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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談] 가수 도전·아이돌 육성 실패 경험이 만든 'K팝 앱'

이의중 어메이저 대표, 해외 팬 겨냥한 콘텐츠로 100만 다운로드 목전

2020.02.28(Fri) 16:56:06

[비즈한국] 우리 사회는 여전히 실패에 인색한 편이다. 통계에 따르면 성인 중 절반가량이 파산·해고·이혼 등 인생의 ‘실패’ 한 번으로 낙오자로 전락한다는 데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실수 없이 완벽한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성공한 이들이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실패의 경험이다. 비즈한국은 화려한 성공에 감춰진 경영인들의 실패 경험을 들어보고자 한다. 

 

‘텐츠’. 콘텐츠란 단어에서 ‘콘’만 빼 만든 예명이 자신의 본명보다 더 유명한 스타트업 CEO가 있다. 케이팝 댄스 커버 영상 서비스인 ‘어메이저’의 이의중 대표가 그 주인공. 이의중 대표는 2008년 ‘상관없어’라는 곡으로 데뷔한 가수 출신 CEO다. 처음 들어본 사람이 많을 것이다. 마케팅 실패로 지인들만 아는 노래라서 그렇다.

 

케이팝 댄스 커버 영상 서비스 ‘어메이저’의 이의중 대표. 사진=최준필 기자


직장 생활이라는 현실에 치여 가수란 꿈을 접어야 했던 이의중 대표는 재능이 뛰어나지만 환경이 어려운 친구들을 육성하기로 마음먹고 동료들과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차렸다. 그러나 수억 원을 들여 데뷔시킨 보이그룹은 재정적인 한계와 마케팅 부족으로 해체했고, 심지어 걸그룹은 무대조차 밟지 못한 채 다른 기획사를 알아봐야 했다. 

 

이의중 대표의 마케팅 실패에서 탄생한 앱이 지금의 어메이저다. 현재 어메이저는 누적 다운로드 100만 건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전체 사용자의 96%가 해외 이용자일 만큼 해외에서 인기몰이 중이다. 표면적으로 어메이저는 케이팝을 좋아하는 이용자들끼리 노래와 춤 실력을 겨루는 앱이지만, 해외 진출을 목적으로 하는 아티스트들에겐 좋은 홍보 앱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꼭 사업했다가 크게 망해야만 실패인가요. 실패의 크기는 중요치 않다고 봅니다. 실패를 실패로 여기지 않고 의연하게 다음을 준비하는 게 성장하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강조하는 이의중 대표의 실패담을 들었다.

 

#홈레코딩으로 이뤄낸 가수의 꿈…마케팅 문턱에서 좌절하다

 

Q. 가수 출신 스타트업 대표. 이력이 특이합니다. 여기에다 첫 직장은 ‘네이버’네요.

 

​A. ​어렸을 때 음악을 참 좋아했습니다. 자연스럽게 가수를 꿈꿨죠. 고등학생 때부터 밴드 생활을 했고, 성인이 돼서도 밴드 활동을 이어가려고 홍대로 대학을 진학할 정도였어요. 홍대 근처에서는 음악 활동을 좀 더 자유롭게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서였죠. 실제로 홍대에서 2~3년 정도 펠(PEL)이라는 인디밴드로 활동했습니다. 하지만 가수를 평생 직업으로 삼기엔 저보다 잘하는 친구들이 많더라고요.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도 초반 즈음엔 아이돌이 뜨던 시기고 록이나 힙합은 저물던 시기라 진입 장벽마저 높아졌죠. 제가 들어갈 구멍이 너무 좁았어요. 여기에다 평소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라던 어머니께서도 “의중아. 넌 노래 못하는 것 같아”라고 말씀하시는데 꽤 충격을 받았죠(웃음). 자연스럽게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네이버에 취직한 이유입니다.

 

인디밴드 활동 당시 이의중 대표. 사진=이의중 대표 제공


Q. 그런데 앨범은 가수란 꿈을 접은 지 한참 후인 2008년에 발매됐습니다.

 

​A. ​미련이 남았던 거 같아요. 네이버에 사내 밴드 동아리가 있더라고요. 자연스럽게 가입했습니다. 퇴근 후에 동료들과 연습을 하고 공연도 나가면서 가수가 된 듯한 기분이었어요. 결정적으로 ‘펜타포트 록페스티벌’처럼 록 밴드 공연이 많아지면서 앨범을 내야겠단 생각을 하게 됐죠. 

