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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자동차 8만 대 '껑충' 충전소는 '거북이 걸음'

충전기 2만대도 안 돼…전문가들 "무분별 지원 없애고 민간사업자 설치 유도해야"

2020.01.16(Thu) 18:06:09

[비즈한국] 전기자동차 등록 대수가 2019년을 기점으로 8만 대를 넘어섰다. 2011년 국토교통부에서 통계를 시작한 이후 9년 만이다. ​지난 9일 ​환경부는 2020년 안으로 수소차를 포함해 ‘미래차 누적 20만 대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충전 시설은 ​전기자동차의 ​폭발적인 증가 수요를 쫓아가지 못해 운전자들의 불만이 적잖다.

 

2019년 5월 2일 열린 친환경자동차 전시회 ‘EV 트렌드코리아(TREND KOREA) 2019’에 기아자동차의 전기차인  니로EV가 전시돼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전기자동차 한 대당 충전기 2.5대 필요한데, 현실은 반대

 

국토부가 발표한 자동차 등록현황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전기자동차는 3만 637대가 증가해 총 8만 7926대로 집계됐다. 1만 대 이상 보급된 시·도는 총 네 지역이다. 제주도가 1만 8025대로 가장 많고, 서울특별시(1만 4232대), 경기도(1만 1475대), 대구광역시(1만 838대)가 그 뒤를 이었다. 나머지 시·도는 모두 5000대 미만이다.

 ​

문제는 전기자동차 충전시설이 질적 양적으로 전기자동차 증가량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자동차 한 대당 필요한 충전기는 약 2.5대다. 우리나라는 공용 충전기가 설치되기엔 환경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는데 전기자동차 보급만 무분별하게 늘렸다. 이러다 보니 전기자동차와 충전기 비율이 오히려 반대되는 상황에 이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 설치된 전기자동차 충전기는 총 1만 6213대. 환경부는 “공식적으로 등록된 충전기만 나타나기에 실제 숫자는 이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2020년 10만 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이는 전기자동차 등록량에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환경부가 충전기 설치 주체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도 충전시설 인프라를 더욱 빠르게 구축하기 위함이다. 보조금 단가는 공용 충전기는 최대 350만 원, 비공용 충전기는 최대 130만 원이다.

 

그러나 환경부가 적지 않은 비용을 충전기 설치에 보조함에도 전기자동차 소유자나 민간사업자들은 충전기 설치를 망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는 한국전력공사에 있다. 한전이 시행하는 전기요금 할인제도가 2019년에 종료돼 저렴한 가격에 충전기를 설치한다 해도 유지비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높은 까닭이다. 

 

한전이 2016년 3월부터 시행한 ‘전기자동차 충전전력요금 할인제도’는 충전시설을 대상으로 기본요금 면제와 전력량 요금 50%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게 골자다. 이 제도는 2019년 12월 31일부로 종료됐다. 한전은 “올 상반기 6개월 동안 유예기간을 두고, 하반기부터 2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할인 폭을 축소할 것”이라며 “특례가 종료되는 2022년 하반기에도 일반용 전기보다 저렴한 요금을 적용받아 연료비 측면에서 전기차의 경제성은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전기자동차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한전이 책정한 기본요금은 현재 7kW당 2만 1000원 수준으로 파악됐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완속 충전기가 한 번도 사용되지 않아도 민간사업자들은 한 대당 2만 1000원을 내야 한다. 만약 한 사업자가 1000대를 설치했다면 한 달에 2100만 원을 내야 한다. ​국내 충전시설 환경은 민간사업자가 만들어 나가야 한다. ​민간사업자들이 보조금을 받고 사업해보려 했더니, 돈은 한전에서 떼먹으려 하고 있다. 시대와 현실에 맞게 정책이 유연하게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필요한 곳에 집중 배치되도록 정책 방향 수정해야

 

업계 전문가들은 자동차 충전시설이 질적인 부분에서도 충분하지 못하다고 주장한다. 차량 통행량이 많고, 연료 보충이 필요한 고속도로 휴게소 등 정말 필요한 곳에 집중적으로 충전기가 설치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중부내륙고속도로 문경휴게소에서 충전 중인 전기차. 휴게소는 전기차 충전을 위해 충전시설이 다량으로 확보돼 있어야 한다. 그러나 몇몇 휴게소에서 충전시설이 부족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연합뉴스


이호근 교수는 이에 대해 “정부가 충전기 설치 시 국가 보조금을 너무 무분별하게 지원한 게 패착이다. 차량 통행량을 고려하지 않고, 두메산골이라도 충전기를 설치하면 설치 주체에 보조금을 지원했기 때문이다. 충전기 설치 대수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지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김필수 교수 역시 “배터리가 방전돼서 연료 보급이 꼭 필요한 지역, 목적지 도착 전에 방전될 것을 우려해 중간 지점에서 한 번 연료 보충이 필요할 때 급속 충전기를 사용해야 한다. 그만큼 정말 필요한 곳에 설치돼야 하는 게 급속 충전기”라고 말했다. 

 

급속 충전기가 부족하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는 건 당연히 전기자동차 운전자들이다. A 씨는 2019년 12월 31일 일출을 보기 위해 강릉 여행을 계획하고 전기자동차를 빌렸다. A 씨는 “서울에서 강릉까지 거리가 230km 정도인데 자동차 주행가능 거리는 200km라고 나왔다. 문제는 휴게소마다 급속 충전기가 한 대뿐이었다는 점이다. 나 말고도 충전을 하려는 이들이 있어 기다림은 필수였다. 충전 시간이 30~40분이나 걸려서 전기 소모량을 아끼려고 운행 시 히터도 틀지 않았다. 그런데도 도착할 때까지 총 7번 정도를 충전했다”고 하소연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급속 충전기는 설치에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현재 2900여 대가 설치됐고, 올해 2월 중으로 1000여 대가 추가로 설치된다”며 “올해부터 꾸준히 급속 충전기 1000대 이상을 설치해 전기차 수요자들의 불편을 줄여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무분별한 설치는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정부는 적재적소에 충전시설이 보급될 수 있게끔 정책 방향을 조정해야 한다. 가령 충전기 설치 보조금을 줄이고 충전 요금을 올려 민간사업자들이 충전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지리적 여건상 공용 충전기를 활성화할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높아진 전기요금에 부담을 느낄 전기자동차 이용자들을 위해 충전량에 따라 세액을 공제해주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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