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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스업] 오마카세, 경험을 확장하는 또 다른 방법

초밥, 한우, 커피, 디저트…전문가의 선택 통해 새로운 취향 접할 수 있어

2019.10.29(Tue) 14:45:28

[비즈한국] ‘오마카세(おまかせ)’는 ‘맡긴다’는 뜻의 일본어인데, 메뉴를 정해놓지 않고 요리사가 그날 가장 좋은 재료로 알아서 음식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뭘 먹을지를 먹는 당사자인 손님이 정하는 게 아니라 요리사가 정하는 건데, “아무거나 주세요”가 아니라 “알아서 좋은 걸 제대로 주세요”가 담긴 것이 오마카세다. 

 

오마카세는 고급인 경우가 많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오마카세를 접하는 건 초밥집이다. 가격보단 좋은 품질과 맛을 원하는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로서, 맞춤 서비스도 제공된다. 먹는 속도에 따라 음식 내주는 속도를 조절하고, 먹는 사람이 남자인지 여자인지에 따라서 초밥 크기가 달라지기도 한다. 왼손잡이 손님에겐 초밥 놓는 방향이 달라지고, 손님의 표정과 반응을 보고 음식 취향도 파악해 맛있어하는 걸 좀 더 주기도 하는 등 음식 맛만큼이나 배려가 세심한 것이 오마카세의 특징이다. 

 

‘오마카세’는 메뉴를 정해놓지 않고 요리사가 그날 가장 좋은 재료로 알아서 음식을 만들어주는 것으로, 일종의 취향 큐레이션이다. 셰프를 믿고 그의 선택과 취향을 따르는 것이다. 사진=Lou Stejskal/flickr.com

 

유명 초밥 장인 중에선 생선과 밥을 쥐는 손의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손에 상처가 생기지 않도록 수십 년간 외출 시 장갑을 끼고 손 관리를 철저히 해온 사람들도 많고, 미각을 유지하기 위해서 담배는 물론이고 커피를 비롯한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는 장인들도 있다. 이런 세심함이자 장인정신은 요리사에 대한 신뢰를 만들어내고, 오마카세를 가능하게 해준다. 

 

초밥에서 시작된 오마카세는 한국에선 한우 오마카세로 진화했다. 한국인에게 한우는 아주 고급 식재료이자 최고의 식사로 꼽힌다. 최근 급증한 한우 파인다이닝(고급 식당)에선 들어오는 부위와 철을 고려해서 오마카세 코스를 짜는데, 가령 봄에 나는 나물과 가장 잘 어울릴 한우 부위를 조화시킨다거나, 같은 한우를 가지고도 부위별로 각기 최적의 조리법으로 다양한 맛을 보여주거나, 한우를 식재료로 한식과 일식, 양식의 경계를 넘기도 한다. 프렌치나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도 오마카세라고 부르진 않지만 셰프가 알아서 주는 ‘오늘의 요리’가 있다. 

 

오마카세는 일종의 취향 큐레이션이다. 셰프를 믿고 그의 선택과 취향을 따르는 것이다. 싸고 비싸고의 문제가 아니라, 전문가를 믿느냐의 문제이고 경험의 확장에 관한 얘기다.

 

오마카세는 카페도 동참한다. 그날 가장 맛있는 원두를 종류별로 맛볼 수 있는 테이스팅 메뉴를 만드는 곳들이 늘었다. 커피 원두에 대한 이해와 경험치를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 디저트 카페에선 여러 디저트를 코스요리처럼 내놓기도 한다. 

 

취향은 양적 축적을 통해 질적 심화가 되는 만큼 오마카세는 경험 확장을 위해서도 좋다. 새로운 맛에 대한 도전은 전문가가 추천할 때 더 쉽게 받아들인다. 이건 셰프나 바리스타, 파티셰에게도 즐거운 도전이 된다. 소비자가 새로운 취향 경험에 관대해질수록, 이들도 더 새롭고 모험적인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전문가가 전문성을 발휘해 제안하고, 우리가 전문가를 믿고 그 제안을 받아들이면, 더 새롭고 다양한 것을 먹으며 미식을 확장할 수 있다.

 

미식뿐이겠는가. 전문가의 새로운 제안을 통해 사고를 확장하고 경험과 안목을 키워가는 기회는 패션에서도 마찬가지다. 자기 스타일을 오랫동안 고집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런데 우린 계속 나이를 먹는다. 10년 전의 내 모습과 지금이 다르다. 얼굴도, 몸매도, 그리고 사회적 역할도, 내가 드러내려는 이미지도 다를 수 있다. 20년 전이면 더 하다. 그런데도 스타일은 바뀌지 않는다. 패션뿐만 아니라 가치관과 문제해결 방식도 과거 그대로인 사람도 많다.

 

나도 바뀌고, 사회도 바뀐다. 패션 전문가든 트렌드 전문가든 새로운 변화를 말하는 사람들의 얘기에 귀 기울이는 것은, 과거가 아닌 현재를 살아가기 위해서다. 늘 같은 것을 먹고, 늘 같은 것을 입고, 늘 같은 것을 경험하며, 늘 같은 사고와 관점으로 세상을 본다고 생각해보라. 세상과 점점 멀어지지 않을까? 사고를 확장하고 진화하려면 새로운 것에 관대할 필요가 있고, 전문가를 신뢰할 필요도 있다. 요즘 우리 사회에는 이걸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필자 김용섭은 TREND Insight & Business Creativity를 연구하는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이자 트렌드 분석가이다. 저서로는 ‘라이프 트렌드 2013: 좀 놀아본 오빠들의 귀환’부터 시작해 ‘라이프 트렌드 2020: 느슨한 연대’까지 라이프 트렌드 시리즈와 ‘실력보다 안목이다’ 등 다수가 있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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