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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토 드 뮤지끄] 할로윈에 딱 '악단광칠'과 리치몬드 에피스

황해도 무가 재해석한 국악단…아이돌 노래, 힙합과도 잘 어우러져

2019.10.29(Tue) 09:49:34

[비즈한국] 음악과 디저트에는 공통점이 있다. 건조하고 반복적인 일상을 입가심하기에 적당하다는 것. ‘가토 드 뮤지끄(gâteau de musique)’는 우리에게 선물처럼 찾아온 뮤지션과 디저트를 매칭해 소개한다.

 

악단광칠의 공연 모습. 사진=악단광칠 인스타그램

 

지난 주말은 할로윈이었다. 할로윈이 되면 홍대 거리에 중국 귀신, 유럽 귀신, 미국 귀신, 한국 귀신 등 온갖 귀신이 출몰한다. 마땅히 이들을 맞이할 노래가 필요하다. 

 

악단광칠 – 영정거리

 

영정은 신, 귀신 또는 그들을 그린 그림을 뜻한다. 거리는 1악장, 2악장 하듯 노래를 나누는 단위다. 영정거리는 천연두 신, 하늘 신, 땅 신, 외교관 신, 고통 신, 마을을 지키는 신 등 세상 모든 신을 맞이하고 달래서 돌려보내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빈손으로 귀신을 맞이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홍대 거리에는 검은 망토를 두르고 새빨간 입술을 한 귀신들이 돌아다니고 있으니 이에 걸맞게 시커먼 초콜릿 무스 케이크를 준비한다. 그 안에는 새빨간 젤리가 숨어 있다. 가토 위에는 귀신이 좋아할 만한 과일도 몇 조각 올라갔다.

 

리치몬드의 에피스(Épice). 사진=이덕 제공

 

악단광칠은 ‘황해도 무가’를 자신들의 방식으로 해석해서 들려준다. 무가는 굿에서 비롯된 음악이다. 굿이라고 하면 흉악한 귀신을 떠올릴 법도 하지만 신, 귀신에게 바치는 노래인 동시에 그걸 부르며 우리끼리 논다는 점에서 가스펠과도 같다. 코리안 가스펠, K-가스펠인 셈이다. 가스펠은 대중음악의 뿌리다. 그러니 황해도 무가는 황해도의 어느 시절 대중음악이었을 테다. 굿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더라도 악단광칠의 음악이 낯설지 아니하고 어딘지 모르게 익숙하고 신이 나는 것은 이 무가의 감성, K-가스펠의 감성이 우리 몸속 어딘가에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우리를 악단광칠이 이렇게 모신다. 

 

악단광칠 – 모십니다

 

에피스(Épice)는 불어로 향신료라는 뜻이다. 언제나 정답인 진한 초콜릿 무스와 새콤한 베리의 조합 사이에서 아니스, 계피, 바닐라 향이 피어난다. 그중 아니스는 이집트에서 미라를 만들 때 사용되기도 했다니 여러모로 이 가토는 할로윈에 제격이다. 초콜릿과 베리라는 든든한 기둥에 각종 향신료의 향이 나부끼는 입체적인 가토다. 집에 찾아오는 꼬마 귀신이 있다면 사탕 대신 한 조각 건네주려 했으나 아무도 오지 않아 나 혼자 먹었다. 

 

악단광칠 – 히히

 

악단광칠의 음악은 지금의 대중음악처럼 짧고, 빠르고, 간결하다. 드럼이나 베이스, 신시사이저와 같은 악기의 힘을 빌리지 않고 한국의 악기와 소리꾼만으로 21세기 대중음악에 익숙한 귀를 쉽게 휘어잡는다. 박진감이 넘치는 연주는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던 국악기에 대한 이미지를 재구성한다.

 

악단광칠 – 사제야

 

‘사제야’는 큰 신이 아닌 작은 신, 소외되는 작은 신과 사람들을 위한 노래다. 사제야 이 술 한 잔 받거라 여기저기 떠돌다 고생이 참 많았겠구나. 

 

국악, 국악당, 문화재, 보호와 보존 같은 말들은 국악을 찾는 키워드이자 국악이 발전할 수 있게 돕는 자양분, 정책이 되기도 하지만 듣는 사람의 입장에선 진입장벽이 되기도 한다. 머릿속에서 ‘국악’이라는 장르를 저쪽 끝으로 미뤄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그랬다간 요즘 한국 대중음악에서 가장 흥미롭고 재미있는 부분을 놓치게 된다. 악단광칠의 음악은 아이돌과 힙합으로 채워둔 플레이리스트에도 잘 어울리는 음악이다. 소중한 우리의 음악이라기보다는 잘 만든, 특별한 대중음악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박진감 넘치는 연주와 시원시원한 목소리가 어우러지는 유니크한 대중음악이다. 이런 건 여기에만 있습니다 고객님. 

 

필자 이덕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두 번의 창업, 자동차 영업을 거쳐 대본을 쓰며 공연을 만들다 지금은 케이크를 먹고 공연을 보고 춤을 추는 일관된 커리어를 유지하는 중. 뭐 하는 분이냐는 질문에 10년째 답을 못하고 있다.

이덕 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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