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긱 이코노미 시대, 법 사각지대에 놓인 '긱 노동자'

요기요 라이더 근로자 인정 판결 '파장'…새로운 노동 방식에 적합한 법률 제정돼야

2019.11.13(Wed) 17:10:21

[비즈한국] 정부가 배달 앱 기사 일부를 ‘근로자’로 인정하면서 그간 ‘무늬만 프리랜서’였던 긱(Gig) 노동자들의 처우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긱 노동자(플랫폼 노동자)는 온라인 중개 플랫폼을 통해 얻은 업무를 오프라인에서 처리하는 노동자를 일컫는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일거리를 쉽게 수주할 수 있는 환경에서 긱 노동자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들의 사회적 보장 장치에 대한 논의가 더욱 활발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5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북부지청은 음식 배달 앱 ‘요기요’ 배달원 5명이 제기한 임금 체불 진정 사건에서 이들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했다. 본래 프리랜서인 요기요 배달원을 노동청이 근로자로 본 핵심은 요기요가 이들에게 ‘관리·감독’을 했다는 데 있다. 요기요가 △출퇴근 시간을 관리하고, △배달기사의 임금을 시급으로 지급하고, △근무시간과 장소를 지정했다는 것. 이에 따라 요기요는 앞으로 이들에게 4대 보험·퇴직금·​각종 수당 등을 지급해야 한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북부지청은 음식 배달 앱 ‘요기요’ 배달원 5명이 제기한 임금 체불 진정 사건에서 이들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요기요 홈페이지 동영상 캡처


노동청은 이번 판단이 진정을 제기한 배달원들에게만 적용된다고 밝혔지만, 이번 판결을 계기로 다른 분야에서 종사하는 긱 노동자에도 파장이 미칠지 주목된다. 요기요 배달원처럼 주로 앱을 통해 일감을 얻는 긱 노동자들은 대리운전·​배달·​가사도우미·​간병·​청소 등 비슷한 분야에서, 사실상 플랫폼 업체의 지시를 받지만 근로자로서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맥도날드 배달원인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다른 종사자들도 비슷한 경우가 있다. 이것을 지휘감독으로 볼지 말지 논쟁의 소지가 있기는 하지만 (플랫폼 운영자들이) 소비자의 별점을 근거로 평가해 불이익을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오선영 보건의료노조 정책국장은 “안전장치가 없다 보니 급여를 받지 못하는 경우나 당사자가 겪는 말 못할 고민도 있을 것”이라며 “커뮤니티케어가 활성화되고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간병인을 매칭해주는 앱이) 많아질 텐데 앞으로 더 많은 노동자들이 문제를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긱 노동자가 무늬만 개인사업자로 전락한 배경에는 현행법이 근로자만을 보호한다는 데 있다. 긱 노동자들은 개인사업자에 해당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포함되지 않는다. 때문에 4대보험이나 근로시간 준수 등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한해 산업재해보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새로 등장하는 무수히 많은 특수형태근로노동자들을 모두 보호해주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긱 노동자가 보호받지 못할 경우 이는 플랫폼 업체의 리스크로도 연결될 수 있다. 긱 노동자는 업무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 스스로 모든 책임을 져야 하다 보니 소극적이 되고, 이러한 긱 노동자를 대하는 이용자 입장에서도 플랫폼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 때문에 이들을 직접 고용한다는 플랫폼 업체도 생겨난 상황이다. 앱으로 가사노동자와 고객을 맺어주는 ‘대리주부’는 가사노동자 1000여 명을 직접 고용하겠다고 지난 4일 밝혔다. 대리주부 측은 가사도우미의 신분을 보장하고 교육을 통해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앱으로 가사노동자와 고객을 맺어주는 ‘대리주부’는 가사노동자 1000여 명을 직접 고용하겠다고 지난 4일 밝혔다. 사진=대리주부 앱 화면 캡처


물론 긱 노동자들 본인이 근로자로 인정받기를 원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근로자로 인정받으면 출퇴근 시간 압력에 시달리는 등 부담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위험을 줄이며 운영하려는 플랫폼 업체와의 시각차도 존재한다. 스타트업 관계자는 “모든 사람이 근로자로 인정받기를 원하는 것 같지는 않다. 자율성을 가지며 일하면서도 실업상태에 처했을 때 보호를 받고 싶은 듯하다”며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부대비용을 줄이기 위해 보수적으로 나오는 경향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앞서의 박정훈 위원장은 “비용이 아깝다는 말은 기업이 책임을 회피하는 것과 같다. 실질적으로 지휘·감독을 하면서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위장 플랫폼 업체를 우선적으로 걸러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파트타임으로 일하기를 원하면서도 근로자가 되고 싶은 사람이 있고 저마다 다양하다. 직접 고용을 통해(긱 노동자에 대한) 보장 장치를 먼저 마련해두고 이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은 또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의견을 표했다.

 

이성종 서비스노조 기획실장은 “지금은 (긱 노동자에 대한 정책이) 정비가 안 돼 있는 상황이다. 당장 근로기준법이나 노동법을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이들에 대해서 안전망 제도를 먼저 확보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정부 차원에서 논의가 활성화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보지만 아직 제대로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은 아쉽다. 궁극적으로는 프랑스나 유럽처럼 플랫폼 노동자도 노동자라고 선언하고 노동법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긱 산업은 최근 들어 크게 성장했다. 지난 1월 한국은행의 해외경제포커스 ‘글로벌 긱 경제 현황 및 시사점’에 따르면 2017년 세계 디지털 노동 플랫폼 산업 규모는 95조 7760억 원(820억 달러)로 2016년보다 65% 성장했다. 이에 따라 해외에서도 긱 노동자에 대한 대책을 내놓았지만 모두 제각각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지난 9월 우버 드라이버 등 긱 노동자를 근로자인 피고용자로 인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우버는 최저임금과 건강보험은 보장하되 자영업자로 대우하는 법안을 제안하며 ‘정규직 무효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프랑스는 긱 노동자를 근로자로 인정한다.​ 우리나라는 긱 노동자를 다루는 법률이 아직 없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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