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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K-뷰티 선두주자에서 폐점 위기로, 화장품 로드숍의 현재

편리성은 드럭스토어에, 가격은 온라인에 밀려…차별화 안 되면 업종 소멸할 수도

2019.11.15(Fri) 17:01:15

[비즈한국] 14일 오후 3시 서울 건대입구역 2번 출구. 이곳은 대학생뿐 아니라 중·고등학생과 직장인 등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시 주요 상권 중 하나다. 주력 소비층인 젊은 세대를 겨냥한 카페, 음식점, 미용실, 유흥주점이 즐비하다. 이날 역시 평일 낮 시간대였지만 유동인구가 많았다. 그러나 로드숍 브랜드의 화장품 가게로 들어가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2년 넘게 일했다는 한 화장품 가게 직원은 “10대들이 주로 찾는데 2년 전보다도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바로 옆 화장품 가게에서 할인 행사 포스터를 붙이고 있던 아르바이트생은 “매출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다른 가게와 상황은 비슷하다”고 했다. 반면 올리브영, 랄라블라와 같은 드럭스토어에는 한눈에 봐도 적잖은 손님들이 몰려 있었다. 올리브영 직원은 “홍보 효과에 여러 브랜드가 모여 있어 편리성 때문에 사람들이 찾는 듯하다”고 의견을 표했다. 지하철 7호선 상봉역에 위치한 화장품 가게에도 사람이 없기는 매한가지였다.

 

‘K-뷰티 산업’을 이끌어온 국내 1세대 화장품 로드숍의 고민이 갈수록 깊어진다. 매장 수를 줄이고 저가 전략을 내세우지만 생존법이 쉽게 마련되지 않는 모습이다. 소비자 트렌드가 바뀌면서 온라인으로 방향을 돌려야 하지만 ‘오프라인 매장은 어떻게 살아남냐’는 가맹점주의 반발도 적잖다. 지난 14일 문재인 대통령이 바이오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는 K-뷰티 산업의 육성을 지시했다. 하지만 화장품 업체들의 적극적인 차별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지난 14일 오후에 찾은 한 로드숍 브랜드 매장. 가게로 들어가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사진=김명선 기자

 

#주요 상권·지하철 매장 속속 폐점​


이전에는 한 집 건너 화장품 가게일 정도로 ‘출점 경쟁’이 치열했다면 지금은 ‘퇴점 경쟁’이 한창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더페이스샵 매장은 2016년 1138개에서 지난해 805개로, 네이처리퍼블릭은 768개에서 629개, 토니모리는 687개에서 595개로 줄었다. 미샤는 지난해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으나 2016년과 비교해 2017년에 매장이 11개 줄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후죽순 들어섰던 지하철 내 화장품 매장 상황 역시 비슷하다. 각 사에 따르면 현재 서울 지하철 역사 안에 네이처리퍼블릭은 48개, 미샤는 16개, 토니모리는 10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네이처리퍼블릭은 2015년에만 77개 매장을 직영으로 운영했다. 2015년에는 서울 지하철 1~4호선 68개 매장 입찰을 두고 미샤와 네이처리퍼블릭이 접전을 벌이기도 했지만 현재 화장품 업체의 관심은 시들하다. ​네이처리퍼블릭 관계자는 “지난달 서울교통공사 내 22개 매장이 계약 만료로 폐점됐다”며 “경영 내실화 전략으로 수익성 개선을 위해 비효율적인 매장은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처리퍼블릭 관계자는 지난달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내 22개 매장이 계약 만료로 폐점됐다고 밝혔다. 7호선 태릉입구역의 네이처리퍼블릭 매장이 있던 점포가 비어 있는 모습. 사진=김명선 기자


이처럼 화장품 브랜드가 오프라인 매장을 줄이는 건 높은 임대료 탓이 크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서울 지역 대형 상가 점포의 평균 임대료는 제곱미터(㎡)당 5만 8170원이었다. 특히 지하철의 경우 임대료가 3~5배 비싼 것으로 알려진다.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 관계자는 “특별히 늘리거나 줄이는 중은 아니지만 이익이 안 나는 매장이 있다면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드럭스토어와 온라인으로 시장 재편…불만 커지는 가맹점주 ‘속수무책

 

오프라인 매장이 시들해진 가장 큰 이유는 유통구조의 급격한 변화 탓이 크다. 2000년대만 해도 화장품 브랜드의 오프라인 매장은 ‘성공 비결’로 통했다. 직원들은 마이크를 들고 매장 앞에서 목소리를 높였고, 사람들은 매장에 들어가 테스트용 화장품을 발라보며 바구니에 물건을 담았다. ‘1+1’, ‘50%’가 적힌 피켓도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이제 소비자들은 매장에 방문하더라도 제품의 실물을 확인한 뒤 다시 스마트폰으로 가격을 비교해, 저렴하고 편한 온라인에서 주문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9월 온라인 내 화장품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했다.

 

올리브영, 롭스, 랄라블라 등 드럭스토어(미용·건강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매장)의 등장도 화장품 가게로 향하는 소비자들의 발길을 끊은 주된 원인이다. 올리브영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 6595억 원으로 2016년 1조 1142억 원, 2017년 1조 4281억 원에 이어 계속 상승세를 그린다. 지난달에는 글로벌 화장품 편집숍 세포라도 우리나라에 입점했다. 그간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 볼 수 없었던 해외 유명 제품들을 통해 국내 소비자를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올리브영, 롭스, 랄라블라 등 드럭스토어의 등장도 화장품 가게로 향하는 소비자들의 발길을 끊은 주된 요소다. 서울 명동에 위치한 한 드럭스토어의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박정훈 기자


전문가들은 화장품 로드숍 스스로의 자생력을 길러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중국 관광객들이 화장품을 직구하는 경우가 많아 온라인 쇼핑 성장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온라인 판매에 집중해야 실적이 나올 것 같다”고 의견을 표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트렌드를 따라가면서도 오프라인 매장의 기능에 변화가 필요하다. 제품 판매만으로 돈을 버는 비즈니스 모델에서 체험 서비스를 대폭 도입하거나 온라인으로 주문한 상품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받으면 큰 혜택을 주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가맹점주와의 갈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전혁구 전국화장품가맹점연합회장은 “화장품 소매 자영업자들은 어려운 정도를 넘어서서 이 상태면 업종 소멸이다. 온라인 화장품 시장 매출이 올해만 12조 원 정도인데 없던 시장이 새로 창출된 수준이라 오프라인 매출이 그대로 이동한 것”이라며 “기업들이 온라인으로 가고자 방향을 정한 점은 안다. 하지만 그로 인한 피해는 가맹점이 보고 있고 대책이 전무하다. 가맹점의 고객을 온라인으로 유도하는 갑질 정책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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