 

Q. 텐츠를 검색했을 때, 몇 안 되는 게시글에서 ‘텐츠는 원맨밴드’라는 수식어를 봤습니다. 혼자서 작사·작곡·연주·녹음·노래까지 모두 해결한 겁니까. 

 

​A. ​밴드 구성원들을 모두 모아 앨범을 내자니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했어요. 그러다 ‘홈레코딩’이라는 걸 발견했죠. 전문 스튜디오가 아닌 집에서 녹음 장비로 음반을 제작하는 걸 말하는데요. 시간이 부족해 유튜브에서 영상을 일일이 찾아가면서 홈레코딩법을 배웠어요. 퇴근하고 짬짬이 시간을 내서 곡을 쓰고 멜로디를 늘려나가고 기타, 베이스 등 악기들을 하나씩 노래에 입혔어요. 

 

작업하는 데 정말 시간이 많이 필요했어요. 평일, 주말 가릴 것 없이 곡 작업에만 매진할 정도로요. 그런데 이 작업이 누가 알아주지도 않고, 마감 시간도 딱히 없잖아요. 조금 하다가 포기해도 그만이었어요. 그만큼 자신과 외롭게 싸웠던 것 같아요. ‘오늘은 드럼 라인을 짜고, 내일은 기타 라인을 만들어 내야지.’ 이런 식으로 저만의 계획을 짜는 게 중요했어요. 그렇게 하다 보니 20곡 정도가 제 손에 들어오더라고요.  

 

Q. 그런데 정작 발매한 첫 앨범엔 단 2곡만이 담겼습니다.

 

​A. ​제가 가장 하고 싶었던 장르와 메시지를 담은 곡을 압축해서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시대 반항적인 느낌도 있었고, 하고 싶지 않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제 안에 쌓인 스트레스나 울분을 곡으로 풀었던 것 같아요. 지금 들어보면 가사가 참 유치하긴 해요(웃음).

 

Q. 눈에 띄는 성과가 있었습니까.

 

​A. ​2008년에 두 앨범을 냈는데 반응이 썩 좋진 않더라고요. 아니, 지인을 제외하곤 반응이 없었죠. 직장 생활을 하고 있어 어디에 홍보할 기회가 전혀 없었어요. 홈레코딩으로 제작비가 적게 들어 손해를 입진 않았지만, 이후 소니레코드와 함께 작업하면서 대중이 좋아할 만한 곡도 내고 프로모션까지 더해지니 수익이 나더라고요. 앨범을 내는 것만큼 마케팅도 중요하다는 걸 처음으로 깨달았습니다.

 

Q. 가수로서 큰 실패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A. ​모든 재산을 날려 길바닥에 드러누워야 실패한 건 아니잖아요(웃음). 남들이 보기엔 어떻게든 가수란 꿈을 이어가려고 노력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냥 현실에 순응은 하는데 꿈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꿈을 이루지 못하고 주변을 맴돌았으니 실패라고 볼 수도 있겠죠. 사업적으로는 이후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동료들과 차렸는데 거기서 실패를 맛봤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애지중지 키운 아티스트들을 돈 때문에 떠나보내야 했던 사연

 

Q. 왜 가수로 앨범을 내지 않고 엔터테인먼트라는 사업을 시작한 겁니까.

 

​A. ​시간적으로 앨범을 내기 굉장히 어려웠어요. 네이버에서 맡은 일이 너무 많았거든요. 선데이토즈로 직장을 옮긴 것도 스타트업이면 일이 좀 편할 테니 곡 작업을 할 수 있겠단 생각에서였거든요. 그런데 ‘애니팡’이란 게임이 확 뜨던 시기라 일이 더 많아진 겁니다, 글쎄(웃음). 그렇게 일하면서 한 해, 두 해 나이도 드니까 제가 앨범을 내봤자 취미에 불과할 것 같더라고요. 똑같은 시간이라면 주변에 재능 있는 친구들을 발굴해 투자하자고 생각했죠. 2014년 주변 동료들과 함께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차렸고, 저는 마케팅 분야에서 사외이사로 일했습니다.

 

이의중 어메이저 대표. 네이버, 선데이토즈에 몸담으며 안정적인 생활을 포기하고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선택했다. 사진=최준필 기자


Q. 선데이토즈에서 일하면서 엔터테인먼트 사업도 병행한 겁니까.

 

​A. ​네. 평일엔 선데이토즈에서 일하고, 주말에 엔터테인먼트 작업을 했습니다. 보이그룹과 걸그룹을 육성했는데, 보이그룹만 데뷔했고 걸그룹은 결국 무대를 밟지 못했죠. 보통 업계에서 싱글 앨범 하나 준비하는 데 최소 3억 원에서 10억 원 정도 필요한 것으로 봐요. 뮤직비디오 하나만 찍더라도 2억 원 이상이 들거든요. 이외에도 노래·춤 강습, 숙소, 외국어, 스타일링 등 그룹 하나에 써야 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더라고요. 보이그룹은 어떻게든 대중에 공개했지만, 걸그룹까지 데뷔시킬 엄두가 나질 않는 겁니다.

