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Story↑Up > 스타일

[클라스업] '포드 V 페라리' 레이싱과 일, 인생의 공통점

자신의 한계를 알아야 스스로를 믿고 도전, 성장할 수 있어

2019.12.10(Tue) 10:40:46

[비즈한국] 영화 ‘포드 V 페라리’를 봤다. 사실 이 영화는 ‘포드 V 페라리’라고 쓰고 ‘셸비 & 마일스’라고 읽는다. 엄밀히 두 자동차 회사의 대결보다는 두 남자의 자동차에 대한 열정이자 인생 이야기다. 미국의 전설적인 레이서였던 캐롤 셸비(Carroll Shelby)는 은퇴 후 고성능 차를 튜닝하는 회사를 설립한다. 페라리를 이기고 싶은 포드를 위해 GT40를 제작하는데, 이때 함께한 것이 최고의 레이서이자 카 레이싱 엔지니어인 켄 마일스(Ken Miles)다. 

 

시속 230마일(약 370km)을 혼자서 달리는 것도 어려운데, ​이들은 ​경쟁하면서 위험을 감수하면서 달린다. 아무리 좋은 차라도 24시간 달리면서 다른 차와 경쟁하는 건 다른 얘기다. 레이서는 그냥 운전만 잘 하는 사람이 아니다. 차를 누구보다 잘 알아야 한다.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지 알려면 차의 한계를 알고 있어야 해’라는 메시지는 셸비와 마일스는 지속적으로 보여준다. 

 

영화 ‘포드 V 페라리’는 두 주인공 셸비와 마일스를 통해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지 알려면 차의 한계를 알고 있어야 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레이싱뿐 아니라 일이나 인생에서도 마찬가지다. 사진=네이버 영화

 

이 대사는 레이싱뿐만 아니라 우리가 하는 일이나 인생 전반에서 늘 통한다. 자신이 가진 능력의 한계를 아는 건 중요하다. 그걸 모르면 더 나아갈 수 있는데도 포기하거나, 너무 무리해서 결과적으론 실패한다. 자신을 안다는 건 늘 어려운 일이지만, 누구나에게 가장 필요한 일인 건 분명하다. 

 

“자신의 미래를 믿는 사람은 타인의 삶을 부러워하지 않아.” 이 멋진 말은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에서 메텔이 주인공 철이에게 한 말이다. 철이는 기계백작에게 어머니를 잃는다. 부모님 몫까지 오래 살라는 유언을 지키고 기계백작에게 복수하려고 기계인간이 되기로 한다. 사람이 기계가 된다는 건 죽지 않는다는 의미니까, 인간의 나약함을 버린다는 의미기도 하다. 그러나 여행하는 동안 자본주의와 물질만능주의, 기계주의와 계급주의의 문제의식을 느끼며 성장한 철이는 결국 인간이길 선택한다. 선택의 기로에 있던 철이에게 해준 메텔의 말이 바로 앞의 그 명언이다. 기계인간 대신 인간의 삶을 선택한 철이는 마지막에 자신의 미래를 믿었나보다. 

 

우린 늘 불안해한다. 불안감이 자신을 믿지 못하게 만들고, 이 때문에 타인의 삶을 부러워하며 자신을 더 가혹하게 몰아세우는 것인지도 모른다. 한 해가 끝나는 12월은 송년회도 많고, 다음 해를 위한 계획도 가장 구체화되는 때다. 사람들이 다음 해를 전망하는 트렌드 책을 가장 열심히 들여다보는 때이기도 하다. 개인뿐 아니라 기업도 마찬가지다. 이때가 가장 불안할 때라서 그렇다. 불안하면 여유가 사라지면서 자신의 페이스를 잃는다. 하지만 우리는 긴 마라톤을 하고 있고, 인생은 매년 ‘리셋’ 되지 않는다. 연속성과 지속성도 많고, 쌓여야 커지는 것도 많다. 더더욱 자신을 믿는 게 필요하다.

 

12월은 대기업 임원 인사가 있는 시기다. 이미 일부 대기업은 발표가 났고, 남은 기업들도 속속 발표를 앞두고 있다. 임원 인사는 남의 일이 아니다. 그 인사에 따라 조직의 방향이 달라지기도 하고, 이는 사람에 따라선 아주 민감한 문제가 된다. 마치 나비효과처럼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것으로부터 영향을 받기도 한다. 이번 대기업 임원인사에서 젊은 여성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물론 비율로 보면 아직도 미미하다. 다만 지난달 LG그룹 2020년 정기인사에서 만 34세 역대 최연소 임원이 선임되었다. 오너의 자식이 아닌데 이렇게 빨리 대기업 임원이 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국내 대기업들이 올 한 해 가장 많이 외친 것이 조직문화 혁신이었다. 위계구조 중심에서 수평화로, 나이와 상관없이 능력 있고 전문성 있는 인재를 우대하겠다는 의미다. 실제로 이번에 임원이 된 30대들의 공통점은 탁월한 성과를 냈다는 점이다. 결국 능력과 성과가 핵심이다. 하지만 이를 아직 못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있다. 경력이 곧 실력이라고 믿는 사람들, 나이 서열 중심의 위계구조에 익숙한 사람들이다. 위계구조가 수평화로 바뀌는 건 시대적 요구이자 산업적 변화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꼰대는 늘 있었지만, 요즘처럼 꼰대 논쟁이 활발한 건 처음이다. 뒤에서 몰래 욕하던 꼰대라는 말을 대놓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사회가 달라졌다. 나이와 권위가 아니라 실력이자 능력, 성과로 말하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변화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그 변화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를 진화시킨다는 의미기도 하다. 자신을 제대로 알아가겠다는 의미이자, 계속 성장하겠다는 의미다. 구르는 돌엔 이끼가 낄 틈이 없고,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필자 김용섭은 TREND Insight & Business Creativity를 연구하는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이자 트렌드 분석가이다. 저서로는 ‘라이프 트렌드 2013: 좀 놀아본 오빠들의 귀환’부터 시작해 ‘라이프 트렌드 2020: 느슨한 연대’까지 라이프 트렌드 시리즈와 ‘실력보다 안목이다’ 등 다수가 있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트렌드 분석가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클라스업] 모피 패션과 엘리자베스 여왕의 미닝아웃
· [클라스업] 오마카세, 경험을 확장하는 또 다른 방법
· [클라스업] 회사에 일하러 왔지, 외모평가 받으러 왔나
· [클라스업] 지금, 자기 얼굴에 책임지고 있습니까
· [클라스업] 밀레니얼 세대가 구찌를 사랑하는 이유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