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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 상장 둘러싸고 투자자와 갈등 빚는 속사정

상장 늦어지자 재무적투자자들 '풋옵션' 행사…교보 측 "행사가 2배 이상 부풀렸다" 소송 제기

2019.12.13(Fri) 14:37:56

[비즈한국] 교보생명이 궁지에 몰렸다. 주식시장 상장을 앞두고 재무적투자자(FI)들과 갈등을 빚고 있어서다. FI들은 투자금 회수를 위해 풋옵션 행사를 요구하고 있으나, 교보생명은 풋옵션 행사가 산정 방식이 잘못됐다며 저항하고 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교보생명노동조합은 지난 5일 서울중앙지검에 교보생명 임원 2명을 배임 행위로 고발하는 한편, 이들과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가 특수 관계라는 의혹을 수사해달라고 탄원서를 제출했다. 

 

교보생명이 주식시장 상장을 앞두고 재무적투자자(FI)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교보생명이 입주해 있는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사진=이종현 기자

 

교보생명노조는 이 회사 임원 2명과 안진회계법인·어피너티가 짜고 풋옵션 행사가격을 부풀려 계산했다고 주장했다. 어피너티를 중심으로 한 FI 컨소시엄(IMM PE·베어링 PE·싱가포르투자청)은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하고 있던 교보생명 지분 24%를 2012년 매입했다. 그러면서 2015년 말까지 기업공개(IPO)를 하지 않을 경우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이를 매입하는 풋옵션을 받았다.

 

교보생명은 그간 상장 준비를 해왔으나, 국내 증시 부진과 보험업 경영환경 악화 등으로 상장을 미뤄왔다. 상장이 지체되자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투자금 회수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하고 지난해 말 풋옵션을 행사했다.

 

사모펀드(PE)가 비상장 기업에 투자할 때는 투자금 회사와 수익성 향상을 위해 상장을 요구하거나, 대주주에게 매각할 수 있는 풋옵션을 거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신 회장이 풋옵션 행사에 동의하지 않아 현재 양측 간 중재 소송이 진행 중이다. 

 

신 회장 측은 안진과 어피너티가 공모해 풋옵션 행사가를 2배 이상 부풀려 책정했다고 보고 있다. 교보생명의 두 임원은 이를 알고도 신 회장에게 결재를 올려 결과적으로 회사에 피해를 끼쳤다는 입장이다. 

 

통상 보험회사의 주식가치는 상장 시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기초로 산정한다. 삼성생명·한화생명·오렌지라이프 등 상장 보험사들도 PBR로 기업 가치를 매겼다. 그러나 안진은 풋옵션 행사가격을 산정할 당시 2018년 3분기 재무제표가 안 나왔단 이유로 같은 해 2분기를 기준으로 직전 1년간 생명보험 3사(삼성·한화·오렌지라이프)의 시가를 기준으로 산정했다. 

 

특히 교보생명으로선 최근 보험사들의 주가가 급락했기 때문에 2017~18년을 기준으로 삼은 풋옵션 행사가를 치르기 억울한 측면이 있다. 2017~18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인상 기대감에 당시 보험사들의 주가는 급등했다. 2018년 초 삼성생명 주가는 13만 7000원, 한화생명도 8000원, 오렌지라이프는 5만 8000원까지 치솟았다. 세 회사 모두 역대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계속된 기준금리 인하로 이들 회사의 주가는 현재 7만 5000원, 2300원, 2만 9000원으로 각각 반 토막 났다. 상장을 앞뒀던 교보생명의 가치는 보험사들의 가치가 한창 높을 때 산정된 셈이다.

 

특히 저금리 고착화와 사회적 고령화 등으로 보험산업에 근본적 비관론이 대두되고 있어, 앞으로 주가가 튀어오르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어피너티 컨소시엄이 풋옵션을 행사하는 것도 상장을 하더라도 수익을 못 내거나 자칫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고 판단해서다.

 

그럼에도 교보생명은 상장을 해야 하는 입장이다. 새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이 이르면 2021년 시행될 전망이어서다. IFRS17은 보험사가 결산할 때 과거 가입한 사람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을 계약 시점의 원가가 아니라 매 결산기 시장금리 등을 반영한 시가로 평가하는 내용이다. 

 

고금리 때 가입한 보험계약자들이 많아 앞으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보험사들로서는 부채 부담이 커진다. 부채비율을 낮추려면 자본금을 확충해야 한다. 이 때문에 공모시장에서 자본금을 끌어모으고 주가를 부양해야 한다.

 

교보생명 최대주주인 신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보유 지분은 36.91%(6월 말 기준)인 데 비해 어피니티 컨소시엄의 지분은 50%가 넘는다. 경영권을 흔들 수 있는 수준이다. FI들은 교보생명의 경영권에는 관심이 없어 보이지만, 신 회장은 경우에 따라 경영권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다. 교보생명으로서는 난처한 상황에 처한 셈이다. 

 

이에 교보생명은 법조 등 대관라인을 가동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그간 대관 업무를 등한시 해온 탓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교보생명도 상장이 지연되며 FI들을 달래기 위해 그간 배당을 늘리는 등 노력했지만, 보험산업의 펀더멘털 악화를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결국 법정 공방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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