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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살아났던 증권범죄합동수사단, 결국 폐지되는 이유

"추미애 장관 취임 후 윤석열 총장 견제 필요" 분석…증권범죄 수사는 금융조사 1·2부서 계속

2020.01.20(Mon) 14:34:23

[비즈한국] 사실상 존속으로 분위기가 기울었던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이 결국 폐지된다. 합수단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 2곳 등과 함께 직접수사 부서 폐지 리스트 13부서 중 한 곳으로 낙점됐다.

 

지난해 9월 전후 폐지가 검토됐을 때만 해도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의 전문 수사 기관 필요성 강조에 살아남을 가능성이 제기됐기에 다소 ‘의외’라는 해석도 나온다. 추미애 신임 법무부 장관 취임 후 법무부가 윤석열 검찰총장을 견제하기 위한 검찰 인사 명분이 필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범죄합동수사단 폐지 결정과 관련해 추미애 신임 법무부 장관 취임 후 법무부가 윤석열 검찰총장을 견제하기 위한 검찰 인사 명분이 필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3일 열린 추미애 법무부 장관 취임식. 사진=임준선 기자


검찰은 내심, 합수단이 직접수사부서로 평가된 게 아쉽다는 뉘앙스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유관기관으로부터 고발을 받는 형태로 움직이는 곳이기 때문. 패스트트랙 수사 제도를 통해서 한국거래소의 단서가 나온 뒤 금감원 조사,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의결, 검찰 수사까지 가는 방식은 검찰이 가장 자랑하는 ‘결과물’이기도 했다. 그런 합수단 폐지 결정에 당연히 수사 대상자들은 환호했다. 신라젠과 상상인증권 등 최근 주가 조작 관련 수사를 받던 곳은 주가가 급등했다. 

 

하지만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던 합수단이 사라진다고 증권 범죄 수사가 멈추는 것은 아니다. 검찰은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와 금융조사2부를 활용해 증권 범죄를 계속 수사한다는 계획이다.

 

#살아났던 합수단, 다시 살생부 오른 배경은?

 

“합수단은 거의 살아났다고 보면 됩니다.” (지난 11월 초, 정부 관계자)

 

서울남부지검에 보금자리를 꾸렸던 증권범죄 합수단은 금융감독원 소속 특별사법경찰관 5명을 비롯해 금융위, 한국거래소, 예금보험공사 등 유관기관 직원 파견 근무하는 형태였다. 2015년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부를 축소하고 남부지검에 합수단을 꾸릴 때만 해도 여의도를 관할하는 수사팀에서 주가조작 사범 수사를 전담하게 해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취임 후 검찰 개혁 분위기가 탄력을 받으면서 특수통들의 선호 보직 중 하나인 합수단도 ‘직접수사 부서’로 분류됐다. 폐지로 일단 가닥이 잡혔다. 당시에는 조국 전 장관 일가 수사팀에 남부지검 합수단 소속 검사가 파견이 간 것이 ‘폐지 이유’라는 얘기도 돌 정도로 검찰 내에서는 불만이 상당했다.

 

검사들이 합수단은 남아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는 바로 주가 조작 범죄 수사의 어려움 때문이다. 주가 조작 범죄는 금감원이나 거래소 등의 빠른 협조가 없다면 자료 확보가 어렵다. 빠른 수사 대응을 위해 패스트트랙까지 마련했는데 이를 없애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이는 금융위나 금감원도 마찬가지였고, 이런 금융기관들의 목소리가 정부에도 전달돼 11월 말 즈음에만 해도 ‘합수단은 살아남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추미애 장관 취임 전후로 분위기가 급변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지휘 하에 문재인 정부를 정통으로 겨눈 수사가 계속되자 검찰 인사가 불가피했고, 인사의 명분이 될 ‘직제 개편 필요성’이 강화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리고 이 맥락에서 직접수사 부서 폐지 리스트에 합수단도 이름이 올랐다는 것. 합수단뿐 아니라, 서울서부지검의 식품의약조사부도 형사부로 바뀌는 등 전문 수사 성격의 수사 부서들도 일제히 사라지게 됐다. 합수단이 비직제 수사단이었다는 점도 폐지가 된 이유였다.

 

#폐지 소식에 상상인·신라젠 주가 급등

 

하지만 관련 분위기를 잘 아는 법조계 관계자는 “사실 합수단은 혼자 첩보를 가지고 수사를 결정하는 곳이 아니라, 금감원이나 금융위와 소통하면서 유관기관의 고발 형태로 수사를 시작한다”며 “주가 조작이라는 범죄만 타깃 삼아 움직이는데 최근 들어 직접수사 부서라는 분류와 함께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합수단 성격을 잘 아는 사람들이 보기엔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도 반발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서울남부지검 합수단은 신라젠의 미공개 정보이용 주식거래 의혹을 수사 중이었는데, 직제 개편으로 수사에 차질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서울남부지검 재직 당시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을 수사했던 김종오 부장검사는 이번 법무부 직제 개편에 반발하며 14일 사직 의사를 밝혔다. 

 

반대로, 사건 관계자들은 환영했다. 최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던 상상인그룹·신라젠은 합수단 폐지 결정에 주가가 급등했다. 이 소식이 전해진 지난 14일, 신라젠은 최고 4.94% 상승했고 상상인과 상상인증권은 각각 최고 11.41%, 24.31% 올랐다.

 

합수단은 사라지지만, 아예 수사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윤석열 총장은 폐지가 결정된 합수단에 ‘라임자산운용 사건’을 배당하기까지 했는데, 검찰은 추후 사건을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 2부로 재배당해 수사를 계속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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