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Story↑Up > 엔터

[가토 드 뮤지끄] 갇힌 현실을 벗어나 CL이 돌아왔다

힙합 전사에서 솔로 팝 아티스트로…전 소속사에서는 나올 수 없는 창작자의 자유

2019.12.17(Tue) 15:43:11

[비즈한국] 음악과 디저트에는 공통점이 있다. 건조하고 반복적인 일상을 입가심하기에 적당하다는 것. ‘가토 드 뮤지끄(gâteau de musique)’는 우리에게 선물처럼 찾아온 뮤지션과 디저트를 매칭해 소개한다.

 

사진=씨엘 뮤직비디오 캡처


오래 기다렸다. 조만간 나올 줄 알았다. 기약도 없었고 예고도 없었다. 소문 없이 사라진 수많은 재능이 떠올랐다. 그러지 않기를 바랐다. 

 

전속 계약이 종료됐다는 기사를 봤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오랫동안 기다렸던 노래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바로 CL(씨엘)의 신곡이다. 

 

CL - +처음으로170205+

 

이번 CL의 신곡들은 노래 제목 옆에 날짜가 적혀있다. 이 곡을 작업한 날짜다. 2017년 2월 5일은 2NE1(투애니원)의 해체를 알리는 마지막 곡 ‘안녕’을 발표하고 한 달 뒤다. 2NE1의 마지막 노래는 쓸쓸하게 안녕을 고했지만 리더 CL은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자고 말한다. 뮤직비디오엔 2NE1 시절의 사진들이 가득하다. 

 

CL - +DONE161201+

 

인스타그램 스토리가 떠오르는 이 귀여운 뮤직비디오는 CL이 직접 만들었다. 한국은 물론 전 세계에 있는 CL의 친구들이 등장한다. 2NE1으로 함께했던 산다라박, 박봄, 공민지, 그리고 직장 동료였던 태양, 이하이, CL이 처음으로 피처링을 했던 엄정화, 유명한 외국인 친구인 알렉산더 왕, 블랙아이드피스의 타부, 미즈하라 키코 등 많은 친구가 이 노래를 한 구절씩 따라 부른다. 

 

이 노래에 전 소속사 이야기는 조금도 들어 있지 않지만 CL의 팬들은 이 노래에 자연스럽게 한 사람을 대입시키고야 만다. CL의 친구들이 가득한 이 뮤직비디오를 본 많은 팬은 이제 혼자가 됐지만 더 이상 혼자가 아닌 CL의 이 노래에 마음이 뭉클하다. 

 

이런 깜찍한 뮤직비디오는 전 소속사에서는 절대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아니, CL이 이런 뮤직비디오를?’ 싶은 뮤직비디오는 계속 이어진다. 굴레를 벗어난 창작자의 자유를 한껏 느낄 수 있다. 

 

CL - +투덜거려본다171115+

 

옛날 노래방에서나 볼 수 있었던 화질, 폰트, 그리고 가사와 상관없는 영상 등 장난기 넘치는 레트로 감성으로 가득한 이 뮤직비디오는 예전의 CL이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콘셉트다. 지금 CL은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있다. 

 

이번 CL의 작업은 2NE1 해체 이후 CL의 일기와 같은 형식을 띤다. 때문에 과거에 CL이 발표했던 그 어떤 노래들보다 CL의 감정이 직접 느껴진다. 제목과 가사에서. 꾸준히 작업하고 있지만 한 곡도 발표하지 못하는 현실에 갇혀 있던 CL의 마음이. 

 

CL의 멋진 귀환을 기념하기 위한 가토를 하나 준비한다. 가장 좋아하는 양과자점에서 가장 좋아하는 가토를 고른다. 언제나 CL은 가장 특별한 아이돌이었고, 메종엠오(Maison M.O)의 파브로바(Pavlova) 또한 그렇다. 

 

메종엠오의 파브로바. 사진=이덕 제공

 

10년 전, ‘Fire’ 무대에서 CL의 강렬한 눈빛에 홀딱 반했던 것처럼 메종엠오의 파브로바를 처음 먹었을 때 입안에서 느껴진 파프리카의 존재감에 충격을 받았다. 가토에 파프리카를 넣다니! 그리고 메종엠오는 내게 최고의 양과자점이 되었다. 가토에 파프리카를 넣었기 때문이다. 

 

파브로바의 단면. 이번에도 단면을 예쁘게 찍는 데 실패했다. 사진=이덕 제공

 

파프리카는 라즈베리와 팀을 이뤄 콩포트가 되어 새하얀 머랭 속에 숨었다. 하얀 반구형 머랭 위엔 샹티 크림이, 그 위엔 화이트 초콜릿을 얹었다. 바질올리브오일까지 들어 있으니, 마치 익숙한 가토 구성원들이 어색한 친구를 둘이나 초대한 형국이다. 그런데 서로 어울려 즐겁게 파티를 한다. 

 

CL - +안해180327+

 

지금까지 CL은 한결같이 강렬한 힙합 전사 같은 이미지로 그려졌지만 이번 CL의 작업에선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때론 귀엽고 위트가 넘치면서도 많은 경험을 한 사람만이 표현할 수 있는 예리함이 묻어난다. 무엇보다 유행하는 코드를 빠르게 잡아내고, 이와 함께 자신의 색을 버무리는 팝아티스트로서 능숙한 모습을 보여준다. 전 소속사와 계약이 종료되자마자 우리는 아주 훌륭하고 노련한 솔로 팝 아티스트를 얻은 셈이다. CL은 이렇게 다 준비하고 있었다. 

 

CL이 겪은 고통과 시련을 알고 있기에 다 죽이거나 다 부수는 노래들을 발표할 것이라 상상했다. 하지만 CL의 이번 프로젝트 앨범 이름은 ‘사랑의 이름으로(In The Name Of Love)’다. 큰 사람의 기상이 느껴진다. 앞서 소개한 4곡 외에 2곡, ‘+ONE AND ONLY180228+’​과 ‘​+소중한추억190519+’​​가 12월 17일에 발표된다. 이미 많은 팬이 CL의 귀환에 환호하고 있다. 이렇게 나타나줘서 고맙다고.

 

필자 이덕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두 번의 창업, 자동차 영업을 거쳐 대본을 쓰며 공연을 만들다 지금은 케이크를 먹고 공연을 보고 춤을 추는 일관된 커리어를 유지하는 중. 뭐 하는 분이냐는 질문에 10년째 답을 못하고 있다.​ 

이덕 작가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가토 드 뮤지끄] 미세먼지 속 혼란스러운 민수와 바질릭
· [가토 드 뮤지끄] 뉴트로 천재 박문치와 함께 바바를
· [가토 드 뮤지끄] 소금의 꿈 같은 목소리에 빠져 콩코드 2.0으로
· [가토 드 뮤지끄] 에그타르트 먹고 든든하게 (여자)아이들과 'LION'의 길을
· [가토 드 뮤지끄] 몽블랑과 함께하는 브아걸의 끝없는 매력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