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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가 택시회사를 사면? 한국 재진출 가능성 팩트체크

업계 "뛰어들면 시장 장악은 시간문제"…우버 "기사들과 협업, 회사 인수 계획은 없어"

2019.11.08(Fri) 17:23:10

[비즈한국] “우버처럼 자본력을 지닌 해외 기업들이 국내 시장에 뛰어들면 국내 기업이 밀리는 건 시간문제다. 국내 모빌리티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 기업에 맞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판을 깔아줬으면 한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의 말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올 하반기 들어 택시법인들을 인수하며 모빌리티 업계 1위 자리를 굳히기에 나섰다. 진화택시, 중일산업, 경서운수 외에도 재우교통과 명덕운수를 추가 인수했다. 최근엔 여섯 번째 택시법인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확보한 택시 면허만 460여 개에 달한다.

 

국내 모빌리티 기업들이 우버의 국내 유상 운송 서비스 재진입 가능성을 점쳤다. 막대한 자본을 지닌 상황에서 택시 면허를 매입하면 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사진=연합뉴스


1위 자리를 확보한 카카오모빌리티 입장에선 더 큰 자금력을 지닌 국내외 대기업이 모빌리티 시장에 진입하는 게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애써 닦아놓은 터를 단번에 빼앗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택시 제도 개편과 함께 해외 사업자에 대한 규정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의 말처럼 우버는 전 세계에서 사업한다. 700여 개 도시에서 우버를 만날 수 있다. 글로벌 투자 정보 사이트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우버의 올해 3분기 매출은 38억 1000만 달러(약 4조 4000억 원)로 2018년 2분기부터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국내선 ‘불법’ 낙인, 본사는 6분기 연속 적자

 

그렇다면 실제로 우버가 한국에서 다시 유상 운송 서비스에 투자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복수의 업계 전문가에 따르면 우버의 국내 재진입 가능성은 높지만, 당장은 어렵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일단 우버는 국내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상 ‘불법’이다. 2013년 한국에 상륙한 우버는 ‘우버 엑스’를 도입했지만 1년 6개월 만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우버 엑스는 개인이 유상 운송을 하는 서비스지만, 현행법상 사업용 자동차가 아닌 자차로는 영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우버코리아와 트래비스 칼라닉 우버 전 대표가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2015년 우버가 택시 생존권을 위협한다며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과 서울택시운송사업조합 관계자들이 항의 집회를 열었다. 사진=연합뉴스


유정훈 아주대학교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우버가 자차 유상 운송이라는 사업 방향을 버리지 않는 한 국내에서 유상 운송 서비스를 펼치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버에 현재 위기설이 돌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 2018년 10월까지만 해도 우버는 1200억 달러짜리 IPO(기업공개)를 제안받을 만큼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올 5월 10일(현지시각) 공모 당시에는 공모가를 1000억 달러로 20% 이상 낮춰야 했다. 우버보다 먼저 상장한 미국 차량공유업체 리프트가 상장 후 주가가 급락하면서 일어난 ‘리프트 쇼크’ 영향이라는 게 지배적이었다.

 

이후 우버의 주가는 계속 하락하고 있다. 11월 7일 종가는 26.94달러로 공모가 45달러보다 20달러 정도 떨어졌다. 주가 하락 이유는 간단하다. 우버의 누적된 순손실에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금융방송 CNBC에 따르면 우버는 2018년 1분기 흑자를 본 이후 6분기 연속 적자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2017년 이후 ​흑자를 기록한 건 ​2018년 1분기가 유일하다. 올해 2분기엔 52억 4000만 달러 적자로 최근 3년 새 가장 큰 적자를 기록했다.

 

9월 30일 발표된 우버의 3분기 손실액은 11억 6000만 달러 수준으로 2분기보다 크게 줄었다. 그러나 이는 우버가 손실을 줄이려고 구조조정에 힘썼기 때문이다. 우버는 최근 수개월 동안 세 차례 감원을 통해 1000명 이상을 내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우버는 매출 단위가 달라, 재진입은 마음먹기 나름

 

반면 우버가 한국 시장에 들어오는 건 시간문제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매출만 놓고 봤을 때 국내 기업은 억 단위 수준이지만 우버는 조 단위다. 택시 제도 개편이 확정되는 순간 우버가 자금력을 바탕으로 택시 면허를 매입하면 사실상 게임은 끝”이라고 주장했다.

 

바니 하포드 우버 최고운영책임자(COO). 사진=연합뉴스


우버가 자차 유상 운송 서비스를 내려놓고 택시만으로 영업할 경우 충분히 국내 재진입이 가능하다. 우버는 이미 2018년 공격적인 마케팅을 멈추고 ‘협업’으로 정책을 바꾼 바 있다. 한국, 일본, 대만, 홍콩 등 차량공유 사업이 불법인 국가에 진입하려면 기존 택시 산업과 협업이 불가피하다.

 

택시업계 상생 모델도 꾸준히 마련 중이다. 지금은 ‘그랩’에 동남아시아 사업을 통째로 넘겼지만 2018년 1월 ‘우버 플래시’ 서비스로 성공 가능성을 엿봤다. 우버 플래시는 우버에 등록된 개인 차량과 택시를 모두 부를 수 있는 서비스다. 가격은 우버 앱을 통해 탄력적으로 책정된다. 현재 우버는 대만에서 택시를 통한 서비스를 제공 중이고, 일본에서도 한국과 같은 우버 택시를 진행 중이다. 

 

물론 한국에서 유상 운송 서비스를 하려면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우버가 지닌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택시 면허를 매입해 한국에 들어온다면 사실상 이를 막을 수 있는 국내 기업은 아직 없다.

 

우버의 북아시아 홍보를 총괄하는 최유미 이사는 “우버는 불법으로 유상 운송 서비스를 할 계획이 전혀 없다. 우버 택시 관련해서는 택시 기사분들과 협업을 하는 건 사실이나 택시 면허 매입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 우버 택시 서비스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정훈 교수는 “국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기업들이 넷플릭스에 무너진 것처럼, 정부가 해외 사업자를 제대로 규제하지 않는다면 국내 모빌리티 기업들이 해외 기업에 밀리는 건 시간문제”라며 “그게 어렵다면 카카오와 SK텔레콤의 업무협약처럼 스타트업들이 대기업과 손을 잡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우리나라만의 모빌리티 서비스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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