 지분 추가 매입…조원태 측 새 우군 필요 속 '다크호스' 경방 등장

2020.04.10(Fri) 13:01:20

[비즈한국] 단 한 번의 승부로 왕좌가 좌우된다. 한쪽은 성벽을 허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다른 한쪽은 수성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한진그룹 얘기다. 경영권을 둘러싸고 고 조양호 회장의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장남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공성전을 벌이고 있다. 

 

3월 한진칼 주총에서는 일단 조원태 회장(왼쪽)이 수성에 성공했다. 그러나 누나 조현아 전 부사장(오른쪽)과 반도건설·KCGI 등 삼자 연합은 10월께 다시 공격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박정훈·고성준 기자

 

조 회장은 조 전 부사장과 반도건설·KCGI 연합 전선의 맹공을 가까스로 막아내고 일단 우위를 점했다. 조 전 부사장을 중심으로 한 삼자 연합도 포기하지 않고 2차 공습을 준비 중이라 지분 확보 경쟁 등 앞으로 피 말리는 신경전을 펼칠 전망이다.

 

일단 지난달 27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조 회장이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 조 회장 측이 내세운 사내·외 이사 후보가 모두 선임된 데 비해 삼자 연합이 내세운 인물들은 모두 정족수 미달로 부결됐다. 삼자 연합 측 지분은 42.13%로 조 회장 측 지분 41.4%를 앞서 표면적으로는 유리해 보였다.

 

그러나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이 조 회장 측 손을 들어줬고, 삼자 연합의 일원인 반도건설이 한진칼 지분 8.2% 중 3.2%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해 조 회장의 승리로 이어졌다. 한진그룹 노조도 조 회장의 손을 들어주며 힘을 보탰다. 

 

이번 주총에서는 조 회장 측이 수성에 성공했지만, 양측의 경영권 분쟁은 계속해서 이어질 전망이다. 삼자 연합 측은 올 가을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해 경영권 재도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임시 주총을 열기 위한 법원 허가와 주주명부 폐쇄 후 임시주총 소집 등 절차에 총 6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3분기 결산이 마무리되는 10월께 다시 한번 진검 승부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조 전 부사장 측의 재도전 의지는 확고하다. 삼자 연합은 법원이 반도건설 의결권 행사 허용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자 “법원 결정이나 주총 결과가 정상화 여부의 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주주연합은 긴 호흡으로 한진그룹을 정상화 궤도에 올려놓도록 노력하겠다”고 예고했다. 현재 삼자 연합은 5년 계약으로 묶어 장기전에 돌입할 준비가 돼 있다. 8일 고 조양호 전 회장 1주기 추모식에 조 전 부사장은 불참하는 등 갈등이 이어지고 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양측은 주도권 확보를 위해 지분율 확대 경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조 전 부사장의 우군인 KCGI·반도건설은 한진칼 지분을 추가 매입하는 한편 추가로 우군을 늘려갈 것으로 보인다. 실제 KCGI는 주총이 끝난 지난달 27~31일 한진칼 지분 36만 5370주(지분율 0.62%)를 장내 매수했다.

 

조 전 부사장의 경우 주식담보대출 외에 주식 추가 매입 방안이 없어 지분 확대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600억 원 규모의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올 초 이미 100억 원 규모의 주식담보대출을 받은 바 있어 추가 대출 여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3월 27일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의 정기주주총회가 열린 서울 중구 한진빌딩. 조원태 회장은 새로운 우군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사진=박정훈 기자

 

방어하는 입장인 조 회장의 상황도 녹록하지 않다. 현재로선 델타항공이 대한항공 경영권 분쟁에 더욱 깊게 관여할지는 미지수라서다. 특히 이번 주총에서 조 회장의 손을 들어준 국민연금도 한진칼 지분이 2.9%에 불과해 앞으로 심판 역할을 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새로운 우군을 확대해야 하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경방이 다크호스로 등장했다. 경방은 김담 대표이사의 특수관계사 에나에스테이트 등과 함께 한진 지분 6.44%(77만 808주)를 보유했다고 8일 공시했다. 경방·에나에스테이트는 4월 들어서만 한진 주식 총 17만 5635주(1.47%)를 추가로 사들여 한진의 4대 주주에 올랐다. 경방 측이 앞으로 어느 쪽 손을 들어주느냐가 승부를 가를 수도 있다. 

 

조 회장의 경영 능력도 도마에 오를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에 따른 세계적 관광·항공 산업 부진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경영 효율화와 신규 사업 발굴로 이 고난을 잘 극복하면 일반 주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고, 실패하면 경영 능력 부족이란 딱지를 달 수도 있다. 이에 한진그룹은 대한항공 소유의 호텔·대지·리조트 등 부동산을 처분해 재무구조를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자 연합을 제외한 주주들이 조 회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어 현재로선 승부는 조 회장이 앞서는 모양새”라면서도 “다만 삼자 연합은 애초에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게임을 시작했다. 조 회장으로선 델타항공 외에 강력한 우군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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