 

Q. 마케팅에서 실패한 부분은 없었습니까.

 

​A. ​방금까진 제작비만 언급했지만, 진짜 문제는 마케팅 비용이에요. 한정된 비용 안에서 홍보를 해야 했습니다. 오프라인 방송으로 그룹을 홍보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보다 힘들었고 비용 문제도 있었어요. 비교적 저렴한 소셜미디어, 유튜브 홍보에 눈을 돌렸는데 이마저도 꾸준하지 못해 홍보 효과가 덜했죠.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정도로 애지중지 키운 친구들인데 관심을 두는 사람이 별로 없어 실망도 컸습니다. 마케팅을 담당하던 이사로서 책임이 크다고 생각해요. 

 

Q. 홍보의 중요성을 또 한 번 깨달았을 것 같습니다.

 

​A. ​제 이름으로 첫 앨범을 냈을 때도 그렇고, 아이돌 그룹을 데뷔시키면서도 느낀 바가 큽니다. 아무리 좋은 상품이라도 제대로 홍보하지 않으면 팔리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주변에 재능 있는 친구들이 참 많은데, 홍보가 부족해 대중에 알려지지 못하는 게 참 안타깝더라고요. 

 

#“해외 진출을 노리는 아티스트들의 중간 다리 역할 하고 싶어”

 

Q. 마케팅 분야에서 끊임없이 이어진 고민 속에서 탄생한 게 어메이저군요.

 

​A. ​엔터테인먼트를 운영하면서 마케팅이 어려운 부분을 해결하고 싶다는 생각은 매번 해왔어요. 그러다 우연한 기회로 GS홈쇼핑에서 EIR(Entrepreneurs In Residence) 프로그램이라고 불리는 창업자 육성프로그램에 참가해 투자를 받으면서 아티스트들의 홍보를 돕자는 취지에서 어메이저 이전 버전이라고 볼 수 있는 ‘뮤직콤’이라는 앱을 개발하게 됐습니다. 사실 뮤직콤도 사업 초기엔 어려웠어요. 이미 홍보 시장은 유튜브, 소셜 미디어라는 대형 플랫폼과 전통적인 오프라인 방식으로 포화 상태였거든요. 뮤직콤에서 그들을 홍보해야 하는 이유를 만들지 못했어요. 

 

누적 다운로드 100만 건을 돌파를 눈앞에 둔 어메이저. 이의중 대표는 해외 진출을 꿈꾸는 많은 아티스트를 돕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사진=최준필 기자


Q. 뮤직콤에서 좌절했다면 지금의 어메이저는 없었을 것 같은데. 돌파구가 있었습니까.

 

​A.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해외 팬들이 케이팝을 접하는 건 국내 팬들보다 상대적으로 힘들어요. 어메이저는 댄스 클래스라고 해서 이용자들이 영상을 올리면 아티스트들이 직접 피드백을 해주거든요.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이 자신을 평가해주니 얼마나 즐겁겠습니까. 폴란드, 독일에서 다운로드가 늘기 시작하면서 ‘이거 되겠다’ 싶더라고요. 운 좋게 방탄소년단(BTS)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어메이저가 흐름을 잘 타기도 했죠.

 

Q. 이용자들은 아티스트와 소통하며 기쁨을 얻고, 아티스트들은 해외에서 홍보 효과를 보는 것이군요.

 

​A. ​그렇죠. BTS가 해외시장 문을 활짝 열었으니 앞으로 수많은 보이·걸 그룹이 해외로 나가려 할 겁니다. 해외에 진출하려면 또 많은 돈이 필요하겠죠. 그 부분을 어메이저가 해결해주고 싶습니다. 어메이저는 해외 이용자들에게 해외 진출을 시도하는 아티스트들을 알리는 중간다리 역할을 하는 게 목표입니다.

 

Q. 이야길 쭉 들어보니 실패를 실패처럼 이야기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의중 대표에게 실패는 어떤 의미일까요.

 

A. 앞서 말씀드렸듯이 실패라는 게 꼭 망해야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고들 말하는데 저는 그게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무엇을 실패이고 성공이라고 구분하는 건 본인이 판단하기 나름이니까요. 다만 실패에 힘들어하거나 성공에 집착하면 힘든 건 본인이라는 걸 알면 좋겠습니다.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성공에 취하지 않으며 묵묵히 성장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어메이저도, 저 이의중도 지금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고 있는 과정인걸요(웃음).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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